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May 2013

1.
아이폰 번들 이어폰을 사용하다 오랜만에 곱게 에이징된 B&O의 A8를 귀에 꼽았다. 아 이 이어피스가 이렇게 좋았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소리가 나를 채운다. 아름다움에 잠시 마음이 먹먹해질 정도로 섬세하다. 마치 내 앞에서 디트리히가 겨울 나그네를 부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때로 평범하고, 그만그만한 것들이 꼭 필요하단 생각을 한다. 평범한 것들이 있어야 좋은 것들이 좋은 점을 가졌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설명은 근래 들어 잡서를 즐겨 읽는 내 독서 양태에도 좋은 설명이 될 듯 싶다. 이미 아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언급한 것처럼 평범한 글을 읽다가 대가의 걸작을 만나면 아름다운 문장과 구성에 홀딱 빠져버리게 된다. 왜 대가가 대가인지, 좋은 글이 얼마나 황홀한 기쁨을 주는지 마음 속 깊게 깨닫게 해준다. 뭐 결국 그래서 잡서를 읽는다는 뭔가 비논리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되지만. 결론은 마음으로만 생각하자.

2.
솔직히 요즘의 생활어로 고백하자면 아내는 나에게 영업당한 측면이 없지 않다. 아내에게 츠바이크의 아름다움을 깨우친 것은 누가 뭐래도 나라고 자부하고, 아내가 촛대의 전설의 결말을 이야기하고 있자면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내준다. 그리고 난 나도 모르게 십대 후반의 소년으로 돌아가 그 얇은 소설을 지역서점에 읽고 있다. 그 시절 난 장 자크 피슈테르의 표절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의 삶은 그보다 더 낫다. 우리에게는 표절보다 더 나은 촛대의 전설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내는 내게 리히테르를 소개해줬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리그의 서정소곡을 처음 들었던 순간의 두근거림은 지금도 늘 함께한다. 항상 사랑스럽지만 이 사람이 내 아내고, 내 영혼이다는 생각을 할때면 늘 서정소곡의 아리에타가 머릿속에서 울린다. 그 순간은 솔직하게 영혼이 울리 정도로 행복하다. 아내 덕분인지, 리히테르 덕분이지 늘 살짝 눈가가 젖어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3.
연휴 동안 바벨-17을 읽고, 하트 오브 아이언의 세번째 시리즈를 했으며, 밀린 드라마를 보았다. 연휴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 즈음 난 크래프트 비어가 마시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사랑스런 연인인자, 술친구인 아내는 강제금주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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