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노라. 듣고 싶노라. 그러나 찾을 수 없노라

아침에 일어나보니 짓눈깨비가 휘날리고 있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니 땅 위에 쌓인 눈은 이미 녹은 다음이다. 눈을 생각하니 잠시 우울해진다.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날은 따끈한 바닥에서 허리나 지지며 쉬어야 하는데…

출근길에 보이는 구릉의 언덕배기에는 눈이 쌓여있다. 하루 종일 열사람의 발길도 닿지 않았을 인도에는 신선하고 깨끗한 눈이 쌓여있다. 문득 차에서 내려 뒹굴고 싶은 충동이 꿈틀 거렸다. 안개낀 하늘과 소나무숲, 관솔과 덤불로 이어진 구릉의 한쪽 경계가 너무 멋졌다. 오늘 정말 출근하기 싫은걸. 이런 날은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데. 하루 종일… 마음이 안개만큼 가벼워질때까지…

어쩐 일로 챙긴 휴대폰은 자꾸 자신의 존재를 주장한다. 어쩐지 계속 시선이 가는 것은 왜일까?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표정을 짓고 있다. 기다릴 사람도, 기다려줄 사람도 없는 주제에 무엇을 이리 기다리는 것일까? 오늘따라 그 목소리가 듣고 싶다. 이런 날 사무실에 쳐박혀 종일 공부나 해야하는 내 일상을 깨줄 그 목소리가 듣고 싶다.

셔츠에 조끼만 걸친 차림으로 홍차를 마시고 있다. 25분에 80문제를 풀어낼 수 있었던 속독 능력이 조금은 쇠퇴한듯 보인다. 108문제를 푸는데 총 64분이 걸렸다. 게다가 5문제나 틀렸다. 씁쓸하다. 국사의 달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실력이 너무 죽었다. 800개짜리 문제집을 4문제 안으로 막아내던 경이로와 마지않던 내 국사 실력은 4년이란 시간 속에 바랜 모양이다.

아! 오늘따라 병이 심하다. 스스로가 제어 되지 않는 착란의 증세를 보이고 있다. 환청에 놀래 이어피스를 빼기 일 수다. 보고 싶고, 듣고 싶지만 찾을 수 없다.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다신 잡을 수 없겠지. 그렇것인 인생임을, 나에게 허락된 행운의 한계임을 모르지는 않지만 오늘은 정말 외롭다. 허한 마음이 휑한 표정을 일깨우는 그런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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