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know why

One year ago
꽤나 오랫동안 책에만 거리에만 기억을 되살려 내는 마법이 걸려 있다고 믿어왔다. 내 빈약한 사고력으로는 기억을 음악에 대응시킬 능력따위는 없다고, 까페에 앉아 흘러간 옛 노래를 듣고 환상에 젖어들어가는 중년 남자의 초상은 어디까지나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흘러간 옛 노래에 첫사랑을 추억하는 중년 남자 대신 주변을 흘낏 거리며 상대를 탐색하는 남자가 오히려 더 현실성 있는 캐릭터라 생각했던 같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싫어하는 음악이 생겨 버렸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싫어하는 음악이 아니라 듣기 괴로운 음악이란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Norah Jones의 Don’t know why가 바로 그것인데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감정이 홍수처럼 밀려온다. 그런데 밀려오는 것은 비단 감정만이 아닌 모양이다.

창문 밖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나와 그날 밤 늦은 새벽까지 come away with me를 들으며 밤거리를 돌아다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평소의 조금은 퉁명스러운 톤이 사라진 그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는 것과 나의 출현이 노래를 끊을까 두려워 도둑고양이처럼 몸을 사렸다는 기억이 어제 일인듯 생상하게 되살아난다. 아무래도 Norah Jones과 멀어져야 겠군!

Present

오랜만에 아이팟의 램덤 기능을 켜두었다. 가끔은 내 기분이 어떤 것일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도, 어떤 음악이 가장 어울릴지 고민하는 것도 꽤나 귀찮은 일이다. 나에게 있어 아이팟의 램덤 기능이란 [아무 생각하기 싫어요]하고 노트 위에 휘갈기는 것과 같은 기능적 편익을 제공한다.

아무튼 몇달 만에 아이팟을 램덤으로 플레이 시키기 시작했는데 A8를 타고 귀에 전달된 음악이 바로 Don’t know why였다. 처음에는 무의식적인 반감이 들었다. 1년하고도 몇달 전의 기억이 되살아 났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거칠게 쏟아지는 빗줄기와 어느 여염집의 처마, 그리고 Don’t know why. 그리 나쁘지 않은 조합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듣고 있자니 지난 일년동안 내가 왜 이 곡을 피해다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좋은데. 문득 과거란 시간이 지날수록 두꺼운 무게를 털고 밝고 가벼운 기분만 남는 것이란 말이 떠올랐다. 아련함을 깨우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나에게도 저런 시간이 존재했구나하는 기록물처럼 이렇게 다가오는 것이구나.

그저 내가 한 사람을 좋아했다는 사실에 설레이고, 그때 무엇을 하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 만으로 이렇게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니. 음악을 들으며 쉽게 사라지는 기억의 조각들을 이어맞추는 작업이 이렇게 재밌는 작업이었다니 전에는 미쳐 몰랐던 사실이다. 물론 극복이라는 전제가 필요하긴 했지만. 덕분에 오늘의 난 모범생 컴플렉스라도 걸린 것처럼 매사에 열심이다. 전화가 걸고 싶었다. 어제 본 친구를 오늘 다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이제와 [오랜만이네]로 시작되는 말을 건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시도는 해봐야 겠다.

[#M_ WC군에게 | 내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음에게. 방황이 길어질수록 늘어나는 것은 회복불능의 상처라고 하더라. 지난 여름 열심히 비맞으면서, 가을 햇볕에 구워지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이것 하나 뿐이야. 너만큼은 내가 겪은 [잃어버린 시간]에게서 무사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 나로서는 행여 [잃어버린 시간]에 강탈 당할 너의 기회가 나보다 더 치명적이지 않을까 마구 걱정되는 중이야.

세상에 절대 믿어서는 안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감정이래. 우연히 2년 전 쓴 도큐멘트를 하나 열어봤는데 지금 읽어보니 부끄러움 그 자체였어. 사람이 입에 절대 확신을 가지고 올리지 말아야 세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평생동안], [최선을 다해] 그리고 [사랑한다]일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

언제인가 넘어야 할 산이라면 이왕이면 지금 넘자고 말하고 싶어. 뒤를 돌아보는 여유는, 혹은 산을 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가정해 보는 여유는 산을 넘은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사치라 하더라고. 아파하는 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보낼 시간이라면 차라리 나에게 주려구나. 겪어보니 [잃어버린 시간]은 그 누구에게도 불필요한 bads 였어.

십년 후를 생각해 봐. 그때 웃을 수 있으려면, 행복한 마음으로 추억을 깨울 수 있으려면 먼저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_M#]

4 thoughts on “Don’t know why”

  1. 이어폰을 바꿔야할 필요를 느끼고 있는데,
    여름동안 해놓은 일이 아무것도 없어서
    스스로에게 보상을 내릴 수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많이 죽어있는 내 귀가
    A8을 사게 되어 높아진다면 앞으로
    괴로울 것만 같아서 당분간 보류할까 생각 중이야.

    내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SG와 한 내기가 생각난다.
    웨스턴조선 스카이라운지면 얼마나 들까?^^

  2. 저번에 시정이 그러더라구
    이어폰은 한번 투자하기 시작하면 끝을 모른다고
    적당한 선에서 적당한 소리에 길들어져야
    출혈이 크지 않다고…
    잘 생각해 봐. 한번 고급 이어피스에 맛들이고 나면
    888도 저질 이어폰으로 분류된다고.

    그나저나 내기에 이기려면 남은 한해는
    주말도 없이 몰아부쳐야 할 것 같은데
    패할 경우 소요경비는 좀 쎄지만
    주말에 도서관에 자리잡고 공부만 한다면
    그 정도 경비야 자연스레 쌓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덕분에 난 포식하게 생겼구먼.

  3. 어쭈, 왜 자네가 포식을 하게 되는 것이지?ㅋㅋㅋ
    888이 커넥터 때문에 별로라는 평을 듣기는 하지만,
    저질 이어폰으로 분류될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그리고 A8이 좋기는 하지만 그 가격은
    관세 때문에 턱없이 비싼 것이 아닐까?

    2잔이나 마시고 왔단다.
    생각보다 따뜻해서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뱀파이어의 느낌을 맛 보았다.^^

  4. 니들 가는데 내가 빠질 수야 없지.
    관세 고려해도 A8의 가격은 한국이 제일 저렴한 축에 속해.
    이어폰 등의 공산품에 관한 관세율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냐. 사치품에 속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관세하고 소비세(부가가치세는)는 별도의 세목이라구 ^^
    하지만 작년 초의 가격이 제품의 적정 가격인 것 같기는 해)

    솔직히 888이 저질이라는 것은 과장이 섞인 표현이고
    좋은 이어폰듣다가 한 등급 아래의 것을 듣고 있으려면
    전에는 들리던 소리가 들리지 않아 답답함을 느껴.
    이 음악은 이쯤에서 이런 악기, 이런 음색이 나야하는데
    왜 안들리는 거지 하고.

    아무튼 얼마나 부실해 보였으면 한참 때의 청년이
    거길 가냐? 몸보신도 했으니 어서 공부하라구.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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