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벽하구나. 궁벽해!

궁벽한 시골에서 살고 있다는 말에 가끔 딴지를 거는 녀석들이 있다. 물론 이곳이 정말 궁벽하다 말할 정도의 시골은 아니다. 인구도 제법되고, 교통의 편리성이나 세심하게 계획된 도시 계획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은 서울보다 편하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집밖으로 조금만 걸어나가면 드문드문 펼쳐진 논과 밭이 보인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드넓게 펼쳐진 평야를 보기 위해서는 차분한 걸음으로 10여분만 걸어가면 된다. 지평선이 아득하게 보일 정도로 너른 평야까지의 거리가 고작 10분이라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아직 한번도 메트로폴리탄인 서울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지방의 소도시란 좀처럼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주제다. 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빌딩과 사람, 도로가 빼꼼하게 채워진 대도시에 익숙해진 그네들에게 사람들의 발길이 만들어낸 좁은 통행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진 뒤로 보이는 좁은 길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늦은밤 그런 길을 걷고 있노라면 스스로의 그림자만으로도 충분히 무섭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비오는 날이면 구두밑창에 진흙이 달라붙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스팔트나 보도가 아닌 순수한 흙길을 마음 내키는대로 걸어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리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리라.

어느 허름한 시골 동네에서 아파트촌까지. 느릿한 산책로 안에는 이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하지만 내가 이곳을 궁벽한 시골이라 부르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원하는 책을 읽기 위해서는 주문이란 과정이 필수적으로 따라붙고, 누이들이 좋아하기 시작한 술리 세필의 음반을 사려해도 구할 수 없다. 인터넷 쇼핑을 통해 주문한 물건을 기다리는 시간이나, 시내의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데 필요한 시간이 똑같다면 궁벽하단 말이 딱 어울리지 않을까?

작은 도심 어느 곳에서도 wifi를 사용할 수 없다. 마음편하게 책 한권을 벗삼아 차를 마실 곳도 없다. 짧은 레포트를 쓰기 위해 꺼내든 노트북은 뭇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촉매로 작용하고만다. 지나친 관심과 호기심, 나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데 자연스레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궁벽하구나. 궁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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