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sey Girl!

Stealing Beauty…그 후로 9년
일상을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나이를 먹었음을 감지하는 순간이 있다. 너영민, 사기꾼과 Jersey Girl를 보기 위해 극장에 앉아 있던 순간이 그랬다. 우리가 알게 된지 어느 사이 일곱해가 지났다. 어떻게 보면 일곱해란 시간은 매우 긴 시간임이 틀림없다. 고2 여름 야자를 튀고 보았던 아마겟돈의 주인공들이 다시 연인으로 나온 영화를 보고 있음에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브 타일러에게 처음 매혹된 시기는 16살 때로 기억된다. Empire Record도 보았고, 그녀를 위한 영화로 알려진 Stealing Beauty도 보았다. That thing you do와 Silence Fall도 보았으며 악의 꽃도 보았다. 얼마 전 지방시 향수 광고의 모델로 캐스팅된 리브 타일러를 보면서 내가 받은 느낌이 그녀가 나와 같은 세대라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놀라게 된다. 내가 나이를 먹은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멈춰 있던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벤 애플렉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굿월헌팅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97년 봄의 일이란다. 17살에는 굿월헌팅에 언급된 oral sex가 우리 사이에서 던져지던 가장 심한 sexual issue였는데 이제는 그런 것으로는 놀라지도 않는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그리고 이제는 넓게 벌어진 리브 타일러의 어깨를 보면서 되려 편안함을 느낀다.


Comfortable
Jersey Girl은 편안한 영화다. 갈등 구조가 복잡하지도 않고, 음악이 번잡하지도 않으며 고민 또한 길지 않다. 물론 주인공 커티가 태어나고 올리가 뉴저지의 시골 청소부가 되기까지의 런닝 타임이 조금 길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런닝 타임의 1/3이다) 게다가 음악 또한 듣기 편하다. 영화를 압도하는 OST Number는 없지만 시종 일관 적절한 빠르기와 멜로디로 집중을 돕는다. 강력한 클라이맥스는 없지만 클라이맥스가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한참이나 할말이 없어진다. 가족에 관하여, 과연 내가 저 상황에서 내 삶을 포기할 수 있을까? 죽은 아내를 몇 년이나 추억할 수 있을까? 자식이 내 삶에 주어진 기회를 포기할 정도로 중요한 것일까?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을 미루어 짐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나에게 닥쳐 온다면 어떻게 할까? 순진하진 않지만 냉혹하지도 않은 우리에게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뛰어넘는 난제다…

Thinkin
한참 뒤에 사기꾼이 한마디를 한다. ‘저지걸 재밌었어. 그런데 미국 영화는 상당히 가족 중심적이란 말이야.’ 우리와 가족 개념이 많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고 궁색한 변명을 해본다. 우리의 가족이란 어떤 의미에서는 ‘me’와 같은 개념이라서 그런다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욕망의 범위는 넓어져 가고, 포기할 수 없다 생각되는 것들이 많아진다. 예전에는 기꺼이 손에서 놓을 수 있다 믿었던 많은 것들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하게 붙잡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쩌면 나 역시 가진 것이 많은 자에 속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포기할 줄 모르는 나에게 대한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면서도 더 많이 욕망하고 더 많이 가지고 싶어한다.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한다. 물론 이미지를 고려해야 할 장소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의 뒷모습은 허망한 것이라 말한다.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일 테지 하고 생각하는 내가 무섭다. 너무 경쟁에 물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한다. 그리고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편이 남는 장사란 평범한 진리가 삶을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음을 인식한다.

But…
재밌는 영화, 편안한 영화지만, 사고의 음습함은 주어진 상황을 전혀 새롭게 해석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한 이야기보다는 행복한 꿈이 좋다. 프렌즈에서 로스가 청혼하는 느낌이 좋다고 할 때 강한 긍정의 고개 짓을 하는 것처럼. 암울한 나지만 경쟁에 물들대로 물든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이야기가 좋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이제는 나의 것이 되었으면 하고 욕망한다.

11 thoughts on “Jersey Girl!”

