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한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원스턴 처칠의 ‘2차 세계대전 회고록’을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에 비교하곤 한다. 전쟁의 최고사령관(or Supreme Command)이 바라보는 전쟁이 녹아있는 보기드문 수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스턴 처칠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보기드문 감각을 타고난 정치가로서의 인격이 먼저인 것 같다.

그가 보는 느끼는 전쟁이란 자신의 신념이란 렌즈로 포착한 진실들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신념을 바치는 어떤 사실은 설령 그것이 거짓일지라도 진실이 되는 법이다. 이런 이유에서‘2차 세계대전 회고록’은 수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면 그대로 읽어가서는 안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이기 전에 노회한 정치인인 그에게 그의 진실이 아닌 진짜 진실을 듣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thoughts & Adventures를 읽다보면 이런 아쉬움이 어느 정도는 달래진다. 대공황이 시작되고 Great Britain이 무너지는 시점에서 위대한 정치가가 아닌 ‘명망있는 정치가’로서의 처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제목처럼 이 책은 자신의 삶과 생각, 그리고 경험담을 담고 있는 자유분방한 에세이다. ‘2차 세계대전 회고록’처럼 의도를 파악하고 은폐된 진실을 추리해내는 수고가 필요하지 않은 빛에 눈을 뜨기 전의 처칠이 담긴 처녀작이기 때문이다.

‘폭풍의 한가운데’의 처칠은 수줍으면서도 따뜻하고 그리고 유쾌한 사람이다. 모든 인간적인 약점과 어리석음을 일부러 지워야만 하는 고독한 영웅이 아니라 사람들의 가십에도 오르내리고 운명에 희롱당하는 보통의 인간인 Mr. Churchill이 ‘폭풍의 한가운데’에 담긴 그의 모습이다.

‘폭풍의 한가운데’에 담긴 수많은 에세이가운데 내 누이는 그림 그리기란 제목의 에세이를 가장 좋아한다. 그림의 매력에 매료된 작가가 풀어내는 그림에 대한 열정에 공감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 역시 그 에세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유쾌한 원스턴 처칠씨에게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그의 취미인 그림만이 아니다.

위대한 영웅이 되기 전, 이제야 빛을 조금씩 발견해나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포착하리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기록되어 있는 글을 찾기란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이만하면 ‘폭풍의 한가운데’를 읽어야만 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1 thought on “폭풍의 한가운데”

  1. 별로 책을 즐겨읽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즐겨찾는 도서목록은 존재한다. 여기서 말하는 즐겨찾는 도서목록이란 화장실에 갈 때 꼭 들고 가는 도서를 말한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평생을 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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