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랜 친구에게

아직도 선셋대로의 Perfect Year를 듣고 있노라면 눈꼬리가 심하게 떨려온다. 이성은 [나트륨마그네슘 부족이야]를 연발하지만 감성은 아직도 내가 살아있기에 그런다고 말한다. 아직 살아 있기에 눈꼬리가 떨려오는 것이라고.. 먼 훗날에는 그것마저 멈추겠지만 지금은 아직 살아 있노라고..

성우의 싸이를 발견했다아니 발견했다기 보다는 지금껏 찾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찾으려는 의지가 나에게 있었다면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은 키워드를 알고 있는 사람이 나였으므로 이제야 발견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2000년 어두운 극장의 대기석에서 발음해주던 녀석의 아이디를 까먹었다는 것은 나조차 요령부득이다. 8살 때 외운 녀석의 집전화를 오늘까지 또렷하게 기억하는 내가 6개 문자로 구성된 아이디 하나를 잊어버렸을 리 없다.

사실 많이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대학에 가서 원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한평생 그 부족함을 채우지 못한 채 살았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난 경찰서 앞 사거리 신호등 옆을 지나칠 때면 그 날의 약속을 기억하곤 한다. 12살 꼬맹이의 약속이지만 난 그 약속의 반을 지켰고 온전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기에..

다른 친구라면 그가 나의 친구라는 사실만이 중요했지 그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던 듯 싶다. 다른 길을 걷고 있더라도 그와 나의 우정의 밀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친밀함이 우정 이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조금 더 예의가 없어지고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그가 나와 같은 길을 걷기를 희망한다. 혼자 길을 걷기 보다는 그에게 의지하며 길을 걷고 싶기 때문이리라. 늘 저 잘난 맛에 취해 사는 것처럼 보여도 힘들고 고된 길을 걷고 있노라면 그 길을 같이 걸어줄 친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녀석이 아닌 다른 친구였더라면 견실한 카운셀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녀석에게만큼은 할 수가 없었다. 어딘지 삶의 중요한 축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같은 길을 걷기로 약속하고 점 찍어 놓은 친구 녀석의 반항에 솔직히 화도 났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어린 시절 내 삶에 가장 중요하던 믿었던 또 한 사람을 잃어버렸다.

시간이 흘렀다. 녀석에게도 시간이 흘렀고 나에게도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아파했으며, 무엇보다도 원철군을 만났다.(요즘 마음에 안 들어. 이 폐인!!) 그리고 며칠 전 녀석의 싸이로 가는 키워드를 머리 속에서 꺼내 들었다. 물론 기청군의 한마디가 계기를 만들기는 했지만..

사진을 보았다. 글씨를 보았다. 문체를 보았다. 너무나 익숙한 존재라 단지 그것만으로도 머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림이 그려졌다. 아주 작은 버릇마저도 여전히 모두 기억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티백에 메모된 숫자 하나를 통해서 내가 살려낸 기억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는가? 18살 준호에게 보낸 내 편지를 네가 읽고 찬익스러운 문체라고 평했던 것 까지 기억한다고.. 16살, 연합고사 일주일 전 내가 건네준 초콜릿을 먹던 네 모습도 기억하고, 21살 같이 [미인]을 봤던 비오던 그 날도 기억한다고.. 10살 때 입었던 너의 세로줄 무늬 자켓마저 기억하고 있더군..

어쩌면 시간이 나에게 지혜를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나와 같은 길을 걷자고 강요하지는 않을 거야. 다만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이 조금 순탄하고 편한 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것이 최선이라고 강요하던 버릇도 이제는 사양하고 싶어. 너에게는 네가 걷고 싶은 길이 있고, 나에게는 내가 걷고 싶은 길이 따로 있는 법이니까. 비록 다른 길을 걷더라도 추억이 사라지는 것은, 우정이 희미해지는 것은 아닐 진데 너한테만은 왜 늘 많은 것을 바라고, 많은 것을 요구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미안해. 그리고 언제나 이것을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돌아온 것을 축하해..

5 thoughts on “나의 오랜 친구에게”

  1. 나름대로 고시생으로 돌변하기 위한 과정이라니까.ㅋㅋ

    그러나 오늘은 너무 힘들다.
    어제 심하게 무리해서 버텼더니 앉아만 있어도 식은 땀이 흐른다.
    비단 술과 담배가 그런 작용을 한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담배만큼은 유독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벌써 다음 학기는 휴학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니.
    암튼 꼭 붙어야지.

  2. 어이 학생!! 난 학교가 다니고 싶어 몸에서 병이 날 지경이라고.
    이 고루하고 죽어버린 시간이 미치도록 혐오스러워
    강력한 세뇌를 인지에 강요하고 있는 중이지.

    말은 안하지만 나 역시 이 시간이 미치게 싫다.
    표정은 늘 그렇듯 평온하지만 속으로는 구토가 나와.
    인간이 이 정도로 인간을 혐오할 수 있다는 사실이
    순수하게 분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하라고.

  3. 앗 어째서 나트륨이라고 쓴 것일까요? 마그네슘이 맞는데. 나트륨과 마그네슘도 구분 못하는 학생이 된 것 같군요^^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