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부르디외 사진전

한참 학보사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몇 년 동안 [사진전]은 내게 낯선 단어가 아니었다. 특정 작가의 작품전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도사진전만큼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꼭 가보았던 것 같다. 일에 쫓기지 않는 휴일 오전의 볼거리는 삶의 곳간을 채워주는 특별한 것이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1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다. 사진전에 무관심해져 버린 1년의 시간이 말이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반세계화와 반식민주의로 유명한 프랑스의 학자다. 전문적인 사진 작가도 아니고 주제 역시 1958년에서 1960년까지의 알제리라는 제한된 영역을 다루고 있음에도 이 사진전은 거부할 수 없는 유횩으로 다가왔다. 우연히 블로그를 통해 보게 된 한 점의 사진 때문이었다. 챠도르를 걸친 채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한 여성의 흑백 사진이 바로 그것인데 난 사진을 보는 순간 부르디외가 단순히 글 잘 쓰고 해박한 사람이 아니라 [눈을 뜨고 태어난] 특별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차도르 차림으로 female magazine를 사는 여인은 신발을 신고 있지 않다. 어떤 부유한 여인들은 차도르 안에 세련된 야회복을 숨기고 있으며,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comic book 가게 앞의 쇼윈도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난민 캠프가 들어서는 저편에는 프랑스와 부유한 알제리인들을 위한 맨션이 들어서고, 도시의 학교는 정상적으로 운영중이다. 교복을 입은 프랑스 소녀와 알제리 소녀들의 웃음은 전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종군 기자들은 전쟁의 가시적인 면을 강조한다. 유혈의 전쟁터와 전쟁으로 황폐화되고 약탈당한 대지를 사진에 담으려 한다. 하지만 부르디외가 보여주는 식민 전쟁은 유혈이 일어나는 와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고요하다. 피와 살이 튀는 가시적인 전쟁의 영향은 보이지 않지만 조요한 일상 속에 던져진 전쟁의 여파는 늘 극적으로 드러난다. 유목민의 특성을 잃어버린 채 집단 캠프로 이주당한 베르메르 족. 도시의 수많은 실업자들. 벌어지는 빈부차, 급격한 해체를 겪는 사회 구조…

부르디외의 사진은 전문가의 실력으로 찍어진 제대로 된 사진은 아니다. 전문가의 사진이라면 무엇을 찍던 구조적인 비례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법인데 부르디외의 사진 속에서 이런 아름다움을 찾아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찾긴 어려워도 카메라를 든 부르디외의 생각만큼은 명확하게 전달된다. 사진을 통해서 간직 하려는 1958~60년 알제리 전역의 이미지는 너무나도 명료하다.

8 thoughts on “피에르 부르디외 사진전”

  1. 같이 보았음에도 이렇게 생각이 달랐다니…
    솔직히 난 아무생각 안 났었거든. -_-
    암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참, 한동안 뜸했던 우리들의 놀이터가
    부활할 것 같은 조짐이 보인다네. ^^

  2. 녀석. 우리 그날 새벽5시에 잠들었잖아.
    겨우 3시간 자고 일어났으니 전시회가 눈에 들어 왔겠어.
    2층 관람실까지는 열중 모드였는데
    3층에 올라가자 마자 눈꺼풀에 졸음이 내려앉은
    자네를 보고 미안했다네…
    아무튼 다음에 전시회 구경 다닐 때에는 전날밤 이야기로 밤을 새는
    행동들은 자제해야 할 듯 싶군 ㅋㅋㅋ

  3. 아마 안 될 것이야.
    만나면 할 이야기가 많은 것을 어쩌겠는가.
    차라리 늦게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것이 더욱 좋을 듯.ㅋㅋ

    기형도씨의 시를 몇편 올려놓았네.
    알고 있는 시들이겠지만 다시 감상해 보시게나.^^

    참, 언제 올라오시나.
    어서 올라오시게. 보고 싶소.

  4. 문제는 그 할 이야기가 터져 나오는 시점이 한밤중
    자려고 누웠을 때라는 말이지. 오전1시 무렵에야 자리에 누운 우리가
    진짜 잠에 들은 것은 몇시간 후였으니까 ㅋㅋㅋ
    그렇다고 몸에 맨 기상 시간이 어딘 간 것도 아니고
    근 몇달 동안 가장 늦게 일어난 것이 8시 반이었다는(새벽 3시에 자서..)

    나도 보고 싶네. 그런데 다음 휴가는 8월 11일로 예정되어 있다구
    그 날은 콘서트를 보러 가는 것이라 당일치기가 될 것 같네

    그나저나 자네의 바이러스 덕분에 며칠 동안 앓았어.
    간만에 되살아난 기억력으로 포스팅을 하나 했네.
    다음 페이지에 있으니 꼭 읽어 보라구.
    자네라면 내 삶에 미친 영향력이 아마 눈에 보일거야.

    물런 현재 내가 너무 좋아하는 F도 중요하지만.
    과거는 묻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네

  5. 덥다. 너무나도 덥다.
    점심으로 라면을 끓인 것은 실수였어.-_-
    땀이 비오듯 흐른다.
    샤워를 하루에 3번씩은 하기 싫은데..
    암튼 오후에도 힘내시게!!

  6. 공부 시작. 소비함수와 투자함수 파트의 내용을 읽는 중
    학자적 관점과 학원 강사의 관점은 정말 다른 것이라고 느끼는 중.
    물론 시험에는 후자가 조금 더 났겠지만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
    제대로 된 책에서는 너무나 쉽게 이해가 되는데.
    후자의 책에서는 답답함 그 자체다.

    이런 날씨라면 3번이 아니라 아예 욕실에서 살 것 같네.
    등허리를 적시는 땀이 두려워 문밖 나서기가 심히 두렵군

  7. 나도 강의를 듣고 깨우침을 얻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학원 강의를 듣고 싶은 마음은 강하지 않지만,
    시간을 약간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말에 이끌렸다.
    학원 강사들 강의를 듣고 있으면 어쩔 때는
    간단한 것이 더욱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진다니까.

    이제 저녁 먹고 학원 갈 준비를 해야겠군.

  8. 투자론과 재무관리 성적이 꽤나 좋았던 듯 싶은데
    경제학의 투자함수 파트를 쉽게 넘어가질 못하는군.
    경영학에서 다루는 투자 개념하고
    경제학에서 다루는 투자 개념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지 틀려. 계산은 심플한데. 어딘지 이건 아니다 싶다. ㅋㅋㅋ

    아무튼 배는 고프고, 이 더위에 집까지 걸어갈 일이 끔찍하다.
    아마 집에 도착하면 상의가 땀에 젖을 듯.
    지하철 파업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지만
    오늘도 째면 방명록 테러가 있을 예정이니 어서 출발하게나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