  1. 갑자기 내 자신이 바보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 아니면 도’를 추구하는 내게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 이성에게 공을 들인 시간이 지금껏 한번도 없었다는 생각을 했다. 군에 다녀오면 인내심이 길러진다고 하더니 정말 그랬던 것일까? 그러나 역시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면 바보같다는 느낌뿐이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중에서 가서는 후회할 것 같은 일들. 차라리 정해진 공식이라도 있었다면…
    그리고 ‘포관’에서 시선을 한참을 잡아둔 사람을 스쳤었다. 내가 돈이 많고 출중한 외모를 가졌더라면 전형적인 B형의 특징인 playboy가 되었을 듯. 한심하다, 한심해.

  2. 정해진 공식이 뭘까?
    십대 후반부의 긴 시간을 한 여자의 이미테이션을 찾아 헤매는 데 쏟아 붓는 것?
    아니면 이제는 기억조차 흐릿한 어떤 것에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
    그리고 후회하고 또 후회하며 가슴을 치는 것?
    그 어떤 불행한 공식도 네 삶에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이야.
    단지 현시점에서 외롭다고 정말 가진 것이 없는
    빈한한 자의 삶을 흉내낼 필요는 없다고
    정말 빈한한 자는 미래가 없는 사람이야. 가능성을 박탈당한 사람이지…

    어떤 이를 사랑할 때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고
    어떤 이를 증오할 때 지극히 냉정하게 미워하자.
    이것도 저것도 아닌 감정은 감정의 순수성을 약화시킬 뿐이야.

    예전의 난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의 난 인간은 고립된 섬이라 믿어.
    단지 여러 다리로 연결된…
    내 경우에 있어서는 인간이 섬이란 사실을 인정한 뒤부터
    삶의 평화를 되찾은 것 같아.

    도움은 안되겠지만…
    그 사람과 한 섬에서 부대끼며 동거하기 보다는
    편리한 도개교를 만듦이 어떨까?

  3. 그렇지. 하나의 섬이지. 아무래도 지금의 비이상적 상태는 수많은 사랑 노래, 그리고 가족들과의 오랜 이격(<-- 용어가 이상해-_-) 때문에 발생한 듯 해. 아, 이제 클래식이나 헤비메탈을 들을까봐. 최선을 다해서 사랑해보고 실패하면 어떤 모습이 될지 기대해라. 아마도 완전 고시모드로 들어갈 듯.-_-

  4. 다 좋다구 그런데 왜
    내 사이트 너네 동굴에 링크 안시겼어,,엉!!!
    그러기만 해봐,, 다 아를거다,,
    그리고 굴속 친구들 우리집도 좀 놀려오도록,,
    입장료 공짜임 ..

  5. 누나꺼 스킨 작업 끝내고…
    그런데 뭐를 이른다고?

    내 사생활 정도는
    아무리 공개해도 전혀 타격이 없다고…

  6. 절대 리플금지라는 너의 요구를 지켜왔지만 여기서 딱 한마디 아니할 수가 없구나.
    정말 그럴까? 타격이 없다고… 네 호언장담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구나.
    아가야, 마녀들 자극하지 말거라.

  7. 도전이라니요. 힘의 차이가 절대적이라면 도전이 아니라 ‘응징’ 내지는 ‘파괴’가 될 듯 합니다.^^

  8. 좋았어! 누님의 넓은 아량을 보여주지. 그런데 박군 약속 이행을 하셔야지. 오늘이 3일째야.
    사나이가 내기 약속은 반드시 지켜줘야하는거 아닌가?

  9. 역시 재치만점인 누님이십니다. 굳이 여기에 글 안 남기셔도 될 것인데.^^ 익아…매우 척박한 상황에서 군생활 중이구나. ㅋㅋㅋ

  10. 척박하기는…
    아주 행복한 군생활이라고.
    군생활이 아니라 내 삶에서 처음으로 받은 특별휴가라 해줬으면 좋겠어.
    자넨 아직 즐겨보지 못한 휴가라고….
    휴가를 끝내고 나면 난 얼마나 다른 사람이 되있을까?

    기대된다네. 그것도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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