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oice

최근들어 무역이란 화두는 어느 정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 같다. 칠레와의 FTA 가 잠시 언론을 타긴 했지만 무역에 대한 진정한 관심으로 보기에는 조금 어려워 보인다.

십년 전 막 경제라는 단어가 머리 속에 들어올 무렵 세상의 관심은 GATT체제의 종언과 UR를 통한 WTO의 탄생에 모아져 있었다. 몇년 전 세계 경기가 호황을 누리던 때에 자유 무역주의로 상징되는 세계화와 반세계화 운동이 격렬하게 부딪친 적도 있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흐릿한 기억이 되어가고 있지만 말이다.

갑작스럽게 무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계기는 우연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하이닉스에 대한 EU의 덤핑혐의조사에 대한 기사를 읽던 친구 녀석의 용감한 발언 때문이었다. ‘덤핑이 뭐길래 그래?’ 물론 그 녀석이 정말로 덤핑을 몰랐을리는 없다. 덤핑이란 단어조차 몰랐다면 그 자리에서 그런 질문을 던질 상황조차 만들어지지 않았을테니까.

녀석이 정말로 묻고 싶었던 것은 바로 WTO체제에서 왜 덤핑이 문제가 될까라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녀석의 경제 관념이 생긴 것은 자유 무역이 일반화된 이후의 일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자유 무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호 무역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정반대에 놓여진 하나의 체계를 분석함으로써 본래 연구하고자 하는 개념에 대하여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여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이 친구 녀석에게는 보호 무역과 자유 무역주의 사이에서 벌어졌던 수백년의 투쟁 기록 대신에 자유 무역이 일반화 되어 이제는 무역이란 개념이 전세계를 연결하는 거대한 서플라이 체인의 일부분이라는 현재 단계의 인식만이 기록되었던 것이다.

보호 무역과 자유 무역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90년대 초반 WSJ를 뜨겁게 달구던 일류 경제학자들의 잘 알려진 논쟁을 제외하더라도 지난 200년 동안 정치적 딜레마의 핵심에 위치해 있던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러셀 로버츠의 THE CHICE는 길고 지루했던 논쟁에 마무리를 짓는 것 같다.

비교우위론을 주장한 영국의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리카도을 입을 통해 저자는 자유 무역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리카도의 차분한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보호 무역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없이 어리석어 보인다. 하지만 보호 무역에는 자유 무역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증명할 수 있었던 불안감에 대한 단기적 안정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러셀 로버츠의 주장대로 자유 무역이 보호 무역보다 우월한 이유는 단순히 최적 자원 활용점이 보호 무역 아래에서 보다 높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할지 모른다는 심리적 부담을 받아들이더라도 더 나은 미래의 기회를 그려보는 관점의 차이가 자유 무역의 우월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볼 수 없는 미래까지 꽤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사람은 드문 법이고 사람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안정감에 목말라 하곤한다.

오늘날에 와서는 자유 무역과 보호 무역사이의 논쟁은 이제 종지부를 찍은 것 같다. 하지만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아직도 사람들은 보호 무역이 가져다 주는 근시안적인 안정감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자유 무역의 이점을 공정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자유 무역이 우월성을 끊임없이 이해시키고 확인시켜주지 않은 이상 언제 다시 보호 무역주의로 되돌아 갈지 모르는 불안정한 우세를 보이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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