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life!

일어난다. 안경을 찾아 주변을 더듬는다. 못 찾으면 찾을 때까지 더듬는다. 창문을 연다. 아이북을 연다. Mail을 열고, 몽롱한 정신으로 tap-browsing을 시도한다. 밤새 아무 일이 없었으면 일어나 옷을 입는다. 밤새 이런 저런 일들이 벌어지는 날이면 아이북을 한 손에 들고 침대로 기어들어 간다. 그리고 나선 누가 깨우러 들어올 때까지 열심히 읽고 또 읽는다.

시간이 흘러 출근의 압박감이 느껴질 무렵이면 살포시 일어나 냉장고로 향한다.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시고 샤워를 한다. 근래 들어 면도를 띄엄 띄엄하는 까닭으로 시간은 별반 걸리지 않는다. 그리곤 나선 월·화요일에는 Angel 시즌4, 수·목요일에는 Stargate 시즌6을 시청해 준다. 늘 그렇듯 허술한 스토리지만 이야기에 대한 미묘한 욕망이 아침 30분을 낭비하게 만든다.

출근한다. 이때부터 진정한 스토커 행각은 시작된다. 살포시 싸이월드에 접속해 준다. 원철군의 충고대로 login은 생략한채.( 그런데 난 원래 말이지 우리집조차 login 안 한 상태에서 돌아다닌다고…) 아무튼 슬쩍 사진 한번 봐주고 공부에 몰입한다. 근래 들어 보고 있는 것은 거시 경제학인데 머리가 컸는지 처음 보았을 때보다 더 쉽고 재밌다. 그리고 나선 아까의 스토커 미니홈피에서 아무 글이나 하나 골라 행간까지 읽어나간다. 그것마저 지겨워질 즈음에는 iPod에서 게임 하나를 골라 배터리가 아쉽게 느껴질 때까지 열중한다.

또 한번 사진을 본다. 흐뭇하게 웃는다. 간만에 보는 생활어에 마음까지 훈훈해진다.(읽으면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는데. 나보고 쓰라면 죽어도 못쓰겠다.) 사실 생활어를 쓰는 때라고는 친구들을 만나고 난 하루 이틀 뿐이다.(특히 금군이나 사기꾼, 너군하고 만나면 이런 증상이 휠씬 심해진다. 생활어가 난무하는 내 일상 회화를 듣고 있노라면 내가 다 깜짝 놀란다.) 아무튼 스토커 행각을 잠시 멈추고 메일을 검색한다. 가끔은 SERI에서 나오는 리포트도 읽어주시고, 기분 나면 DW S.에서 제공되는 Analysis Report도 읽는다. 뭐 극도로 심심할 때면 심심풀이로 이런 저런webzine도 읽어 준다.

그런데 이렇게 무언가를 읽고 있노라면 시간은 무척 잘 가지만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갑자기 외롭다는 느낌이, 혹은 수다를 떨고 싶은 기분이 든다. 뭐 이렇다가도 전화에 시달리고 나면 넝마 같고 수다스러운 사람들의 입을 꿰매버리고 싶은 욕망에 시달린다. 사실 여기에 처음 배치 받고 전화를 받았을 때에는 밑도 끝도 없이 시작되는 비속어와 사투리에 놀라기도 했던 것 같다.(물론 이런 전화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 한 두통?)

그런데 지금은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그냥 30초 간격으로 “예”, “여보세요” 만 해주면 알아서 욕하다가 지쳐서 끊는다. 처음에는 신경질이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불쌍한 마음뿐이다. 입 아프게 떠들어대는 가련한 인간에 대한 동정심이 내가 선뜩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 같다. 그래 이렇게라도 떠들어서 마음이 풀어진다면 그냥 놔두자.

생각해 보면 철들고 나서 아직까지 남에게 욕을 들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친구들 마저 다들 얌전한 놈들인 까닭으로 애교 수준의 ‘놈, 자식’이 욕설의 최대치이고 그마저 자주 안 쓴다. 가끔은 녹음을 했다가 비속어를 한번 정리해볼까 하는 생각 마저 든다. 나에게는 너무나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다. 도대체 알지 못하는 낯선 타인에게 저렇게 당당한 비속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렇게 며칠쯤 시달리고 나면 저자세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제는 비속어 대신 “제발” 이란 어휘가 등장한다. 한번도 보지 못했던 인간성의 새로운 실태 같다. 이렇게 관찰하는 내가 비인간적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내가 착한 사람은 아니지 않았던가?

책을 읽는다. 20개월 안에 수집한 책들을 다시 읽기로 했다. 맹목적으로 치 달렸던 나의 독서 습관도 이제는 뒤를 돌아 볼 줄 아는 지혜를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라난 인식과 되 먹지 못한 성격은 예전에 내가 미쳐 몰라던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준다.

기억한다. 그리고 적용시킨다. 그렇게 하루는 흐른다. 6시 10분 전. 재빠르게 짐을 챙겨 퇴근해 버린다. 늘 그렇듯 음악을 최대 볼륨으로, 길은 인적이 뜸한 곳으로, 이렇게 하루가 흐른다.

