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게다가 번잡하기까지…

하루 종일 이유없이 바쁘다. 아침에는 계획만 하고 끝내지 못한 재정학 문제집때문에 바빴고 점심 무렵에는 내주까지의 평화를 위해 단순 노동업무를 신경질반 건성반으로 끝내버렸다. 이제야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날짜를 셈하고 있는데 벌써 1월 19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쩌련지 모르겠지만 난 하루의 계획을 면도를 하면서 세운다. 수염이 워낙 많이 자라나는 까닭으로 세이빙 폼을 쓰고도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면도가 가능한데 그 기다림의 시간을 이런 용도로 사용하곤 하는 것이다.

생크림으로 떡칠을 해놓은 듯한 얼굴을 바라보면서 갈색 눈동자를 뚫어지게 쳐다봐준다. 거울 속 눈부처에 비치는 햐안 크림의 사내를 이길 때까지 쳐다봐주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머리가 맑아진다. 잠에 취해 있는 동안 한없이 늘어진 긴장의 고삐를 이런 식으로 당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Let’s go를 들었다. 갑자기 anything but ordinary를 부르는 여자에게 반해버리고 마는 것이 내 운명이 아닐까 하는 순진한 생각을 잠시했다. 객적은 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유쾌해져 한참이나 실실거렸다. 점심 무렵에는 핫쵸코를 마시며 Dido의 Here with me를 흥얼거렸고 가사가 마음에 와 닿는다는 생각을 주 잠시 했다. 그리고 이내 우울해져 버렸다.

퇴근하기 전까지 정치적 기본권을 끝내야 한다. 느긋하게 마시던 홍차를 한입에 맥주처럼 털어넣는다. 언어로 표현할 수 는 없지만 이 맛은 분명 로스팅으로 들어간 금잔화 꽃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이어피스를 꼽는다. 이렇게 번잡한 하루는 또 흘러간다. 혼자인 채로, 이해받지 못한채로, 그리고 고독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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