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

특정 장소에 가면 즐기지도 않은 담배 한 개피가 피고 싶어진다. 나에게 있어 경기전이 그런 장소이다. 하늘을 가린 커다란 나무와 바람에 속삭이는 대나무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난 어느 사이에 스무살 겨울로 돌아간다. 첫사랑은 아니지만 어딘지 첫사랑 분위기가 나던 그때로 말이다. 하긴 그 후로는 늘 헛물만 켰으니 현재로서는 마지막 연인인가? 이런 저런 상황이 만들어 낸 소소한 유희를 제외하고는 그렇군.

찍어 놓고 나니 어색한 사진이다.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각도로 찍었건만 그녀가 빠진 사진은 왠지 어색하다. 너무 어색해. 누이가 한마디 던진다. ‘내가 봐도 영 아니란 것은 잘 알지?’ 영 아닌 사진이란 것은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인물 사진에서 인물을 빼버린 채 배경만 남긴 사진이 어색한 것은 당연한 일일테니까… 아! 생각해 보니 그날은 눈도 내렸었다. 눈이 포석 위에 가볍게 쌓이던 시점이었지. 기억을 되돌려 보니 이곳을 지나던 행인이 찍어준 우리의 사진은 정말 이상했다. 그래서 이렇게 어색해 보이는 것이었군. 잘못된 사진을 똑같이 다시 찍은 사진이니 말이다.

뭐 그렇다고 옛날이 그립다는 것은 아니다. 문득 편지가 쓰고 싶어져서 이러는 것이리라.. 다소 나이든 내 문체를 있는 그대로 즐겨주었던 친구 하나가 그리워서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쓰고 싶은 말은 많은데 다소 연약한 모습이어서 이런 것이리라. 문득 펜을 든다. 그리고 이내 다시 내려놓고 만다. 멋쩍은 걸. 이제와 나의 친구에게로 시작되는 문장을 쓰기에는 어색한 걸.

8 thoughts on “경기전”

  1. 경기전갔었냐?
    녀석.. 전주 종종오는고만?… 아니면.. 어디에있는걸 가져왔을지도 모른다만.

    경기전.. 내가 작년 가을에서 겨울까지 경기전 옆에있는 소방서에 살았었잖냐
    그때.. 아침마다 경기전가서 운동하곤 그랬다.

    거의 철권의 화랑이 수련하는듯한 배경그림이지…ㅎㅎㅎ

  2. 이과 정훈군이 레포트써야 한다고 픽업하는 바람에 한달 만에 다녀왔어.
    오후 3시에 출발해서 밤 9시 20분에 들어왔음.
    당구치고, 밥먹고, 경기전에서 사진찍고(알다시피 난 절대 퍼오지 않는다구요.. 군)
    그러다 보니 시간이 너무 쏜살처럼 지나가서 깜박했네. 미안…

    아무튼 경기전의 배경이야 좋지.
    그 묘한 분위기는 한참을 그곳 평상에 앉아서 감상해야 알 수 있긴 하지만.

  3. 내가 봤던 경기전의 모습과는 약간 다르네.
    다시 한 번 가볼 필요가 있을 듯.
    나중에 시간되면 한 번 놀러 가겠네.

    나쁜 습관 때문에 또 잠을 안 자는 중이야.
    하지만 다음주는 열심히 중도관에 나가야지.
    이제 놀 시기는 많이 지났다고 생각하지만, 다다음주는
    정말로 놀기만 하다가 끝날 것만 같다.-_-

  4. 저 쪽은 경기전 안에서도 실록 사고 쪽의 공간이야…
    대나무 군락이 만들어 내는 을씨년스러움 덕분에
    다른 공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만들어 내지.

    아무튼 아버님 뵈러 내려올 때 연락주게나.
    저번에는 스무살 무렵의 일상적인 산책로를 안내 했으니.
    이번 기회에는 조금 특별한 산책로를 안내하겠네.

    그때와는 많이 변했다만….
    예전에는 주변이 마냥 한가로운 동네였는데
    요즘은 이런 저런 양식의 요사한 건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예전처럼 한적한 맛이 없어졌어.

  5. 담배 즐 담배 즐 담배 즐 담배 즐 담배 즐 담배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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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2년 2학기 기말 고사때
    자네가 인적자원관리 시험보기 전 점심 시간에 날린
    전화가 생각나는군.

    내가 친구(?)와 만두국 먹으러 간다니까
    나도 먹고 싶어를 5분 동안 연발했던 기억나던가?
    소소한 호시심으로 숫자를 세워 봤는데 대략 50에서 60번은 같은 말을
    반복했던 듯… 가끔.. 박양 미워라는 말도 했군.

    뭐 그때의 충격에 비하자면 요것은 애교로 봐줄만 한데 ㅋㅋㅋ

  7. 박양 즐 박양 즐 박양 즐 박양 즐 박양 즐 박양 즐
    박양 즐 박양 즐 박양 즐 박양 즐 박양 즐 박양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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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얼! 어째 집떠나 고생하더니 정신 연령이 자꾸 내려간다.
    요것도 애교로 봐줄만 한데…

    그런데 자꾸 내가 모르는 [즐]같은 단어로 테러하면
    좋아한다고 쫓아다니면서 괴롭힐 테다.
    끔직하지? 소름 돋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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