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 Ug…

Shut Up!-Black Eyed Peas
출근과 동시에 듣기 시작한 곡이다. 어쩌면 하루 종일 이 곡 하나만 들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아침부터 거시 경제학은 한켠에 밀어두고 슈테판 츠아이크의 ‘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을 꺼내 들었다. 머리를 맑게 해주는 민트차 조차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듯 싶다. 맑다 못해 아예 비어버린 듯한 지금의 이 상태는 무엇일까?

사실 아침에 가방을 챙기면서 꺼내든 책은 ‘실행에 집중하라’라는 경영 단행본이었다. 뭐 저자의 명성만큼이나 재밌는 책이라는 리뷰를 몇 개나 읽었음에도 기분은 푸세의 이야기에 손이 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집을 나서는 길에 아직까지 버리지 않고 보관하던 십대 시절의 마지막 비망록을 재활용 수거함에 넣어 버렸다.

비를 맞다
간만에 비를 맞았다. 가장 비가 약한 틈을 타서 내지른 걸음이었는데 결국 난 폭우 속에 갇혀 버렸다. 어깨와 머리칼은 순식간에 젖어 버렸고, 지대의 특성상 바람의 소용돌이는 비의 무게를 몇 배는 무겁게 만든 것 같다. 겨우 몇분 동안이지만 비에 그대로 노출된 어깨와 등판은 주먹으로 맞은 것처럼 저리다. 비를 맞고 있는데도 정약용의 글 한 편이 생각났다. 수영에서의 부역이 다른 부역보다는 배는 힘들다던 글이 말이다. 차가운 바닷속에서 하반신을 하루쯤 담그고 있노라면 허리가 망가져 버린다던 그 글이 갑작스레 생각난 이유를 모르겠다.

비를 맞고 있노라면 몸에서 열이 난다. 그런데 피는 차가워진다. 머리에서는 현기증이 나도록 열이 나는데 생각은 매우 차가워진다. 문득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아닌 하늘마저 나를 우롱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늘마저 나를 미워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산 없는 불쌍한 청년을 위해 빗발을 약하게 해줄 그만한 배려도 없는 것 같으니라고…

밤새 뒤척이다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자꾸 뒤척이며 잠을 깬다. 밤새 아프다. 처음으로 쇠약하단 생각이 든다. 만약 이것이 꿈이라면 악몽일거야. 이렇게 아픈 악몽은 처음이야. 온몸이 저린 이 느낌을 HDD처럼 편리하게 지워버렸으면 좋겠다. 꿈 속에서 내가 오래 전 썼던 편지 한 통이 생각났다. 항상 그렇듯이 내가 날리는 비수는 되려 나에게 돌아오는 법이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려는 목적으로 날린 비수는 상대가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아도 두 배는 아픈 비수로 되돌아 온다던 사소한 진실이 떠오른다.

촛불처럼 나의 삶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리 저리,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떨어트리는 촛농은 내 생명을 태움과 동시에 이 곳 저 곳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법인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촛대의 전설과 마지막3분의 줄거리가 생각남은 왜 일까? 시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츠바이크 전집과 두산동아에서 나온 사이언스북스 시리즈를 다시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낙’으로 결정될 것 같은 예감이 현실이 되는 모양이다. 붙는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아둔한 짓이지만 ‘낙’이라면 기분 좋은 충전 시간이 되겠지?

시라노보다 낫다던 착각
사람마다 몇 가지 착각을 지니고 있다. 내가 면도를 하려 거울을 볼 때마다, 애프터 쉐이빙 스킨을 바르면서 하는 생각은 시라노보다는 내 코가 멋지다는 생각이다. 시라노보다는 내가 휠씬 나은 외모와 조건을 가지지 않았을까? 시라노보다는 행복하겠지. 단지 내 코가 휠씬 잘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생각해보면 정말 웃기는 착각이다. 그는 시대를 앞선 문호이고, 난 시대를 뒤쫓아가기 바쁜 범부에 불과한데.. 내가 누구를 보고 안도감을 느꼈던 것일까?

시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답지 않아. ‘바다다 들린다’ 의 아름다운 배경보다도 ‘시답잖아’ 한 마디만 기억하는 난 뭘까? 시답지 않은 짓은 그만 두어야 겠다. 스스로에게 허락한 휴식 기간을 재미있게 즐기고 나면 다시 ‘나를 위한 삶’으로 복귀해야지.

