20 December 2012

1.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에 이르는 이백년간의 로마 역사는 항상 흥미진진하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함 없는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옵티마테스이던, 포풀라레스이던 그들이 가지고 싶었던 것은 권력이었고, 권력이란 로마 국가가 현재 소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소유하게 될 자원의 배분에 집행할 권한이었다. 하지만 그 권력 가운데에서도 아주 특별한 권력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항상 최종적으로는 민회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는 사실이야말로 권력과 명분이 결합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아닐까 싶다. 아니면 권력과 허영일지도 모르고…

2.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정치는 궁극적으로는 자원의 배분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한 문제일 뿐, 실제로는 기능적 혹은 도구적 차원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정치는 항상 명분과 사회적 정의와 짝을 맺지만 권력의 외견일 뿐 본질적으로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 우리는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유토피아를 만들어내는 것은 기실 훌륭한 정치가 아니라 작은 욕망이거나, 너무나 풍족한 자원이다. 아니면 둘 사이의 균형일지도 모르고.

3.
학교에서는 자동차와 주택 구매를 개인 혹은 가정이 구매하는 가장 큰 단위의 재화로 규정한다. 그렇기에 그 어떤 재화보다도 신중하고, 까다로운 선택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어떤 자동차와 주택도 개인의 욕구에 100% 부응하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소비자는 누구나 몇 가지 사항을 포기하면서 현재 자신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혹은 선호하는 모델을 선택하게 된다. 다만 정치는 시장과 약간 다르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자동차와 주택을 직접 구매할 수 있지만, 정치에서는 사람들이 고른 모델 가운데 하나만 시장에 공급하게 된다. 대신 그 모델은 시장에 영원이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기한이 정해져 있다. 새로운 선거를 통하여 우리는 모델을 바꿀 수도 있지만, 어쩌면 계속 원하지 않은 모델을 소비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영리한 소비자들은 위험을 최소화 하고자 극단에 치우치지 않은 중간 모델을 선택하게 되고, 모델을 내놓는 사람들도 애초에 중간 모델을 내놓게 된다. 결국 현시점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희망하는 모델이 시장의 주도적 공급모델이 된다. 그것이 어떤 사회적 정의를 내포하고 있는가는 별론이고…

4.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정의적 차원의 문제가 되면 정치가 본연의 순수함을 잃고, 목숨을 건 투쟁이 된다. 사회적 정의를 가진 나와 사회적 정의에 부합하지 못하는 적으로 상대를 규정하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모델은 좌우극단을 향하게 된다- 물론 냉정하게 따져보면 내용물의 대부분은 대동소이하다. 대신 내용물의 일부분이 크게 차이가 나고 이 차이가 정의적 캐치프레이즈가 된다- 소비자가 언어의 마술에 빠져 단 한순간이라도 정치가 단순한 자원의 배분에 관한 문제이고, 선거는 자원 배분 모델에 대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잊게 되면 정치는 내가 믿는 정의와 내가 믿을 수 없는 정의의 거친 투쟁이 되어 버린다.

5.
정치가 선과 악의 투쟁으로 변질되면 현재 내 상황에 가장 적합한 모델 혹은 내 상황에 적합하지 않더라도 선호하는 모델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선과 내가 선택하지 않은 악의 대립구도가 되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악을 선택하는 사람조차 악이 되어 버린다. 자신의 현재 상황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고르는 행위가 이기적인 행동이 되고, 단순한 선호가 사람의 지성과 됨됨이를 설명하는 전부가 되어 버린다. 결국 이런 상황의 고착화로 득을 보는 것은 소비자가 아니다. 선택의 매순간마다 벌어지는 작은 차이로 극단의 캐치프레이지를 지닌 모델을 오가며 소비자는 지치고 피곤해지기만 할 뿐…

6.
뜬금 없는 결론 : 정치는 정의를 구현하는 방법론이 아니다. 정치는 국가 또는 사회가 지닌 자원을 분배하는 권한을 절차에 따른 특정인, 특정집단에게 일시적으로 위임하는 기능적 차원의 문제다. 올바른 정치는 자원을 분배하는 권한의 크기, 기간, 획득 방법, 한계 등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는 차원의 문제다. 정의로운 사회는 올바른 정치를 통하여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 궁극적으로는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 다만 이 사회적 합의는 정치제도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신념체계안에 어떻게 녹아 있으냐의 문제다 – 그러니 나와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나와 다른 선호를 가진 사람을 미워하지도, 경멸하지도, 무서워하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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