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변화

취향이란 상당히 멋적은 단어다. 기호라는 단어와 비교해보자면 약간은 몽환적인 느낌이 나기도 하고 조금은 향략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할일 없는 휴학생이 되어버린 이후 난 텔레비젼에 맛을 들이게 되었는데. 케이블 텔레비젼에서 방영되는 흘러간 옛 영화를 보다보면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로 떠오른다. 그리고 그 시절 내가 가졌던 취향과 현재의 취향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커피에서, 액세서리, 재질과 색까지 모든 면에서 취향이 변해버렸다. 어느 사이에 변했는지는 모르겠다. 그것이 점진적이고 느릿한 변화인지, 하룻밤을 새고 동틀 무렵 계시를 받은 사람처럼 변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취향에 있어서는 난 전혀 다른 사람으로 진화해 버렸다.

과거의 나였다면 이 사진처럼 꾸민듯 극적으로 색을 배치해놓은데 구역질을 느꼈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것. 부드러운 것, 편안함에 대한 욕구가 취향의 밑바탕이 되어주었는데 지금은 기묘하다는 느낌을 사랑한다.

저렇게 푸른빛을 띠는 잎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진한 등색의 꽃을 조금 더 화사하게 만들기 위해서란 이유로 기꺼이 이렇듯 기묘한 빛깔의 잎새를 만들어 버렸다. 어처구니 없는 짓이지만 이런 과장된 색의 배치가 더 조화롭게 보이는 취향으로 변해버렸음에야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커피도 그렇다. 홍차를 마실 때면 그렇게 향을 중요시하면서 커피를 마실 때면 남들이 향이라 인정하지 않는 얇은 블랜딩을 선호한다. 게다가 쓴맛보다 신맛을 사랑한다. 사실 이제는 쓴맛이 느껴지지조차 않는다. 에스프레소를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혓바닥을 가지게 된 것도 쓴맛에 둔감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그대로 멈춰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장 믿었던 취향조차 변하는 것이 세상이다. 하루를 살아갈수록, 인연을 쌓아갈수록 눈에는 보이지 않는 흔적들이 몸에 남는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인연이 희미해져도 남는 것은 이런 흔적들에 변해버린 취향일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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