그리고 이렇게 반년이 흘렀다.

5 thoughts on “Ordinary life!”

  1. 26개월동안 늘어난 것은 욕설에 대한 내성과 당당하게 지껄일 수 있는 배짱이라고 할까? 그리고 자네도 알다시피 난 어디까지나 얌전을 가장한 폭군이기 때문에 내가 화나면 물불을 안 가린다네. 그런데 그런 모습은 영원히 보여주기 싫구만. 게다가 친구들과 있으면 한없이 여유러워지기 때문에…^^

  2. 어제 IS-LM모델 마스터 했네.
    mankiw사이트에서 프레지던트 게임도 살며시 즐겨 주었는데
    절대 FDR을 못이겠더군.
    무려 세시간이나 쏟아 부었는데도 말이야.
    (http://bcs.worthpublishers.com/mankiw5/cat_070/game.htm)
    아무튼 생각보다 재밌는 게임이라네.

    오후에는 자네에게 부탁받은 일을 살며시 끝내주고
    군대간 친구 녀석 하나와 후배 녀석에게 편지를 써주어야 겠군.
    생각보다 바쁘다니까

    오늘 스캐너를 들여 놓게 되면
    일단 우리 사진 먼저 스캐너할 생각이라네.
    간만에 앳된 모습의 사진을 구경할 걸 생각하니 감격 스럽구먼.
    이번 주에 집에 다녀올 때 사진 좀 챙겨오구려.
    다음주에 내가 받아다가 스캔해서 돌려줄테니 말이야.

    참. 아이북의 데스크톱을 바궜다네. 다음주에 자네가 기절할지도 모르겠군.
    이 나이 먹어서 무슨 짓을 하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네만
    늘 그렇듯이 내 편이 되어주어야 한다구…

    거시는 이제 2/3를 끝냈네.
    수요일날 갈지, 목요일날 갈지는
    1/3을 언제까지 끝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지금 같아서는 목요일날이 유력할 것 같아.
    뭐 자네가 동기부여를 조금 해준다면 하루 빨리 갈 수도 있네.

    그럼 시험 잘 보시게나.
    어서 빨리 복학을 하고 싶은 마음과,
    현재의 주어진 휴가를 더욱 효율적으로 보내자는 마음에서
    10분쯤 갈등한다네.
    선택이 아닌 기분의 문제지만 말이야.

    너무 보고 싶어.
    (그렇다고 자네가 ‘너무’ 보고 싶은 것은 아니라네ㅋㅋㅋ)
    그래서 조금은 몸이 달아 있다네.
    이런 기분 참으로 오랜만은 아니지만…
    제법 오랜 만인 것은 사실이군.

  3. 이봐이봐~ 괄호를 칠 필요는 없잖아!ㅋㅋ
    아무튼 놀라운 회복력이야. 이제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인가?

    점심 때 참 많은 것을 물어봤다.
    자네 덕분에 점심먹을 시간도 생기고 좋다. 나중에 보답은 하겠네.ㅋ
    귀걸이를 해보라는 말이 참 좋았다. 애완동물 키우냐고도 물었고,
    어떤 가수 좋냐고도 묻더라. 커피 마시려고 했는데,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해서 정문에서 참살이길까지 가려 했는데
    중간에 실패. 다음에 먹자는 것을 끌고 중앙광장까지 가서 기어이
    사줬지. 너무 차가운 것 같은 느낌도 있어. 항상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거든. 가령 식사를 하고 나면 바로 ‘일어나자!’ 라던가…
    그래서 확신은 안 들지만…다음주쯤에는 한번….ㅋㅋ
    수요일에 영화보러 가자고 말 해볼 생각이니 하나 정하고 올라오시게!! *^^*

  4. 결정했네.
    스왈로브스키 귀걸이와 랑콤이나 헬레나 루빈스타인 립글로즈로..
    귀걸이는 해달라고 했으니 부담이 없을 것이고, 립글로즈는
    내가 주고 싶은 선물이니 받겠지.ㅋㅋㅋ
    그리고 다음주 수요일을 D-day로 결정!!

  5. 사람에 따라 어울리는 물건이 따로 있는 법이야.
    스왈로브스키는 절대 안어울린다 내 장담하지.
    저번에(사무실에서 빠져나와 서점에 앉아 있었지)
    올해 디자인이 소개되었는데 왠지 모르게 장식이 요란 하더라.
    전혀 스왈로브스키 답지 않았어.

    스무살 처자에게는 그 나이에 어울리는 것이 있는 법이야
    스왈로브스키나 랑콤, 헬레나 루빈스타인 모두 부적격이다.
    내 사진을 보지 않았더라면 10%쯤 옹호 해주었겠지만 절대 피하도록 해.
    되려 촌스럽고, 기호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까.

    강력하게 권고하는 바야!
    역시 천상 아무것도 모르는 단순한 사내들이 될 수는 없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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