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일요일

나이에 맞춰 살자
둘째 누이가 던진 한마디가 마음을 뒤흔든다. “넌 말이야. 에릭슨의 성장단계를 너무 충실하게 밟아가는 것 같아.” 솔직히 애릭슨이 누군지 몰랐다. 기껏해야 소니 에릭슨이 생각났을 따름이고 이 회사가 제품 특성과 영업 전략에 대한 칼럼은 읽은 기억이 났지만 소니 에릭슨과 성장단계를 연결시킬 고리가 너무 빈약하다는 사실은 생각같은 것은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사실 누이가 던진 말이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도 모르겠다. 나이에 맞게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뜻인지 덜떨어졌다는 뜻인지 도대체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 검색을 찾아볼까 하다가 구차해서 그만 두었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기다리던 “1%의 어떤 것이란” 텔레비젼 드라마를 누이들과 깔깔대며 같이 보았다. 고등학생들도 유치하다 고개를 가로저을 저 것을 진정 즐겁게 시청하는 내가 나이에 맞게 사는 것일까? 가끔은 심각한 문제들에 신경을 집중시키기도 하지만 본질은 즐겁고 쉬운 것을 좋아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고민이 길어졌다.

보고 싶은 것들
사토라레, 올드 보이, 킬빌, 러브 액츄얼리, 춤추는 대수사선, 그리고 왕의 귀환 12월에 보고 말리라 마음 먹은 영화의 리스트들이다. 그런데 12월의 1/3이 지나도록 한편도 보지 못했다. 8월에 산 항해지도를 다 읽지못해 눈먼자들의 도시에는 손도 못대고 있는 실정이고 재정학은 이제 겨우 반을 봤다. 대륙횡단철도는 사놓고 한페이지도 넘겨보지 못했으며 포츈은 겨우1/3을 읽었고 도서관에서 복사해 온 케이스 하나는 겨우 두페이지를 읽었을 따름이다. 쓰기로 마음먹은 리뷰가운데 쓴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훈련소 들어가기 전 꼭 쓰리라 마음 먹었던 이탈리안 잡의 후기는 언제나 쓰게 될까?

데스크탑의 배경화면을 바꿨다. 너무나 맑고 찬란한 하늘을 데스크탑에 올려놓았지만 어느 사이에 식상해져 버렸다. 그래 혼자만의 것이 아닌 하늘 사진 하나보다는 인간적인 휴먼 코메디가 낫겠지. 결국 내가 고른 데스크탑은 러브 액츄얼리의 포스터였다. 내가 좋아하는 키에라 나이틀리가 우아한 포즈로 서 있는 wallpaper였다. 멋져요. 나이틀리!

Modify(2004.4.3) 춤추는 대수사선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 보았군. 항해지도와 눈 먼 자들의 도시도 다 읽었다. 이탈리안 잡의 후기는 결국 쓰지 못했고… 그렇지만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작년 말은 가장 재밌는 볼거리와 읽을 거리로 가득 채웠진 겨울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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