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링을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며칠째 청명한 가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구름낀 하늘을 렌즈에 담아보려고 시도는 번번히 무산되곤 한다. 하늘이 너무 맑고 푸르러 구름 한점 없기 때문이다. 구름없는 하늘은 포토샵에서 푸른색 배경에 liquid effect를 사용한 것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하늘의 지닌 오묘한 색을 담아내고 이해하기에는 인간의 눈과 기술력 모두 모자란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진에도 황금분할 비율이 존재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수많은 과목을 통해 기계적으로 습득했던 황금 분할이 사진의 프레임 분할과 포커스에 이르면 그제야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뭐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내가 황금 분할에 충실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황금분할도 그 주제가 하늘로 옮겨지면 막막한 이야기가 되고만다. 눈으로 바라볼 때에는 또렷하게 보이는 저 하늘의 층이 렌즈에 담아놓고 나면 아무것도 없는 텅빈 공간으로 화해 버리니 말이다.

하늘을 찍기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왜 하늘에 집착하냐고 물어보면 사악한 미소를 띄고 하는 말이 걸작이다. ‘난 마블링을 좋아하거든. 집에서 마블링을 제작했다가는 욕얻어 먹기 쉽상이니까. 빛과 구름이 만들어내는 하늘의 마블링이라도 가지고 싶은 거야’ 하지만 난 그의 말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녀석이 하늘을 찍는 이유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스트레스로부터 탈출구를 얻고 싶어서다. 방량벽을 지닌 녀석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하는 의무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을 때, 녀석은 수첩에 담긴 하늘을 바라본다. (이제는 PDA로 바꼈다)

해가 갈수록 하늘을 담기란 어려워진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마저 각박해진다. 녀석이 더이상 하늘을 주머니에 담지 못할 그때를 위해서 준비한 비장의 카드가 있다. 디지털 폐인답게 내개 생각해 낸 히든 카드는 Stary Night Pro. 하늘에서 별로 관심 대상을 이주하는 것은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닐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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