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어린 시절 푸코의 진자를 읽으면서 가장 좋아했던 어구는 플로렌스 사람들이 즐겨 쓴다는 ‘주전자 뚜껑이 열리겠어’ 란 표현이다. 푸코의 진자를 읽은 이래 난 정말 진지하게 열 받는 일을 만나면 거의 원시인이 그렸을 법한 주전자를 그리고 나선 ‘뚜껑 열리내’ 하고 작게 메모한다. 그렇게 한 20번쯤 하다 보면 어느 사이에 마음이 진정된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예외인 것 같다. 주전자를 25번이나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컨트롤 되지 않는다. 되려 주전자를 볼 때마다 조금씩 더 짜증이 밀려온다. 길을 걷다 시비 거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이때다 기회다 하고 실컷 때려주고 싶기까지 한다.

그런데 내 불꽃은 분노와 짜증을 재료삼아 타오른단 말이지

가끔은 사건 최초 발생시에 내린 매우 순간적인 결정이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최선의 결정있었다는 사실은 인지하게 된다. 사건의 전개에 따라 순간적인 결정을 오류로 인정하고 번복하는 경우 거의 대부분은 치명적인 타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내 경우 역시 마찬가지 인 것 같다. 매우 순간적이고 이유도 모르는 결정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서 번복하게 되면 엄청난 재앙이 나를 기다리곤 한다. 재앙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입맛이 쓸 정도로…

지금도 그렇다. 2001년 봄에 내렸던 결정을 번복함으로써 내가 입게 된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서 손실률을 계산하기가 꺼려지는 정도이다. 그리고 이제는 멈췄다 싶었는데 난데 없이 튀어나와 머리 뚜껑을 열리게 만든다.

갑자기 옛말에 떠오른다. 사람을 사귈 때 절대 착한 사람과는 친해지지 말라고… 착한 사람들 대부분이 착한 가면을 쓰고 있는 것뿐이라고. 되려 퉁명스럽고 잔소리가 심한 사람이 휠씬 좋은 친구가 되는 법이라는 옛말 말이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고 있었더라면. 오늘날 내가 입은 손실을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한 때 그것 역시 그 사람의 성격이니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라 생각했던 내가 우습다. 가장 사랑했던 것들을 모두 잃어버렸는데, 이제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처럼 기억 속에서조차 모두 지웠는데 내게 더 이상 흘릴 피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어린 시절, 상식을 아는 사람이, 경우를 아는 사람이 되자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 거만하고 ‘싸가지’ 없는 성격이긴 하지만 최소한 지킬 것은 지키는 사람이라 자부하는데 왜 선량하게 살고자 하는 나의 뚜껑을 열리게 만드는 것인지… 대략 짜증이 난다. 그리고 몇 달 전 진지하게 고려했던 도개교 철거 공사 프로젝트를 현실화 시킬까 하는 생각도 든다.

9 thoughts on “짜증…”

  1. 그런가? 난 착한 사람이 되려고 했는데. 하지만 얼굴은 속일 수가 없더군.

    아가씨의 친구이름과 주소를 알아냈으나 대부분의 사진이 ‘1촌공개’로 되어있는 탓인지 볼 수가 없다. 괜히 들어갔나봐. 차라리 몰랐다면 그냥 조용히 지냈을 것인데, 이제는 시험기간에 ‘해킹’에 대한 방법을 연구하게 될 듯 하다. 완전 중증이야.

  2. 일촌을 맺자 네가 먼저 청하는 방법도 있지.
    대신 그 전에 우리의 사적인 대화는 미리 검색해서 수정을 봐야겠지.
    예를 들어 아주 유치한 방법이지만
    같이 듣는 수업 자료를 모아서 게시판에 일촌 공개로 올려 놓는 방법이 있지.
    뭐… 그 뒤는 알아서 잘 하겠지….

    얼핏 생각해 보니 자네 다이어리에서 두 개…
    방명록에서 몇개 게시판에서 몇개 정도면 돼.
    자네와 나의 블로그 링크만 지우고…
    어떠신가? 해킹보다는 그 편이 빠를 듯 싶어.

    그리고 다소간에 불법이긴 하지만
    현재 자네가 가지고 있는 정보 가운데
    충분히 패스워드를 알아낼만한 정보가 있지.
    ㅋㅋㅋㅋ

  3. 그 친구는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그리고 알지도 못하는 그 친구와 1촌을 맺는다는 것도 이상하고. 물론 1촌을 맺으려고 한다면 사후처리는 완벽하게 하겠지만…(군에서 하던 일이라서..보안감사를 대비해서 그런 것쯤은 쉽다. ㅋㅋ) 암튼 조금 여유를 갖고 기다려보기로 했다네. 물론 패스워드를 알아 낸다면 좋겠지. ^^

  4. 아니.. 아가씨 친구의 사진을 보려는 것인가? 그것은 아닐테고.
    아무래도 그곳에 자네가 원하는 사진이 있는 모양이군…
    그렇지 않다면야…
    음.. 생각보다 어려운 곳에 있군..
    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만 약간의 사기술이 필요할 듯.
    대충 방법은 생각났네.

  5. 이런.. 녀석하고는
    난 그래도 자네에 비하면 양반이군.
    아무리 보고픈 것이 있어도 과도한 집착은 안좋은 법이야.
    집착을 버리란 말야.

    한때 집착쟁이였던 나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후회스럽더라고…ㅋㅋㅋ

  6. 지난 10일에 치러졌던 모의토익 성적이 나왔다. 무려 640점. 군에 다녀와서 본 점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높은 점수이다. 게다가 시계를 잘못 봐서 완전 감으로 찍다시피 문제를 풀었음에도 저런 점수가 나온다는 것은 내 영어실력이 있다기 보다는 아무래도 토익시험문제가 개판이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암튼 성적확인을 했을 때 놀랐음. 그런데 왠지 공부를 하더라도 저정도 점수에서 머무를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ㅋㅋㅋ

  7. 일요일 열람실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 중이신가?
    오늘밤을 샐 자네를 생각하니 걱정이 조금 되지만.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하룻밤 잠정도는 희생할 줄 알아야해.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 자네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처럼 보인다는.
    찔리지? 암.. 그렇고 말고..

  8. 아…무박 2일을 함께 했지만 결국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다. 시험에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더군. 그래서 조용히 책이나 읽었지. 솔직히 이번 시험 너무 널널해서 공부할게 별로 없다. 내일 또 열람실서 미팅이 있는데….생각보다 기회는 일찍 찾아오는 군.ㅋㅋㅋ

  9. 이런…
    갑자기 우리가 느끼하고 위험한 늑대들이 되어 버린 기분인걸.
    열람실에서 무박 2일이라는 수식어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아무튼 공부 열심히 하라고.
    시험에 생각만큼 만만한 것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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