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그런데 우산이 또 없다.

우산이 또 없다.
한참 학교에 다닐 때에는
늘 신문사에 예비용 우산을 놓고 다녔다는 기억이 났다.
장과장이 오늘 조판한다고 그랬는데.
이런 아니군. 다음주로 옮겼다고 했지.
아까 문자까지 봤으면서 기억력 하고는…

늘 그렇듯 10분 일찍 퇴근했지만
우산이 없는 까닭으로 현관에 서서 비구경을 했다.
끝을 모르고 쏟아지는 빗줄기와 바람을 뺨으로 느끼면서
문득 과거의 한순간이 떠올랐다.

이렇게 갑작스레 비가 오는 날이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늘 우산이 없었다는 기억과 함께
아주 가끔 내가 우산이 있음에도 없는 척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녀석과 우산을 같이 쓰고 있노라면
내 왼쪽 어깨가 젖곤 했었는데.
그런데 어떻게 왼손잡이가 우산까지 썼으면서
왼쪽 어깨를 젖을 수 있었던 걸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런 감정도 남아 있지 않다.
설레임도, 아쉬움도, 애달픔도…
아주 사소한 감정의 앙금조차 찾을 수 없다.
불과 한해 전에는 그 작은 숨결로도 그렇게 행복했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낯선 사람이 되어 버렸다.
수많은 정보가 머리속에 기록되어 있긴 하지만
꺼내보는 일이 없다. 사실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원래 목소리가 어떤 것이었는지도 생각나지 않고
절친한 친구의 통화 속에 가끔 들려오는 목소리가
녀석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산을 쓴 사람들이 보인다.
좁은 우산 안에 어깨를 밀착시킨 사람들도 보인다.
그런데 지금의 난 차라리 비를 맞을 만정.
낯모르는 사람과 우산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따위는 없다.

[#M_ 난 어떤 의미였을까?| 아무것도 아니었군 ㅋㅋㅋ |
문득 녀석에게 난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고개를 치켜든다.
친구. 혹은 그냥 아는 사람. 가끔 유용한 사람
알긴 하는데 알아서 귀찮은 사람.
아니면 어이없는 놈…_M#]
어깨가 비에 젖어 든다.
짧은 머리칼은 비를 머금고 무거워 진다.

한 때는 그 순간 순간이
내 삶에 주어진 신의 선물이라 느껴졌는데
지금의 내가 느끼는 그 순간은 무채색이다.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채
그저 존재하는 기억의 한 형태로 남아있는

삶이란 이래서 재미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영원한 것도 없다.
사랑도 미움도 질투도.

시간이 지나면 흐릿하고 희미한 흑백의 스틸 컷일 뿐이다.

9 thoughts on “비오는 날… 그런데 우산이 또 없다.”

  1. 역시 2박3일은 무리였다.
    특강과 미술감상도 안 들어가고 완전히 죽은 듯이 누워있었건만
    전혀 회복되지 않고 있어.
    게다가 비까지 내리니까 정말 정신 못 차리겠다.
    운동을 하던가 해야지.-_-

    매일 이렇게 어중간한 시간에 일어나서 뭐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제 놀더라도 자제해야겠어.
    그리고 전화 못 해줘서 미안하네.

  2. 이런…
    녀석 내일 모레면 6월이다.
    복학한지 3개월이 지났다고.
    물론 그 3개월 동안 나 역시 그다지 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제 시간에 자고 제 시간에 일어난다는 원칙은 분명히 지키고 있어.

    차라리 며칠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는데 집중해.
    무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없이 빨리 회복하는데에 만 집중하라고…
    며칠 그렇게 쉬고 나서 6월에는 기억을 완전 소거시킨 채
    새 기분으로 살자… 새 기분으로 말이

  3. 오늘 하루도 쉬는 데 집중했어.
    토플하는 애들이 계속 찾는데 그냥 무시해 버렸다.
    다음주에는 벌금을 들고 찾아봐야지.
    어서 방학하면 좋겠어.
    전화도 가지고 다니기 싫고,
    머리도 자르고 싶다.
    아무튼 일단은 기말고사에 총력을 기울여야겠다.
    그러고 보니 자네 목소리를 들은 것도 상당히 오래되었군.

  4. 우리 6월에는 의욕적이고 능률적인 시간을 보내자고.
    주말에는 푹 쉬고…
    아무튼 아무것도 신경쓰지 말고 푹 쉬시게나..

  5. 기말 준비하려니 생각보다 할 것이 많군.
    다음 학기에는 가능하면 교양은 듣고 싶지 않다.
    이상하게 교양은 정이 안 가서…공도 안 들이게 된다.
    너무 원대한 목표만 세운 듯 해서 부끄럽다.
    암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청소하고 샤워하니 참으로 상쾌하구만.
    싸이에 들러서 음악감상 하면 좋을 것을..자네 집에서 못 들으니 아쉽구만.
    나중에라도 들러서 감상하시게. ㅋㅋ

  6. 음…
    이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웹표준을 무시한채
    MS의 익스플로러 스크립트로 작성된 싸이의 문제라고 봐.
    사실… 데이터 베이스하고 연결되는 것도 엉망이고.
    아무튼 싸이는 그래서 싫다.
    비록 나 역시 꾸미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를 위해서라던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는 아니라고…

    난 8시 반까지 늦잠을 잤네
    일요일이라 알람이 울리지 않은 까닭으로…
    어째 오늘은 열람실에서 하루 종일 살 것 만 같은데..
    즐겁고 보람찬 하루가 되시게…

    그나 저나.. 자네의 마음을 오래 사로잡을 그녀는 없단 말인가?
    너무 빨리 흩어지는 자네의 열정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네

  7. 어이 이 그림 넘 좋다 자세한 소개와 사이트를 알려다오 ….

  8. hermit에서 물어봐.
    내가 비오는 날이 담긴 그림이 너무 없노라고
    투정부리고 있으니까 찾아줬어.
    까유보떼 거란. 반 고흐거랑.. 마네 것 몇점이었는데
    이 그림만 작가를 몰라. 현대 작가라던데….

  9. 캐나다 작가 Brent Heighton의 작품임. 현대작가로 수묵담채화 같은 느낌의 그림을 많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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