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의 부당성에 대한 반증

근래 들어 인터넷을 떠돌아 다니는 온갖 팜플릿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논리적 빈약함에 안타까움이 앞선다. 정치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개념인 국회의원의 무기속 원칙이 무엇인지,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권리가 무엇인지(국회 의원이 아니다), 3권 분립의 원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지 또한 궁금하다.

사람들은 이번 탄핵을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반대의 이유 치고는 가장 단순하며, 무지한 대답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한다는 사실을 순수하게 받아들인다 쳐도 국민 대다수가 반대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지 난 정말 궁금하다. 1000명 내외의 전화 조사가 국민 대다수의 진정한 의사일까? 오차가 5%가 넘어가는 통계조사의 신뢰도는 진실 혹은 거짓 정도의 유의 수준을 지닌다. 말 그대로 믿거나 말거나이다. 아니 통계 조사의 신뢰성이 유의 수준 이상이라 쳐도 이천만에 육박하는 유권자가 법에 규정된 방식으로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국민의 의사가 이렇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아니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루머지만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대로 국민의 90%가 반대한다고 해서 탄핵이 위법이고 비민주적일까? 내가 되려 묻고 싶다. 언제부터 민주주의가 언제부터 머리수의 우세가 정의인 제도로 오인되는 전체주의였냐고? 민주주의는 정의는 머리수의 정의가 아니다. 각자 믿는 바 소신을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정의다. 소수의 의견이라고 해서 그것이 위법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과연 민주주의를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 다수의 의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향간에 유포되는 팜플릿들은 탄핵의 위법성 근거로 헌법 제1조를 근거로 든다. 이 팜플릿들의 저자는 아쉽게도 헌법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 같다. 헌법 제1조가 국민이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다수의 자연인이 아닌 명목적 국민이라는 사실을 식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광의로 해석할 수 있는 헌법 제1조의 국민은 순수헌법해석 측면에서는 의무도, 권리도 없는 ‘국민’ 그 자체일 뿐이다. 왜냐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국민의 권리는 뒤따르는 다른 헌법 조항에 의해서 보장 받는 것이지 헌법 제1조에 의해 보장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루머인 국민 대다수가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탄핵안이라 해서 헌법 제1조에 위배된다는 해석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1조의 국민은 반대 의사나 찬성을 표명할 수 있는 행위 능력을 부여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팜플릿의 저자는 허황된 논리로 법을 유린한다. 대부분의 법학자들이 탄핵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헌법 제1조가 아니라 탄핵 사유이다.

현행 헌법에 정의된 탄핵 사유를 열거 조항으로 보는가 혹은 아닌가에 따라 탄핵이 가능한가 혹은 불가능한가가 정의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판단할 헌법적 권리를 가진 곳은 법학자들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이다. 하지만 이 쓰레기 팜플렛의 저자는 마치 법학자들이 탄핵의 위법성 때문에 탄핵을 반대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위법성과 가능성은 전혀 다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음 문제는 국회 기능에 대한 오류다. 국가의 구성 요소는 국민, 영토, 주권이지만 국가 권력은 국회, 대통령, 법원으로 분립된다. 국회가 대통령직 자체를 없애는 결의를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는 위법 행위이지만 대통령 개인의 귀책 사유에 대한 탄핵안을 결의하는 것은 국회가 지닌 권리이자 의무다.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상호 견제 수단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한다 하더라도 귀책 사유를 범한(그것이 이른 바 통치 행위가 아닌 개인의 부도덕과 현행법 위반이라면)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하다.

법치 국가는 선인이다 하더라도 공동체가 정한 법률에 위촉되는 행위를 처벌한다. 선량한 사람이더라도 악한 사람이더라도, 인기가 많은 사람이던, 인기가 적은 사람이던 위법 행위에 대하여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 그리고 위법 행위에 대하여 판단할 권한은 사법부에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원은 사실과 행위에 대하여 판단하는 곳이지 개인의 인격과 인기를 판단하는 곳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탄핵을 반대하지만 난 탄핵 사유의 부당성을 적극적으로 증명하려는 사람들을 발견하지는 못한 것 같다. 선거법 위반이라는 사안이나 부도덕성(기억력 나쁜 사람들은 취임 전에 현대통령이 표명한 측근 비리에 대한 책임을 잊어버린 것 같다)에 대하서는 꿀먹은 벙어리이고 어설픈 논리와 지식으로 절차의 위법성과 허구에 가득찬 여론조사를 토대로 부당성을 지정한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주장과 이유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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