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릴 수 있다면 물리고 싶다

언제부터인지 ‘확인’이란 단어를 증오하기 시작한 것 같다.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삶이란 너무 재미없는 것이라 주장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확인이 반복될수록 줄어드는 예외에 힘이 부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확인’이란 과정이 힘들다. 그 확인이란 과정 속에서 나역시 상처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로는 늘상 두렵고 힘든 과정이 되어버린 듯 하다.

지난 몇주동안 옛날의 나라면 좀처럼 하지 않았을 생각에 몰두했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말이다. 사실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가장 쓸모없는 에너지 낭비가운데 하나이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과거 자체를 되돌린다는 것은 바꾸고자 하는 과거를 살아온 오늘의 나를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그 누구보다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는 내가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내 시간의 값어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느낌과 헛되이 버린 그 시간을 되돌려 받는다면 지금의 내 모습이 지금과는 확연하게 달랐을 것이란 확신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만약 일년하고 한달 전으로 되돌아갔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감에 넘겨버린 하나의 가정이 가장 냉혹한 현실이 된 것보다는 좋지 않았을까?

초희의 차 한잔 마시자는 청을 뿌리치지 않았더라면 “우리 다시 연인이 된건가요.” 하고 행복해 하지 않았을까? 설령 그렇지는 못했더라도 사랑은 식었지만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친구 하나를 얻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 어느 것 하나 얻지 못하고 흐름에 묻혀진 23살의 시간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 때 몰입하던 것 대신에 새로운 것에 몰입했더라면 조금 다른 사람이 되었을텐데. 그리고 지금 조금 더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텐데. 시간에 쫓기는 이런 기분 따위는 느끼지 않아도 됐을텐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의 선택을 후회해본 때가 23살이다. 어쩌면 그보다 오래 전에 벌인 실수가 몰아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난생 처음으로 후회에 몸을 맡겼다. 늘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자부했던 또 하나의 거만이 부셔진 시기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울 정도로 해놓은 것이 없다. 아니 해놓은 것은 많지만 어느 것 하나 자랑할 수 없는 것뿐일지도 모르겠다.

23살에 대한 기억이 근 8년동안의 기억가운데 유독 희미한 이유를 모르겠다. 정말 급박한 삶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조차 생상하게 기억하고 있는 나인데. 유독 작년만큼은은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나답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본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생각을 발전시킬 자료가 부족하다는 인식만 커져간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되찾고 싶은 마음마저 일지 않는 이 신기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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