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Masters

개인적으로 난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의 책들을 싫어한다. 요즘은 하버드에서의 대학 생활을 다룬 정체불명의 드라마가 공중파를 타고 있는 모양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HBSP시리즈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데에는 전혀 일조를 안하는 것 같다. 사실 내가 HBSP 시리즈를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네임 밸류에 비해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 신문사에서 처음 독자적인 섹션을 맡았던 철없던 그 시절에는 책을 고르는 안목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름값에 사리 분별을 잃고 이 시리즈를 무던히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지금이야 리노베이션으로 멋진 도서관으로 변했지만 춥고 앉을 자리도 없는 개가실에 서서 이 시리즈를 읽어가던 난 결국 다시는 이 시리즈를 읽지 않기로 맹세했다.

어쩌면 HBS에 대한 원한은 수업 시간에 가끔 나오는 HBR의 아티클에서 비록되었는지 모르겠다. 과외 한번 안하고 표준 교육과정의 이수만으로 대학에 간 나에게 이제는 지인이 된 주변인들의 영어 실력은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정도 영어 실력을 상정하고 참고 자료로 나온 HBR의 아티클은 솔직하게 어려웠다. 한글로 쓰여진 글이었다면 10분이면 이해까지 충분했을 텐데 영어로 된 아티클을 읽기 위해 하루 저녁을 꼬박 소비하는 지리한 반복 끝에 결국 난 페이퍼 하나당 2,000원의 서강 HBR를 사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HBSP에 대한 편견과 앙심에도 불구하고 지독하게 반해 버린 책이 한 권 있다. 낸시 코엔의 BRAND MASTERS가 그것인데 사실 이 책도 좋아서 읽은 것은 아니었다. 브랜드 매니저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난 울며 겨자 먹기로 시중에 나와 있던 대부분의 브랜드 마케팅 관련 단행본과 잘되었다고 추천받은 논문을 읽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읽게 된 코엔의 글은 정말 경이로왔다.

HBS의 경영사 교수인 코엔의 글은(본인은 HBS의 역사가로 자신을 밝힌다) 내가 그렇게도 소유하길 원하는 문체와 분석으로 채워진 교범이었다. 근래에 필드에서 사용되는 정형화된 리포트에 비하면 에세이적 성격이 강하지만 맥킨지식의 중요 시간 맥락이 비어버린 오직 현재만 존재만 하는 정형화된 리포트에서는 볼 수 없는 진지한 사유가 담겨진 그런 글이었다.

리포트는 사실 기술이 우선이고 의견과 결론은 간결할 수록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리포트는 일회용의 숙명을 가지고 태어난다. 변화하는 사실에 따라 의견과 결론은 매번 달라져야 하며 무엇보다 적시성이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이런 리포트는 전술 상황에서는 적합하겠지만 전략 결정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들어낸다. 전략 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순간 순간의 상황 변화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관통할 수 있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마스터즈에서 코엔이 제시하는 케이스는 여섯 케이스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섯 케이스만으로도 부족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세상에는 수많은 기업과 많은 산업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을 분석하는 교범은 6개로 충분하다.(개인적으로는 한가지가 교범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조금 있긴 하지만) 6개의 교범은 저마다의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맥락을 꿰뚫은 저력과 뛰어난 활용성을 지니고 있다.

난 코엔의 6가지 유형을 도식화 해놓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교범을 골라 글을 작성하고는 한다.(물론 블로그의 글쓰기는 여기에서 예외다) 아니 단순하게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분석하고 사고하는 과정에서도 이 포맷을 그대로 도용한다. 사실 이 포맷은 노력에 비해 쉽게 얻을 수 있고 그 유용성은 너무 뛰어나서 주은 돈으로 복권에 당첨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정보를 찾아내는 것보다 이것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해석해낼 수 있는 것이 능력이다. 그런데 코엔의 포맷은 이런 능력을 거저 주다 시피한다)

물론 코엔의 브랜드 마스터즈는 제목만큼이나 많은 오해를 살 수 있는 책이다. 브랜드 마스터즈라는 제목처럼 브랜드와 소비자의 상호 관계를 중심으로 기술된 이 책은 재무와 회계가 메인 스트림으로 인식하는 현실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인다(사실 브랜드 브랜드 하지만 아직도 필드에서는 재무와 회계, 인사 파트의 입김이 세다) 하지만 마케팅의 본령은 전략이다. 전략은 하부에 프로세스를 포함하고 있고, 재무와 회계, 인사는 엄밀하게 말하면 이런 하부 프로세스에 불과할 뿐이다. 하부 프로세스에 대한 구체적은 기술을 브랜드 마스터즈에서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할 본령인 전략과 분석에 대한 기술만큼은 부족하지 않다.

사실 브랜드 마스터즈에서 브랜드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케이스에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기술되어 있긴 하지만 브랜드의 이면에는 시장 지배력과 로열티란 단어가 숨겨져 있다. 브랜드란 껍질을 벗겨놓고 들여다 보면 코엔이 제시하는 케이스와 이 것의 분석 교범은 다분히 전략적이다.

브랜드 마스터즈에서 브랜드에 집중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행동과 다름 없다. 코엔의 의도가 어떤 것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을 역사가로 밝히는 그녀는 수많은 컨설턴트와 분석가들이 제시할 수 없는 모범 답안을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이 모범 답안은 브랜드를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이 아니라 기업과 산업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최고의 엄선된 툴이 분명하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코스의 이론은 잠시 무시하자면) 근본적으로는 소비자의 Needs를 충족시키는 데 있는 한 말이다.

[#M_ more! | less.. |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빠졌다고 생각되는 케이스는 IBM이나 HP, 모토롤라, 혹은 GE같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벤처에서(엄밀한 의미에서는 조금 어폐가 있다는 사실은 나도 안다) 오늘날 MNC로 성장한 기업들에 대한 분석이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의 케이스를 넣었다면 이 책은 브랜드 마스터즈란 제목을 넣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거대 기업들이 브랜드 마케팅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기업들이 아니고, 소비자 마케팅과 기업 마케팅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기업들의 문제점은 특정 CEO 한 사람을 중심으로 분석하기에는 난해한 구석이 많다. 브랜드 마스터즈라는 차별화된 책을 쓰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생략으로 보인다.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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