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CASE1을 비웃고 싶다

문득
요즘 막내 누이가 ‘문득’이란 곡으로 나를 놀리곤 한다네. 랩을 알아듣지 못하는 나를 위해서 친절하게 가사까지 프린트해주는 누이의 집요함에 혀를 내둘렀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장 즐겨 듣는 노래가 되어버렸어. 뭐랄까?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고 해야 할까? 가사를 음미하면서 듣다 보면 한없는 웃음이 쏟아진다네. 정말 나도 그러거든. 제발 내 머리 속에서 영원히 떠나줘 하고 말이야. 길을 걷다 음악을 듣다 기억나 나를 힘들게 하는 수많은 과거의 조각들 제발 나를 떠나줘 하고 말이야.

창밖에는 또 눈이 쏟아지고 있어. 바로 옆 도시에는 눈이 쌓였다고 하더군. 19살 겨울이었던가? 눈과 바다를 보기 위해 야간 열차를 타고 가던 그 길이 떠오르네. 그 날 무슨 음악을 들었는지 또 무슨 생각을 했는지 너무 생생한데 보름만 있으면 24살 이라네. 시간이란 왜 이렇게 덧없이 흘러가버리는지 4년이란 시간동안 내가 얻은 것이라고는 자네 하나와 별 볼일 없는 짧은 지식뿐이라네.

길을 걷다 시에예스의 그 유명한 말이 떠올랐어. 공포정치 시대에 무엇을 했느냐는 비난에 ‘단지 숨을 쉬었을 따름입니다’하고 맞받아 쳤던 노련한 정객의 말이 말이야. 사실 봐서는 안될 것을 봐버렸어. 고소함이 반, 우울함이 나머지를 채우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는 중인데 이 말이 생각나더군. 단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 있는 법이라는 것을, 광휘로운 미래를 위해서는 숨만 쉬는 것으로도 위험한 그런 시기를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 위험이 가시적인 것이던지 아니면 잠재적인 위험이던지. 자아를 파괴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피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는 것을…

꿈은 꿈으로 남겨 두어라
하지만 이런 사실을 17살 그대로 굳어버린 그 모습으로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마 평생 모를테니 그렇게 고통스러워 하겠지. 만약 그 고통을 행복하게 즐겨주는 나같은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억지로라도 행복해 지려 할까? 나라면 억지로라도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낼테지만 그리고 강력한 세뇌를 아낌없이 베풀어 스스로의 의식마저 속여 버리겠지만… 아마 못하겠지?

과거를 꺼내보는 것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네. 하지만 정말 행복해지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학대하기 위해서인지 구분이 안될 때가 많아. 자네도 그렇겠지만 과거란 늘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면 아무런 의미 없는 일상이 되어 버리는 것 아닌가? 결국 과거란 해석에 의해, 오늘의 지루한 일상에 의해 아름답게 덧칠 된 또 다른 꿈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

CASE1
한 처자가 있네. 이 처자에게는 꿈이 있네. 실제로 여기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흥미도 있어. 하지만 이 처자가 발을 담근 곳은 전혀 다른 곳이라네. 아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흥미를 느끼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상태야. 그런데 이 여자에게 아주 조금 길이 보이기 시작했네. 이 여자는 고민하고 있어 현재의 길을 계속가느냐? 아니면 아주 조금 보이기 시작한 길을 따라 가느냐 하고 말이야.

사실 이 여자는 늘 고민한다네.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하루가 즐겁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무언가 핵심이 빠져버린 듯한 일상이 지겹도록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그런 과정에서 이 여자가 내린 결론은 하루가 지날수록 꿈과 멀어져가는 자신이 싫다는 것이었어. 자기 비하가 자신과 주변의 모든 것을 좀 먹기 시작한 것이지.

만약 이 한 처자가 나였다면 자네 뭐라고 충고해줄텐가? 물론 아무런 충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야. 스스로 해답을 찾아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친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니까. 만약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렸다면 그것을 끝까지 지지해주겠지. 그것이 친구로서 할 수 있는 차선의 것이니까.

어쩌면 말이야. 난 이 처자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비웃는 것이 아니라 말이야. 모르겠군. 어쩌면 행복하기를 바라는 이 처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싫어서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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