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본능…

회귀 본능은 연어에게만, 혹은 여우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있음을 깨닫는다. 삶은 끊임없는 오르내림과 진퇴로 이루어진다 말한 사람은 누구일까? 제목조차 생각나지 않는 어느 책의 한 구절이 머리 속을 붕붕 떠다닌다.(개인적으로 구절이란 단어보다 귀절이란 단어가 좋았는데…) 한참이나 앞서가는 듯 싶더니 이내 뒤에 쳐져 버린다. 뒤에 처져 있는가 싶으면 어느 사이에 간격을 벌리고… 이래서 삶은 늘 어려운 것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이런 일상을 살다 고개를 들면 처음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라 그 자리잖아?

친구와 길을 걷다 보면 시간이 덧없음을 인식한다. 7년 전 이 길을 걷고 있었을 그 시간에는 7년 후 이 길을 걷고 있으리란 상상이들어 있기나 했을까? 7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전혀 변한 것이 없다고, 다시 똑 같은 문제에 봉착했노라고 말할 줄 상상이나 했을까? 길을 걷고 있노라면 몇 년 전의 내 모습이 보인다. 자연의 힘은 너무나 위대하기에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대로라는 생각과 17살이나 지금이나 그 모습이 다르지 않음에 놀란다.

결국 내 걸음이 머문 자리는 원점이다. 지독한 회귀 본능에 가슴이 싸늘해 진다. 16살 초희의 편지를 되돌려 보내는 내 심정이나, 20살 내 삶의 방향을 정하던 그 심정이나,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내 심정은 별반 차이가 없다. 늘어난 상처와 조금 멋있어진 수염만이 내가 변했을 뿐을 알려줄 뿐…

길을 걷는다. 10년 전에도 이 길을 걸었고, 4년 전에도 걸었던 이 길을 아직도 걷고 있다. 숙명처럼 늘 같은 길을 걷고 있군. 어떤 노력이나 각오에도 불구하고. 늘 다시 이 자리로 되돌아 오고 마는 것 같아.[#M_… | 뭐냐.. 제발 잊어라! |
근래 들어 좋아하던 아가씨가 하나 있다. 인간이 이토록 지독한 회귀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쳐 모르던 지난 주까지는 이 아가씨를 얻을 수 있다면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할 수 있다 생각했다. 아니 몇 가지 중요한 약속을 제외하고는 뭐든지 다 포기할 수 있다 믿었다. 그런데 지금은 불안하다.

지독한 회귀 본능 때문에 이대로 시간이 흘러 광화문 지하 통로에서 초희와 다시 마주친다면, 혹은 고속버스 터미널의 스타벅스에서 긴 생머리 대신에 컬이 살아 있는 그녀와 마주친다면, 광화문 커피빈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그녀를 다시 보게 된다면 과연 내가 초연할 수 있을까?

과거에 연연하는 것이 비능률적이고 비생산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불가항력임을 늦게나마 깨달은 내가 그런 우연에 초연할 수 있을까? 그 순간 잘못된 판단을 내린 내가 미치도록 밉다고 마음 속으로만 수없이 되뇌이는 내가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밤새 기억을 헤집고 또 헤집어 기억 속 어딘가에 묻혀 있을 그녀의 기록을 되찾지 않을까라는 보장이 있을까? 기록을 토대로 진짜 추적에 나서지 않을 보장이 있을까? 24살 초여름. 삶은 쳇바퀴처럼 반복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진자처럼 결국은 원점으로 돌아오고 마는 것이 삶이라고…_M#]

4 thoughts on “회귀 본능…”

  1. 똘배가 왔다.
    녀석이 연락을 늦게 해줘서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급적이면 만나봐야지.

  2. 이가면옥에서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밥먹고 있는 듯…
    얼굴 본다고 맨날 보는 그 야리는 표정이 사라질리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 귀엽잖아…

    ㅋㅋㅋㅋ
    아무튼 월요일날 훈련소가면
    다음달에나 나오니 꼭 봐주라고.

  3. 멋있는 넘.. 그리고 어제는
    미국애들 월급날이라서
    반절만 근무한 것이얌.. ^^

  4. 네 싸이에 날라가서 주말이 주는 나른함과
    그 속에 담긴 5%의 우울함을 읽었노라.

    대략 막막함이 만든 우울함 같던데?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에 집중하다 보면
    끝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는 법이야.
    그나저나 녀석 편지도 다 쓰고…
    사랑에 빠지면 사람이 변한다는 말이 피부에 와닿고 있다.

    아무튼
    [끝없이 이어질 것 만 같은 일상도
    나름대로 그 안에서 소소한 재미가 있는 법이기에.
    소품을 쓴다는…] 이름 모를 고인의 말이 떠오르는구나.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되도록 즐거운 마음으로 걷는 편이
    덜 손해나는 편이잖아?(손해보면 못참는 성격인 우리..ㅋㅋㅋ)

    난 이번주에 맨큐 아저씨의 매크로 이코노믹스와 굿바이했다.
    시험용으로 외운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 참고 자료 조사까지 한 까닭으로
    다 보고 나니 한철이 흘렀지만
    그래도 내가 걷기로 한 길이 보람되고 재밌는 것이라고 거듭 확신하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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