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에 집중하라

내가 경영 관련 단행본을 읽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입학할 무렵의 일로 기억된다. 특차로 대학에 합격한 나에게 그 겨울은 마냥 즐겁기만 한 시기였는데, 드러커의 저작에 처음으로 손을 댄 때가 아마 이즘이 아니었나 싶다. 스티글러와 크루그먼의 차이를 인식하고, 포츈에 리스팅 된 MNC들의 이름을 외우기 시작한 것도 아마 이 무렵에 시작된 일 같다. [그녀]와 나른한 시간을 보내면서 [몽테크리스토 백작]에 심취했던 때도, [BOBOS]를 읽으며 남다른 삶을 꿈꾸었던 때가 바로 그때였는데…

아무튼 그 후로 대략 책장 2개 분량의 경영 관련 단행본을 읽어온 것 같다. 물론 그 안에는 좋은 책도 있었고 나쁜 책도 있었다. 하지만 좋은 책 중에서도 생각의 방향을 전환 시킬 만큼 [진짜 좋은 책]은 드물었던 것 같다.(사실 난 제대로 알고 있는 것 자체가 드문 만큼 더 쉽게 감동 받을 소지가 높았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좋은 책은 정말 만나기 어렵다.) 그런 책을 뽑으라면 몇 권쯤이나 될까? 한 열 권쯤…

좋은 책은 좋은 책인데…
[Execution: 실행에 집중하라]는 그런 얼마되지 않은 좋은 책 가운데 하나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올 상반기에 번역되어 나온 경영 관련 단행본 가운데 가장 좋은 2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다른 한 권은 [부의 대전환]이다) 그런데 Execution이 누구에게나 공감대를 얻을 만큼 좋은 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사실 경영에 관심이 없는 비전공자가, 전략과 프로세스에 대해 고민해 보지 않은 일반인이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는 나로서도 잘 모르겠다. 짐 콜린스가 유행시킨 좋은 기업과 좋은 조직에 대한 논의에서 미쳐 다루지 못한, 실행력에 대한 잘 짜인 교범같은 이 책에 감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전공자에 한정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실행의 재정의
Execution은 Built to Last와 Good to Great, 성공 기업의 딜레마와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 이르는 방대한 논의에서 다소 소홀하게 취급되었던 실행력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전의 다른 저서들은 실행을 독립된 프로세스나 개념으로 인정하기 보다는, 좋은 전략과 비전, 혹은 좋은 인력과 조직을 가졌다면 자연스럽게 획득할 수 있는 종속 변수로 이해해 왔다. 하지만 이런 설명으로는 최고의 경영진과 조직 문화를 가졌음에도 늘 실패를 맛보는 수많은 기업들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실행력이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들은 [실행]를 단순하게 계획된 전략을 완수하는 능력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물론 [실행]의 개념에 과업 완수라는 의미가 기본적으로 포함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저자들의 [실행]을 보다 적극적으로 정의한다.

단순하게 논의된 전략과 운영 계획을 일치시키는 소극적 실행이 아니라 전략 프로세스와 운영 프로세스, 그리고 이런 planning차원의 프로세스를 실질적으로 수행할 인력 프로세스까지도 [실행]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적극적 과정을 진짜 [실행]으로 정의한다.

실행력에 대한 가장 탁월한 교범
낙관적인 전망에 근거한 장미빛 미래 전략을 세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장미빛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전년도 예산에 가감을 거친 새로운 운영 계획을 세우는 일은 더더욱 쉽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과업 완수에 필요한 실행력을 확보하기란 요원해 보인다. 기업 경영의 3대 핵심 프로세스인 [전략 프로세스], [운영 프로세스], [인력 프로세스]가 실행력이란 개념을 밑바탕으로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계획도 공염불에 그친다는 것이 Execution의 요지다.

