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는 이랬구나

간만에 메신저에서 만난 친구에게 투정을 부렸다. 컴퓨터를 자유롭게 쓸 수는 있지만 그 만큼 휴가와는 거리가 먼 친구였는데 늦은 밤 혜화동 스타벅스에서 마시던 민트차가 너무 뜨거웠노라고 투정을 부렸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 보며 싸구려 커피로 졸음을 쫓아야 했던 친구는 조용히 오래전 어느 까페에 내가 올려 놓았던 글을 되돌려 주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개굴아! 올챙이 시절 좀 생각해 줘라. 지난 가을, 외로움에 허덕이고, 일에 허덕이고, 간만에 찾아온 여유에 어쩔줄 몰랐던 녀석이 이젠 배부름에 기억조차 망가졌구나.’ 친구가 보내준 글을 이러했다.

가을은 가을이나 봅니다.
며칠 동안 단풍구경 가자는 친구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다정한 커플들 사이에 껴서 길지기 역할을 맡아줄 사람이 저 밖에 없나봅니다. 하긴 연인끼리의 편안한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궂은 일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하긴 하지만요.

아무튼 힙겹게 제안을 뿌리치고 나니 정말 심심한 주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창경궁의 담길을 산책하고 인사동에 들려서 애플티를 마시기는 했지만 혼자서 찻집에 들어서는 저를 보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이상합니다. 심지어 주문을 받는 점원마저도 약간은 한심스럽다는 눈초리로 ‘일행 분 안오세요’ 이렇게 묻더군요. 아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찻집은 혼자가는 곳이 아니였던가 봅니다.

물론 함께 산책을 하고 찻집에 가고 싶은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을이 깊어져도 여전히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하더군요. 아무튼 간만에 한가롭던 주말은 이렇게 지나가 버렸습니다. 다음주부터는 중간고사에 슬슬 기사마감마저 다가오구요.

어린 시절 몸이 아플 때 먹었던 쓴약처럼 그저 눈을 딱한번 감는 것만으로도 목안으로 넘어가는 묘약은 없을까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묘약으로 말입니다.

두 개의 계절이 흘렀다. 삶에는 말도 안되는 여유가 흘러넘치고 혼자 마시는 차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차가 많아졌지만 친구들에 대한 배려만큼은 오히려 두 계절 전보다 못한 것 같다, 안부편지 한번 제대로 보내지 않으면서 투정부릴 것은 전부 부려대는 자신이 왜소하게 느껴졌다. 진정한 여유는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된다던 격언을 어느 사이에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지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움에 움츠려드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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