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하게 웃어보자!

길을 걷고 있으려니 구름 속에 웃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좀처럼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조금은 머뭇거리는 표정과 살짝 작아지는 눈, 10도쯤 삐둘어지는 입술과 8시 방향에서 7시 방향으로 살짝 트는 턱이 보인다. 저 웃음에 매료되었지 하고 살짝 되뇌어 본다.

그 웃음이 담긴 사진 한장 없기에 구름이라도 담아보려고 카메라를 들었다. 하지만 카메라에 담긴 사진 속에서 웃음의 흔적을 찾기란 요원해 보인다. 사진을 찍기 전에 돌담장에 허리를 기대고 술리 세필의 앨범 전체가 다 돌아갈 때까지 조용히 그 웃음을 감상했었는데 하루가 지난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흔해 빠진 구름 사진 하나뿐이다.

장승처럼 돌담에 기대있는 나를 깨운 것은 무척이나 느릿하게 움직이는 구름 그 자신이었다. 너무나 느릿하게 움직이는 구름에 8내지 10노트의 부드러운 산들바람이란 표현이 떠올랐다. 1노트는 1해리를 1시간동안 간다는 뜻이니 8내지 10노트면 시속 16킬로 미터쯤의 바람이다. 이것을 다시 환산해보면 초속 4~5미터의 바람이 된다.

사실 육지에서 4~5미터의 바람이란 산들 바람이 맞다. 하지만 바람을 막아줄 부드러운 능선이 없는 광활한 하늘과 바다에서 10노트의 바람이란 수백톤의 범선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커다란 힘이다. 결국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잊지 않겠다 마음먹었던 그 웃음은 육지에 불시착한 어느 선원의 객적은 표현 하나에 깨져버렸다. 이제 그 웃음을 다시 기억해 내려면 혹여 우연히라도 다시 보려면 한달이란 시간이 흘러야 하는데 아쉽기만 하다.

길을 걷다가 검정색 일색으로 차려입은 깔끔한 매무새의 처자를 보았다. 날씬한 몸매에 목선이 고운 처자였다. 문득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저 검정색 옷차림이 이 처자를 더 멋지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녀가 검정옷을 입지 않았더라면 그 고운 목선도 발견하지 못했으리라.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먼훗날 가정을 가지고, 아이를 가진 평범한 중년이 되어서 이 글들을 다시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지금 이 속에 암시해놓은 모든 문장들을 다시 기억해낼 수 있을까? 어쩌면 시간이란 힘이 아니라 의무와 구속이 암시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지워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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