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봄… 아무일 도 없었던 해

스캐너를 들여 놓았다. 디지털 카메라가 판을 치는 이 시대에 스캐너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생각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스캐너가 있었으면 하는 순간들이 너무 많다. 내가 가진 자료의 대부분은 아직까지도 paper book의 형태를 지니고 있으므로…

스캐너를 산 기념으로 2001년 어느 오후에 찍었던 사진을 스캐닝 했다. 지금이라면 절대 저런 사진을 찍지 않겠지? 지금은 구도를 분할하고, 가상적인 선이 겹쳐져 머리 속에 그려지니까 수십 번, 수백 번의 경험이 쌓이면서, 아니 포토샵에 능숙하면 능숙해 질수록 점차 목적 지향적인 사진을 찍게 된다. 아무렇게나 의도하지 않고 셔터를 눌러 본 적이 언제쯤인지도 모르겠다.

세안을 하다 거울을 보았다. 갈색으로 변한 얼굴색과 작아진 홍채가 눈에 띈다. 길게 자란 수염과 차가워진 눈을 본다. 눈만 차가워진 것이 아니겠지. 혀는 더 교묘해지고, 주변인들의 속을 수시로 뒤집어 놓을 테지. 너무나 현실적인 실용주의자가 되어 버렸고… 사진 속의 난 21살 풋풋한 청년인데 왜 이리 삭았단 말인가? 마음이나 얼굴이나 모두…

꿈을 꾸었다. 21살 사진을 찍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꿈을 말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즐거웠다. 지금 나를 괴롭히고 있는 많은 기억들을 모두 되돌릴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 때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고민은 반으로 줄어들고, 행복은 두 배로 늘어나겠지

6 thoughts on “2001년 봄… 아무일 도 없었던 해”

  1. 다시 군대를 간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물론 젊은 시절이 그립기는 하지만.
    지선을 만났네. 자네에게 숙제를 넘겼다고 좋아라 하더구나.
    녀석, 지선만은 피한다더니 결국 목요일로 약속을 잡았더군.
    난 수요일에 지선에게 아가씨를 보여주기로 했네.
    그녀석이 자기가 만나고 평가해 줄테니 그 후에 결정하라고 하더라.
    암튼 계획한 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2. 난 다시 시작해도 좋으니 지금 현재 머리 상태로
    3년만 되돌렸으면 좋겠다.

    ‘지선만’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술을 피하고 싶은 거였지.
    아울러 지난 4월의 내기에서의 패배도 추궁당할 것 같고…
    결국 맛있는 밥 먹기로 낙찰을 보았다.

    그리고 자네의 계획은 이미 지선에게 들었다.
    가능하면 주말에 빡세게 공부해서 수요일 저녁에는 올라갈 예정이니
    아마 나도 우연히 그 자리에 합석하게 될 듯.
    조금 긴 휴가를 즐겨보자구. 그런데 휴가라 하기에는 빈한 하구나.
    ㅋㅋㅋ

  3. 빈한 하다니…경제력이 약간 부족할 뿐 자네만 있으면 한없이 풍성한 휴가를 보낼 수 있으니 어서 올라오시게.
    도배라도 새롭게 하고 싶다만 여유가 안 된다네. 그냥 향수를 가져오도록.ㅋㅋ 수요일 약속은 잡았다.
    서울극장서 범죄의 재구성을 보기로 했다네. 필히 날 부르도록..^^

  4. 200페이지를 내가 4일 안에 볼 수 있을까?
    140까지가 상한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주말에 최대한 열심히 보도록 하겠어.

    도배까지야. 날씨가 너무 더우면 늘 그렇듯이 학교나 서점으로 숨어 들지 않을까?
    일단 수요일 오후부터 금요일까지는 휴가를 잡아 놓았네.
    토요일은 상항 봐서 결정할 예정이야.

    넌 수업듣고 난 놀고. 어디 한번 갈궈볼까?

  5. 집에 오니까 정말 좋다.
    봉기도 건강해서 좋고. 다만 레포트만 없다면 좋으련만.
    맘껏 갈궈 보시게.ㅋㅋㅋ
    어차피 수업은 별로 없으니…^^

  6. 내가 왜 그렇게 열심히 집을 오갔는지 이해가 되지 않나?
    봉기가 잘 있다니 다행이구나.
    재무관리 레포트 쓰려면 힘들겠소.ㅋㅋㅋ
    힘내시게! 난 어제 집에 오자마자 쓰려져 잔 것 같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