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 그런데도 왠지 맑게 보인다

어쩌면이란 단어에 이끌려 또 하루를 기다렸다. 하지만 어쩌면이란 단어는 실현성이 매우 낮을 때 쓰는 단어라는 사실 하나만을 배웠을 따름이다. 어느 누가 알까? 내가 무엇을 기다렸고, 그 기다림에 지쳐갔는지. 입으로 표현하지 않은 것은 결코 진실이 될 수 없는 법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무엇을 기다렸는지 평생 말할 까닭도 이유도 없기에 거짓으로 치부될지도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조차…

너군의 미니홈피에 들렸다가 르느와르의 뮬랭 드 라 갈레트를 발견했다. 뤽상브르 공원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던 르느와르의 그림 가운데 하나였다. 까닭없이 유쾌해졌다. 마치 처음 그 그림을 만난 순간을 되새기듯 눈동자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그림에 표현된 인물들의 표정 하나 하나를 찾아 신기한듯 관찰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의 겨우 그 당시 내가 느꼈던 감동의 침전물밖에 느끼지 못한다.

너군의 미니홈피에서 만난 독신증후군은 정말 재미난 글이었다. 몇년 전 우리 모두는 열병에 결렸는지도 모른다고 편지했던 자신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는 독신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는 너영민의 말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이러니컬하지만 두 사실 모두 진실이 되어버렸다.

몇년전에는 하나같이 사랑의 열병에 걸려 누군가를 사랑하기를 진심으로 바랬었고 지금은 사랑할만한 이끌림을 가진 사람만 사랑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랑받을 매력을 지니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인생이란 세상이란 그리 녹록하지 않은 것이라서 우리는 독신 생활을 강요받는다. 독신은 독신이되 비자발적 독신증후군인지도?

설 연휴를 맞이하여 지난 가을과 올 겨울에 찍은 사진들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나 만들어 보았다. 원래는 effection에 죽고 사는 나이기에 화려한 스킬을 써줄까 하다가 로모 스타일의 사진에는 오히려 정적이고 단순한 효과라 제격이란 생각에 그만 두었다. 어쩌면 인터랙티브 무비파일로 만들기 위해서는 효과를 최대한 자제해야 파일 적당한 사이즈가 나온다는 그간의 경험이 만들에 낸 결정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점심 무렵 MSN에 로그인했다. 주영군이 있었다. 까닭 없이 장난을 걸었는데 죽을래 죽을래를 연발하지만 끝까지 받아준다. 난데없이 고마웠다. 그 순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무언가 폭발할 것 같았는데 장난을 치고 나니 세상이 다시 밝게 보인다. 너무 오랜 정적에 휩쌓여 있던터라 그런 장난이 필요했었노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이런듯 하등 쓸모없는 장난으로도 우울함이 벗겨진다. 이래서 인생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라 한다던가?

근래들어 싸이질이라 불리는 폐인 모드에 관심이 쏠려간다. 의외로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주 위험한 독약이란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1촌따라 폐인 되기라고 했던가? 그 위력에 놀라는 하루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밝은 색상의 옷에 밝은 웃음을 짓고 다니니라 다짐한다. 거울을 봤다. 어느 사이에 나이를 먹은 완고한 표정이 얼굴 위에 떠올라 있었다. 부드러운 웃음따위는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 까닭없이 싫다. 정말이나 싫다. 이제부터는 헤프게 웃어나 볼까? 아무에게나. 까닭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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