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ning point

비가 내린다. 창 밖으로 내리는 봄비를 바라 보다가 이내 젖어 들어간 꽃잎에 휘청거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흐뭇하게 웃어본다. 차분한 하루라는 느낌과 함께 가슴 속에서는 까닭 모를 행복감이 넘친다. 아니 까닭을 모르지는 않는다. 삶을 되돌릴 필요 없이도 유연하게 넘어가는 길을 찾았기 때문이리라. 나탈리 콜의 unforgettable를 듣는다. 몇 달 만에 이 곡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사랑에 빠질 때면, 혹은 사랑을 저주 할 때면 듣곤 했던 곡이라는 기억이 살짝 뇌리를 스친다.

깊은 잠에 빠지기 전까지 난 늘 내 인생의 전환점이 어디었을까 생각하곤 한다. 수많은 날들과 공간을 지나 과거의 행동과 결정을 검토해 본다. 물론 후회하기 위해서 이런 번잡한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다시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서.. 앞으로 내가 겪을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조금 더 영리해 지기 위해서 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런 분석 끝에 잠이 들면 난 과거를 다시 선택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에 서 있는 것이 보통이다.

터닝 포인트에서 내 선택은 다양하다. 현실이었더라면 과거의 선택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 판단하겠지만 꿈 속에서 난 과감한 결정을 즐겨 구사한다. 그리고 전혀 낯선 미래에 황홀해 한다. 이럴 수도 있었겠구나.. 이럴 수도..

삶을 10년쯤 되돌린다면 절대 인터넷에서 체스 게임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삶을 딱 8년 되돌릴 수 있다면 초희를 잃지 않았을 테고, 삶을 6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연히 서울대에 갔겠지? 삶을 3년 되돌릴 수 있다면 cpa 나 다른 시험 하나쯤은 합격했을 테고, 삶을 딱 1년만 되돌릴 수 있어도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초조감과 굴절된 영상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아침이 되면 강인한 운명의 힘을 느낀다. 운명이 아니라면 내가 여기 있기 않았겠지. 수많은 우연히 겹쳐 만들어 낸 내 길이 여기겠지. 마법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대도 절대 2001년 4월 20일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 같지 않다. 지금의 내가 내 삶에서 결코 포기 할 수 없다 생각되는 모든 것들이 주어진 순간이므로..

나 역시 마찬가지야. 그 시점 이후로는 전혀 다른 삶을 선택을 한다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겠지만. 그 이전의 삶은 하루도 포기할 수 없다네. 단 하루도. 지금보다 더 많은 가능성과 선택의 폭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10 thoughts on “turning point”

  1. 나를 너무 띠엄 띠엄 보는 것 같군.
    4월 20일이란 날짜를 그냥 아무렇게나 써놓은 날로 알고 있으신가 본데.
    자네를 비록 한 주 차이긴 하지만 그 이전부터 자네를 알고 있었다고.
    뭐 지금같은 사이는 아니지만…

    아무튼 우연히 행운이 찾아와 그 날로 되돌아 간다쳐도
    여전히 자네의 압제에 신음할 나를 생각하니 절로 끔찍해 지는군.
    각성해라.. 김군…

  2. 음? 우리가 신문사에 처음 들어간게 언제지? 4월 5일인가.. 그쯤 아니었나?
    왜 그런데 하필 4월 20일이냐. 나를 만나는 영광의 시간으로 바꿔야지

  3. 내 기억으로도 4월 5일 전후였던 것 같아.
    그리고 한 주 정도는 아마 서로 얼굴도 거의 못봤을 거야.
    기껏 15분 정도 봤으려나?

    하지만 4월 20일 이전으로 돌리게 되면
    내 절친한 술친구 한 사람과
    작고 어여쁜 벗이었던 한 사람이 내 삶에서 지워지거든.
    뭐 그 전에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면식이 있다는 것하고
    인식 안으로 들어오는 것하고는 다르지 않겠어?

    그런데 언제 오냐? 못본지 벌써 7달도 넘었다.
    뭐 다들 슬슬 잠수타는 분위기이던데. 나도 동참할까나?

  4. 나도 이름 ‘빨갛게’ 나오게 하고 싶군. -_-
    그나저나 주영의 활약이 갑자기 돋보이는데..
    익, 너 뭐 죄진 것 있냐?
    뭔가 바라는 ‘몸짓’같은데….

  5. 음… 익산 친구라. 우리한테는 왠지 낯선 단어인걸.
    내 고등학교 친구들의 경우 다들 인근 도시에 흩어져 사는 까닭으로
    실제로 여기 사는 친구들은 그렇게 많지 않아.
    그 나마 다들 복학해서 부유 생활 중이고…
    아무튼 내 고등학교 친구들은 벌써 햇수로 7년이 넘도록 부대낀 사이라구…
    삐~~익 김군 틀렸소이다.

  6. 홈페이지에 무언가 기입해 보라구
    빨간색은 링크가 있을 때만 뜨는 것이거든.

    죄진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저번에 사진 가지고 한번 놀리긴 했지만
    그 정도 가지고 째째하게 굴 김군도 아니구.

    그리고 우리 김군이 얼마나 쿨한데.
    public service중인 나한테 뭐를 바라겠어…
    (난 6월 2일이 무슨 날인지 절대 모름)

  7. 말길을 못알아먹는군 -_- 4월 20일에 누구랑 헤어졌길래 라는 답에 직설적으로 대답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 라고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뭐 굳이 말하지 않는다면 따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취소했는데 웬지 너 찝찝하라고 썼다 -_-

  8. 말길이 아니라 말귀가 아닐까? ㅋㅋㅋ
    찝찝하기는 뭐가 생각이 나야 찜찜하지.
    혹 내가 4월 20일에 누구에게 채였나?
    아무리 기억을 헤집어 봐도 모르겠는걸.

    아무튼 귀국 날짜도 안알려주다니 너무하오!!
    어쨌든 2학기때는 복학하는 것이지?
    나중에 학교 놀러갔을 때 나랑 안놀아주기만 해봐….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