8 thoughts on “U. Ug…”

  1. 7월에는 올라올 이유가 없어져 버렸겠군.
    하지만 어느정도는 예상했던 일이잖은가?
    힘내서 다음 기회를 노리시게나.

    실체를 알아갈수록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다.
    이것이나 저것이나 다들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놀고만 있으니 큰일이네.
    먼저 컴퓨터를 없애야 할 것만 같아. -_-

  2. 고맙네.. 뭐 내가 너무 거만했던 탓이겠지.
    72점쯤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78점을 훌쩍 넘어버리더군.
    하여튼 운에 나를 맡기는 어리석은 짓을 하다니.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어.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어디까지나 나름대로였단 말이지…
    (남 보기에는 수준이하였다는 말씀….)

    아무튼 조금 힘이 없는 것은 사실이야.
    무엇이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인지 생각해 봐야 겠어.
    간만에 SWAT분석을 해야할 듯…

    하지만 뭐 인생을 살다보면 소소하게 지나칠
    이런류의 암담함에 낙담할 내가 아니니 말이야.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나.

  3. 미술감상 숙제를 다시 봤더니 완전 엉망이더군.
    그래서 새롭게 다시 쓰기로 했다네.
    이번주에 공부도 해야겠지만, 이 숙제를 끝낼 생각이야.
    나중에 한 번 구경해주게.^^

  4. 한때 중앙광장에서 SPSP를 본 적이 있었지. 아마 2002년 이었을 것이야.
    SPSP는 임용시험에 떨어졌던 관계로 1년을 풀로 중앙광장에서 살았는데.
    우연히 나 역시 옆에 앉았던 적이 있다네.
    내가 슬쩍 인사를 했더니 그 쪽도 받아 주더군.
    불어 시간에 되게 웃겼어요 등등…

    그렇게 슬슬 말을 터가는가 싶었는데 느끼한 애인 놈이 나타났지.
    외모로 남자를 평가하지는 않네만 최악의 사내였어.
    아무튼 가끔 인사만 했던 것 같군.

    자네에게서 중앙광장에 익숙한 얼굴이 많다는 말을 들으니 문득 생각나는군.
    한동안 못만나다가 다음해 봄에 다시 봤는데.(그때는 정장차림이었네..ㅋㅋㅋ)
    그 자태가 머리속에서 깨어났어.
    아무래도 말이야. 이름조차 제대로 모른채 별명으로만 불리는 아가씨지만
    어째 평생 우리 기억을 따라 다닐 듯 싶군.ㅋㅋㅋ

  5. 그렇지. 잊지 못할 사람 중 한명이지.ㅋㅋㅋ
    벌써 2년이 넘게 지났는데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속눈썹까지 기억이 나고 있어.

    과외하고 싶다.
    사고 싶은 것은 많은데 돈이 없어.
    이러다가 애인이라도 덜컥 생긴다면 감당할 수 없겠는데.

  6. 그 속눈썹마저 기억한다.
    ㅋㅋㅋ 조금 야시럽지만 난 향수냄새까지 기억한다.
    국제관 엘리베이터에써 그분이 들었던 음악도 기억하고
    멜빵 바지가 그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여태 수많은 흡연씬을 보았지만.
    21살 겨울 경영대 벤치앞에서 태우시던 그 한 개피는
    소름 돋게 멋있었어…

  7. 특유의 애교는 기억나지 않는가?ㅋㅋ
    아쉽게도 흡연씬은 못 봤으나
    거의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었다.

    왜 우리는 엠에스엔을 놔두고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일까?
    싸이에서도 그렇고.
    암튼 우리도 평범하진 않은가봐? ^^

  8. 그것까지 기억하면 오늘 우리 잠 못잖다구.
    흡연씬은 여태까지 내가 본 것 중 가장 우아했음.
    심장이 어찌나 뛰던지… ㅋㅋㅋ

    그런데 이런 대화도 재밌지 않나?
    메신저의 챗은 생각하고 추억할 여유가 없지 않은가?
    만약 메신저였더라면 spsp의 기억을 이렇게 재밌게 회상하지는 못했을 걸.
    아무튼… 빨리 다시 기억에 묻어야지.

    싸이를 꾸밈은 다 그 이유가 있어서야.
    이 곳은 어쩌면 그 아가씨가 쉽게 발걸음을 할 수 없는 일종의 포메리움이 아닐까 싶어서…

    처음부터 읽는데는 2시간쯤 걸릴걸
    게다가 의도적인 생략이 곳곳에 사용되고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면 모르는 부분도 곳곳에 존재하고…
    아무튼 그렇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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