하지만 이런 발상으 전환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이런 실행력을 유기적으로 통합시키기 위한 사례와 매뉴얼이야 말로 이 책이 [좋은 책]으로 분류되는 진짜 이유다. 사실 핵심 프로세스가 실행력을 토대로 유기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은 어떤 회사, 어느 조직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진짜 매뉴얼] 없이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쁜 책들 대부분은 한 단락으로 요약할 수 있는 발상 하나로 책 한 권을 가득 채운다. 실무에서 적용시키기 난해한 책은 좋은 책으로 보기 여러운 것이 현실이다)

사실 Execution은 상당한 수준의 진입 장벽이 존재하는 책이다. 조직관리자로서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 봤을 문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관리자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자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행력을 개인적 차원의 덕목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조직의 관리자가 느끼는 만큼 가려온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그런 맛은 없어 보인다.

뭐 결론을 말하자면 Execution은 오랜만에 나온 정말 괜찮은 책이다. 기업 차원에서 조망해보자면 이 책은 기업의 모든 Level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잘 짜여진 지침서로 보여진다, 또 개인적 차원에서는 수없이 중첩된 실패의 원인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몇 시간을 투자해 생각의 틀을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것은 꽤나 남는 장사가 아닐까?

4 thoughts on “실행에 집중하라”

  1. 여전하군, 이 문체는.
    이런 류의 서적을 어느샌가 멀리하기 시작했지.
    왜 그런지 모르지만, ‘요령’이라고 간주했기 때문인가봐.
    그리고 결론은 하나거든. 게다가 알고 있는 것이고.
    하지만 환기시켜 준다는 점은 괜찮아.

  2. 알고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을 못한다는 것은
    제대로 알지 못함을 이름이야.
    결론이 그토록 쉬운 것이었다면 명석한 수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구렁이 담넘아가듯 회피하지는 않았을 테고.

    그리고 ‘요령’과 ‘매뉴얼’은 정말 다르다고
    알다시피 내가 ‘요령’에 감탄하는 사내는 아니잖는가?
    요령은 지름길을 의미하지만 매뉴얼은 정석을 의미한다고…

    게다가 ‘이런 류’의 책이라 단정지을 만큼 간단한 책이 야니었어.
    물론 표지 디자인은 ‘이런 류’의 책으로 단정지을 만하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리더십이나 자기 계발, 혹은 처세술을 다룬
    콘텐츠 없는 쓰레기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책장을 모두 넘기고 나서는 이런 생각까지 들게 되더라고.
    정말 경영자가 되고 싶다면 젊어서 ‘잘 나가는’ 직장을 가질 것이 아니라
    나를 제대로 훈련시켜 줄 수 있는 직장에서 굴러야 하는 법이 아닌가 하고.
    그런 의미에서 나를 제대로 훈련시켜줄 곳이 어딘지 생각하게 되었어.

    항상 그러듯이 정답은 간단해.
    그러나 그 정답을 체득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 자부하는 나로서도
    진짜 조직에서 제대로 된 일을 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는 생각을 해왔어.

    어느날 내가 조직의 실질적인 리더가 된다면 지금까지 굴려왔던 관성을 이겨내고
    변화를 유도할 만한 잠재력이 있을까?
    난 솔직하게 자신이 없다. 이미 한번 실패를 경험해 봤고,
    생각만큼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제대로 아는 것이고
    제대로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진짜 해보는 것이야.
    아무튼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가는 필요하게 될 것이니 너무 가볍게 보지 말라고.

  3. 난 한번 성공을 했었다.
    26개월간 중 불과 2, 3개월 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조직에 적응하고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으며
    플러스 @를 만들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기억이 있군.
    물론 인습을 버리기는 힘들었지만, 그리고 완벽하게 버리는 것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살아 숨쉬는 조직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었지.
    그러나 소단위의 조직은 쉽잖아.
    책에 대한 ™D부른 판단을 내릴 생각은 아니지만,
    끌리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ㅋㅋㅋ
    일단은 자네가 추천한 책도 아직 안 읽은 상태라서.

  4. 이런 억지쟁이같으니라고.
    일반 사회의 소규모 조직의 관리마저도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
    왜냐면 전략적으로 가식적인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

    아무튼 군바리 시절의 성취감을 그대로 밖에서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특수상황을 일반화시키는 것처럼 커다란 오류를 일으킬 소지가 높은 것은 없으니까.
    그나저나 읽어봐. 내가 언제 너한테 쓸모 없는 책 권하는 것 보았냐?
    물론 읽는 순서는 조금 나중이 되겠지만.
    언제인가는 꼭 필요한 개념이 해설되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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