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onstitutionality

사실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헌법 소원에 대해 큰 기대를 건 것은 아니었다.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헌법 상의 명문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법률 성립시 적법한 법률 절차를 거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행정수도특별법 같은 법안을 쉽게 통과시켜준 야당에 상당한 유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문제는 빠르게 합의할 것이 아니라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가능한 늦게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직관은 쉽게 내려지는 재능이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아무튼 심정적으로는 국민 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생각에 동조했지만 대통령이나 국회에서 국민투표에 부의하지 않는 이상 고유 재량권에 속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법관들은 관습법이라는 깜짝 놀랄 이론으로 위헌을 이끌어 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수도 이전의 필요성에 대해서 회의적이었지만, 이 문제가 내가 가진 지식의 한도 내에서 <헌법개정권력>이 필요할 정도의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경국대전과 임시정부의 법통까지 끌어들이면서 ‘서울’의 사전적 정의까지 사용하면서까지 서울이 수도라는 불문 헌법 개념을 사용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사실 난 지금까지 지록위마라는 사자성어의 정확한 실례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지록위마라는 말을 볼 때마다 오늘이 생각날 듯 싶다. 사실 이론적으로 따져보자면 탄핵 심리 당시 인용 결정을 내릴 논리적 근거가 휠씬 많았다. 그런데 지난 번에는 기각을, 이번에는 인용을 결정했다. 한 해에 이루어진 결정치고는 솔직히 ‘중심이 없는 결정’이다.

개인적으로 인용 결정을 환영하긴 하지만 헌재가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는 의심이 점차 확신으로 변하려 하고 있다. 지지율의 향방을 보고 결론을 만들었다는 느낌에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근래의 우리 사회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 무엇보다도 법의 인간이자 완성된 인격체야 할 법관들 마저 기회주의의 거센 파도에 편승하고 있다는 우려에 입맛이 쓰다.
(바람이 부는 방향을 알고 싶으면 헌재를 보라는 농담만큼은 제발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헌재의 결정은 분명 합리성의 승리다.(누가 뭐래도 이론적으로는 헌재가 맞다) 하지만 헌재와 법관들에 의한 승리는, 다시 말해 그들이 지닌 합리성으로 얻어진 승리는 아니다. 올해 있었던 두번의 결정은 법관의 양심이 여론의 향방에 얼마만큼 값싸게 저울질 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나쁜 실례가 될 것이다.

차라리 우리네처럼 profit에 따른 의사 결정을 하는 쪽이 더 양식적으로 보일 정도로 두번의 심리에서 보여준 법관의 자질은 너무나 난감한 것이었다. 결정은 기쁜 마음으로 환영하나 법언에 충실하기 보다는 시류에 예민한 법관은 솔직히 싫다. 기술적 해설과 결론을 만들어 내는 능력는 법관에게 필요한 자질이 아니라 우리에게나 중요한 능력일테니까. Justice와 Business man은 분명 다를 테니 말이다.

게다가 이번 결정으로 인해 불문 헌법의 범위가 새로운 논쟁으로 등장할 것이다. 어디까지가, 어떤 내용을 불문 헌법으로 보아야 하는지, 권리와 권리가 충돌할 때 불문 헌법을 어떻게 심리에 적용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의 법체계에 새로운 숙제로 던져졌다. 모험심이 많은 것인지, 우리 법에는 엉뚱함과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이지 도대체 구분이 안간다. 광범위한 불문 헌법의 인정이 법치주의의 근본이 약한 우리 사회의 사법 실효성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예상은 가능하지만 막상 생각해 보면 불문 헌법의 예는 너무 찾기 힘들다.

Modified 11.1
근래들어 관습 헌법이란 패러디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패러디 작가들이 사용하는 관습 헌법은 오류가 있는 단어이다. 관습법 중 일부를 불문 헌법으로 인정한다는 결정과 모든 관습법이 불문 헌법의 성격을 가진다는 것은 분명 다른 이야기다. 법은 논리학이다. 최소한 같은 것과 다른 것은 구분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헌법 재판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재판관들에 대한 비난은 가능할지 몰라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구성과 그 사법적 판단력에 대해서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헌법제정권력을 지닌 개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민주주의에서 그 누구도 헌재의 사법적 판단력보다 더 높은 권위를 부여받은 기관이나 개인은 없다.

민주주의라는 게임의 룰을 존중하고 있다면 헌재의 결정이 뒤집어 져야 한다는 주장은 지양되어야 한다. 심지어 그것이 개인의 보편적 정서에 반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체계의 지속성 측면에서는 헌재의 결정은 결코 번복되어서는 안될 숙명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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