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넘기기

오늘의 나보다는 내일의 내가 더 멋진 모습일 거라는 믿음은 고단한 하루를 이겨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힘의 원천이 된다. 오늘 내가 하는 노력이 나의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것이라면 이런 고생 따위는 하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알 수 없는 희망으로 모든 것을 이겨내기에는 [오늘]이 조금 버겁다. 하루가 지날수록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현실에 눈앞이 조금은 캄캄하다.

을 넘기다 보면“] 사실 누구도 나에게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버거운 삶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되려 이런 삶을 강요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이 강요하는 삶이기에 어디 빠져나갈 구멍도 없다. 남을 속이는 것은 손쉬운 일이지만 자신을 속이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기에. 책을 편다. 가끔은 하얀 종이 위에 빽빽하게 인쇄된 문자가 모노글리프처럼 보일 때가 있다. 난시에 흐려진 눈동자는 모노글리프가 생명체처럼 하얀 바탕 위를 기어다니는 광경을 목격하곤 한다. 하루에도 서너번 씩.

생각해 보면 나의 학창 시절은 꽤나 [복받은 삶]이었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공부하기 싫을 때면 투정을 받아줄 친구가 늘 옆에 있었고, 나쁜 머리로 태어난 천형 탓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난제를 만나면 친철하게 설명해 줄 친구가 넘쳤다. 그런데 지금 내 옆에는 아무도 없다.(물론 일시적이고, 단지 바로 옆자리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잘난척 대마왕에 난 채하는 나라도 혼자라는 상황 자체를 기쁜 마음으로 감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니 매우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의 의식에 강력한 세뇌를 베풀어야 할 정도로…

저녁이 되면, 피로에 의식이 몽롱해질 때면 [오늘] 을 넘겼다는 생각에 희미한 웃음이 걸린다. 슬픈건지 좋은건지 불분명하다는 그런 웃음인데 난 이 웃음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이 웃음마저 없다면 내일 아침에 일어나기가 배는 괴로울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죽지 못해 사는 것은 분명 아니다. [오늘]을 방어했다는 안도감 이면에는 어제와 다른 나에게 대한 신뢰감이 존재한다. [오늘]이 지날 때마다 내 머리속은 정제된 지식으로 채워지며, 인식의 지평은 조금씩 넓어진다. 철 모르던 시절. 다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지나쳤던 수많은 간격들이 조금씩 메워진다. 이렇게 열여덟 달을 살고 나면 난 어떤 사람으로 변해 있을까?

[#M_ ..| 백서 |사실 이런 발상의 이면에는 소소한(혹은 쪼잔한) 심리가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신]의 삶은 지금이나 몇년 뒤나 똑같은 삶이겠지만 나에게 삶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었노라고 웃으며 말하고 싶다. [당신]의 판단이 오판이었으며 [대가]를 치루게 되겠지만, 나는 [관용]을 배풀겠노라고 말하고 싶다. 뭐 그러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진짜 실적이 필요하긴 하다. 음. 쓰다보니 난 결국 [당신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유치한 심리에 좌우되고 있음이 명백해진다. 아직 그 [당신]은 정의 되지 않았고, 과거형일지 현재형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음에도 말이다._M#]

4 thoughts on “[오늘] 넘기기”

  1. 예전의 네 모습으로 돌아오겠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니면 좀더 나아지거나.
    절되 뒷걸음질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 마시게.
    이글을 보니 내가 부대에 있을 때 썼던 일기들이 생각나네.^^

  2. 설마 뒷걸음이야 치겠어.ㅋㅋㅋ
    내가 걱정하는 것은 얼마나 나아지나야.
    그나저나 나에게 있어 여름이란 아무일 안하고
    숨만 쉬는 시기였는데 이번 여름에는 그러지 못해 배는 힘든 것 같아

  3. 메일 답신은 10분 이내야. 단 집에서만…
    휴대폰 안받기로 악명 높았던 내가 어디 가겠어.

    별일 없이 잘 살고 있는걸.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잘 때까지 특별함은 없지만
    나답지 않은 성실함이 있는 하루니 걱정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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