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집에 들렸다가

간만에 찾아볼 것이 있어 오래된
원철군의 홈피(http://myhome.hanafos.com/~jesgh )에 들렸다.
지금은 싸이와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중이기에 버려진 곳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 곳에 가면 포근함과 알싸함이 느껴진다. 2001년 12월 입대 며칠 전부터 제대할 무렵까지의 원철군과 내 삶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민했던 것들.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 어린 우리로서는 결코 풀지 못했던 수많은 숙제들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이다. 언제 날을 잡아 블로그로 옮겨야 하긴 하겠는데…

아니다. 그러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방만하다. 그냥 위드의 노트에 옮겨야겠다. 반나절이면 다 옮기겠지? 내가 자주 방문하던 게시판에 긁적거렸던 많은 이야기들…

[#M_ 지난해에는… | 이런 글을 썼었군. |

오늘 시험을 마쳤어.
이것으로 나의 5번째 학기가 종언을 고했다네.
복학을 하게 될 쯤에는 자네외에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을지도 모르겠어.

사악한 나의 훼방때문에 같이 공부했던 시간보다
같이 논 시간이 더 많았던 지선도 졸업을 하겠지.
비록 같이 들을 계절학기가 남아있기 하지만
시정군 역시 졸업을 했을테고
수요일에는 심지어 김군마저도
이젠 학교에서 더 못보겠네란 말을 남기더군.

참으로 이상하다.
못내 지겹고, 어서 흘러가기만을 바라마지 않았던
시간이 언제부터 이렇게 붙잡고 싶은 것으로 변한걸까?
살면서 가장 재밌었던 고2 때조차 붙잡고 싶지는 않았는데
왜 지금 이 순간만큼은 유예를 구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자네는 그 까닭을 아는가?

흘러가버린 시간을 과거를 곱씹는 것은
가장 비생산적인 일이라고 하는데.
그런데 요즘의 나는 계속 비생산적인 일만 하고 있어.
학교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너무나 많은 기억들이 밀려들어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곤한다네.
엿가락같은 기억력이 이럴때는 얼마나 좋은지…

2년반이란 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라네.
그 시간동안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아마 지금 당장은 알지 못할 거야.
그것들을 깨닫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내 이름으로 확언할 수 있는 것이 있다네
바로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시간이란 사실이지.

사실 굉장히 두렵다네.
시간이 흐르면 절대 잊어버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사건들도 망각에 어두워지고 흐릿해진다네.
가끔은 망각이 인간에게 준
신의 선물이라는 사실을부정하고 싶어.
때로는 결코 망각의 강에 던져넣고 싶지 않은
기억의 조약돌도 있다는 사실을 왜 이제야 알게 된 것인지

지난 2년 반을 가만히 기억해 보았다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정말 긴 시간인데.
생각나는 것들이 너무 적다네.
어딘가에 묻혀있는 이 기억들은
어딘가에 새겨놓을 방법이 없을까?

내가 고맙지 않을 수 없었던 친구.
남다른 재미로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친구.
그리고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내 벗이자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싶은 동기를 준 매혹적인 그 사람.
신이 내게 준 것가운데 유일하게
한번도 툴툴거려본 적이 없는 자네.

만약 메피스토텔레스와 계약을 하게된다면.
언제 마무리를 짓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억이 시작된 이래 결코 지워지지 않았으면하는
지금 이순간을 반복하게 해달라고 빌고 싶다네.

물론 그는 존재하지 않을테고
난 새로운 막을 열고 새로운 무대에서 살아가겠지만.
여태 나를 번뇌하게 만들었고 어깨에 무게를 더했던
고민이 바로 이것이었다고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군.

지난 막이 끝나던 순간에는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눈이 내렸는데
이번에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군.
하지만 이 바람은 잊혀질 것 같아.
그 대신 다른 것을 기억할테니까.
그럼 원철군 7월에 봅시다.

_M#]
7월이 되었다.
비록 한해가 더 흐른 7월이 되었지만…

한해가 흐른 다음에야 난 당시 내가 제기했던 문제의 해답을 대략이나마 가늠하게 되었다. 물론 그 한해 동안 완벽에 가까운 폐인 생활도 즐겨 보았고, 목표를 위해서 아무것도 뒤돌아보지 않는 삶도 살아 보았다.

그런데 내가 느낀 것은 딱 ‘하나’다. 시간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라 아무런 해결책이 없을 때 사용하는 가장 어리석은 해결책이란 사실. 그리고 사람은 어디까지 변화할지 가늠할 수 없는 신기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이제는 옛글에 아프지가 않다. 두눈을 뜨고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일기장을 훔쳐보는 두근거림으로 즐길 수 있는. 그런 흐뭇한 것이 되어 버렸다. 멋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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