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귀엽군

훈련소에서 알게 된 귀여운 고등학교 후배다. 본인은 귀엽다는 말 자체를 조금 싫어하는 듯이 보이지만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귀여운데 어떻게 귀엽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아는 그 무서운 이들이라면 사진 자체를 찍는 것을 불허했을 테지만 이 귀여운 동생 녀석은 이렇게 말한다. “형 모자 쓰고 찍으면 안될까?”

디오게네스처럼 거리를 벗하는 철학자의 포즈로 벤치에 누워보라고 했다. 내가 “필요한 게 뭐요? 경필 도령.” 이러면 “햇빛이 필요하오. 그 큰 몸 좀 치워주면 안되겠소” 하고 말하는 것이 아주 적당할 그런 포즈로… 녀석의 대답이 가관이다. “벤치가 너무 더럽지만 않다면 누울 수 있는데…” 이래 저래 정말 귀여운 녀석이다.

아마도 남은 106주 동안 나의 재미없는 말을 가장 많이 들어줄 녀석이 이 녀석일 것 같다. 나때문에 커피나 홍차에 중독될 것은 자명한 일이고 어쩌면 알코올 중독에 걸릴 수도 있다. 요즘에는 내가 열심히 핫초쿄를 먹어주고 있으니 어쩌면 초코릿 중독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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