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 보이는 이유

가끔은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다보는 것이 두렵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마음을 보고있노라면 자신감이란 자신감은 바람 빠진 풍선만큼이나 볼품없게 변하고 만다. 나를 알아간다는 것.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 마음의 작은 쓰임새 하나까지 추적해 나간다는 것.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일들 뿐이다.

기억에 집착한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들의 태반이 기억에 관련된 일들이고 나의 고민이란 하루의 일상 속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문제들이 아니라 해결하기 어려운 마음 가짐의 문제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억을 잃어버린 나는 어제와 전혀 다른 사람이다. 어떤 한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13자리로 이루어진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와 기억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항상 어렵다. 힘든 여정에서 마주치는 나는 더할나위없이 초라하고 우울한 존재다. 하지만 일단 힘든 여행을 마치고나면 새로운 자신감과 품성이 담긴 새옷으로 갈아입을 기회를 얻게 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어제의 나보다 나은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이 두가지 이유만으로도 여행을 떠나는 마음을 설명하기 충분치 않을까?

사람의 마음이란 매순간 격렬하게 변화하는 법이다. 겉으로 들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눈깜빡임만큼이나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빙산과 같다. 겉으로 드러난 빙산이 실제의 몇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 것처럼, 겉으로 보이는 사람의 마음이란 실제 지닌 마음의 몇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표정은 마음을 따라잡지 못한다. 우울함과 고독감을 친구처럼 달고다니는 것이 내 마음이라고 겉으로 들어나지 않은 빙산의 태반을 차지하는 것이 우아하게 우울해지는 법을 연구하는 것과 표나지 않게 고독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는 것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이 블로그는 상당히 위험한 것이다. 친구가 아닌 낯선 사람이 행간의 의미까지 파악하며 읽게 된다면 보지 않아도 나란 인간이 어떤 사람인지 알정도로 위험스런 공간이다. 하지만 이런 위험성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 속 깊숙히 숨겨진 두려움 때문에 이곳의 존재를 알리지 못한 사람이 있다.

말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그녀가 이것을 읽음으로써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위험이 생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두렵기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사람이 있다. 알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나약함 때문에, 알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위험은 절대 사양하고 싶은 이런 나약함 때문에 알리지 못한 사람이 있다.

세상에는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꺼려하는 위험이 있고, 예상하는 것이라고는 가장 나쁜 상황만 연상되기에 생각하는 것조차 두려운 그런 위험이 있다. 지금의 내가 제자리를 계속 맴도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런 두려움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려움만큼은 나로서도 어찌해볼 방법이 없다.

이런 내 마음 헤아려 주기를. 우울함과 고독감은 빙산의 바다 아래부분이라서 쉽게 보이지 않는 법인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빙산이 바다 위로 들어나버려. 하지만 빙산이 바다 위로 들어나는 것은 가벼워지기때문이라네. 비중이 낮아진다는 것. 내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사악한 마음의 찌끄러기가 영원히 바다 속에 가라앉기 때문에 빙산이 가벼워지는 것이지. 이런 나를 헤아려줬으면 해. 그래야 내가 마음 편히 자네 품에 기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Short J…

One thought on “우울해 보이는 이유

  1. 제 마음을 잘 나타내주는 것 같아서 종종 와서 이거 읽고가요.
    지우지 마세요 꼭’ㅡ’* 또 놀러올게요ㅎㅎㅎ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