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d & B&O A8

한참 학교에 다닐 때에는 지갑과 열쇠만큼은 꼭 챙겼던 것 같다. 혼자 사는 청년에게 지갑과 열쇠만큼 소중한 것은 없었으니까. 만일이란 가정조차 무의미해 보인다. 2년반이란 시간동안 단 한번도 지갑과 열쇠를 몸에서 떼놓고 다녀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집에 내려오고 난 뒤에는 필수품이 변했다. 열쇠와 지갑은 옵션이다. 휴대폰마저 가끔 심심할 때나 챙겨나가는 것이 되어 버렸다. 열쇠를 놓고 다녀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집에 내려오고 난 뒤에는 필수품이 변했다. 열쇠와 지갑은 옵션이다. 휴대폰마저 가끔 심심할 때나 챙겨나가는 것이 되어 버렸다. 열쇠를 놓고 왔다고 집에 못들어갈 일도, 지갑을 놓고 다닌다고 곤란을 겪을 일도 없다. 가끔 가방을 챙기지 않는 날에는 되려 소지품이 거추장스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주머니에 담겨져 있는 물건은 있다. iPod와 B&O의 A8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이것 역시 엄밀한 의미에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평범한 소지품일테지만 혹시 실수라도 이 녀석들을 놓고 오는 날에는 하루가 너무 괴롭다.

사실 A8을 장만한지는 별로 되지 않는다. 이어피스라기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가격이 매겨진 녀석이라 쉽게 스스로를 합리화 시킬 수 없었던 까닭도 있다. 하지만 열심히 에이징 중인 지금으로서는 너무나도 합리적인 결정이란 생각에 마냥 흐뭇하다

A8의 장점은 고음 처리의 우수성과 날카로움이다. 중저음 괴물로 불리는 EX시리즈에 비해서는 낮은 중저음 처리 능력을 가지지만 클래식을 주로 듣는 나로서는 소리가 뭉개지지 않아서 좋다. 게다가 바흐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라도 듣는 날이면 그 섬세함에 찬탄이 절로 나온다.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협주곡의 새로운 이면이 들린다. 그 때의 쾌감이란….

나의 하루란 지겨움의 연속이다. 전혀 지겹지 않다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테고 조금 지겹다면 사실을 은폐하는 것일 정도로. 이런 지겨움에 허우적 거리는 나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녀석과 몇몇 친구들 뿐. 그래서 요즘들어 더욱 이 녀석들이 사랑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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