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을 꾸다

꿈을 꾸었다. 아니 악몽을 꾸었다. 원래의 악몽이 지닌 정의에 정확하게 부합되지는 않지만 아침에 자리에 일어났을 때 내가 느낀 것은 일종의 공포감이었기 때문이다.

비틀림이란 단어가 있다. 비록 기억을 잊어버렸을만정 결코 섞여서는 안되는 기억들이 있다. 기억들이 섞여버린다는 뜻은, 그 뜻은 정말 아무것도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잊어버리는 것이 훨씬 나은 경우다.

게다가 그 기억들이 조금씩 비틀려진 채로 꿈 속을 배회한다면 그것은 어떤 유령보다 섬뜩함을 느끼게 해준다. 비틀려진 기억은 일그러진 표정을 만드는 배경이 되곤하니까 말이다.

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의식의 세계에서 벌려놓은 일들을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결코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게다가 제멋대로 비틀려 놓은채로 모든 것들 혼란스럽게 뒤섞어 놓는다. 보고 있는 내가 공포감과 절망감을 느끼도록.

의식의 세계에서 의지로 구현이 불가능한 것들을 구현하는 공간이 바로 무의식의 공간이다. 그런데 그런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의식 세계의 나를 슬프게 만든다. 한순간도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 않았던 기억들이 섞이고, 시간이 역전되며, 내 행동마저 일관성을 잃어버리는 순간을 목도하는 것은 현실만큼이나 괴로운 일이다.

흔들림없는 표정과 나른함에 함몰된 의식, 하지만 껍질을 한꺼풀 벗겨보면 애써 의식의 세계에서 다루고 싶어하지 않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그 문제들은 무의식의 세계에서라도 해소하고 싶어하지만, 그런 소망이 낳는 것은 원래 문제보다 더 비틀리고 참을 수 없을만큼 조각조각 부셔져버린 기억들의 반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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