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bye my log!

아침이 되자마자 Blogin에 있던 첫번째 블로그를 지웠다. 로그를 쌓는 것은 결국 로그를 지우는 순간의 쾌감을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사가 비단을 찢으며 웃던 기분이 바로 이것이라고 되뇌였다. 로그를 지우는 결심까지의 시간은 괴롭지만 지우는 순간만큼의 마음은 솜털처럼 가볍다. 물론 첫번째 블로그의 컨텐츠는 코멘트를 제외하고는 두 번째 블로그에 고스란히 옮겨져 있긴 하지만 같은 글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느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지는 법이다.

첫번째 블로그는 참 한숨이 많던 로그였다. 거기에는 나답지 않은 눈물 몇 방울도 묻어 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누구나 겪는 별다를 것 없는 인생사의 한 단편이지만 적어도 그 순간의 난 무척이나 괴로워 했고, 우울해 했으며, 마치 세상을 다 산 노인처럼 굴었다. Extreme Unction을 끝내고 죽음을 기다리던 중세인들의 마음 가짐이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마음 가짐은 그랬지만 난 중세인들과 다르게 침묵이 아니라 발화를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서려고 했다. 침묵은 고단하고 외로운 법이기에.

사실 지난 몇 달 동안 방치해놓았던 로그를 오늘 아침 갑작스럽게 지운 까닭은 절친한 지기인 WC군의 꿈 때문이다.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서 난 그것이 여태 남겨져 있던 이유를 깨달았다. 인정하기는 어려웠지만 첫번째 로그는 내가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은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방치되었던 것이었다. 슬퍼하고 우울했던 기억을, 혹은 창턱에 걸터앉아 되새겼던 수많은 순간들을 회상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장치였을 뿐더러 첫번째 블로그가 암묵적으로 가정한 청자를 위한 가교의 역할까지 도맡고 있었다.

하지만 첫번째 블로그를 더 이상 유지하는 것은 적절한 행동으로 비치지 않는다. [로그는 지워지는 법]이라는 말에서 근거를 찾을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이미 충분히 정상을 벗어났고, 온당하지 못하며, 염치없다. 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포사가 비단 찢는 소리에 황홀해 했던 것처럼 로그를 지우시겠냐는 확인 메시지를 클릭하며 기뻐하는 것 뿐이다.

굳이 베르길리우스의 아이아네스를 읽지 않아도 모든 멸망하는 것은 아름답다라는 말에 쉽게 공감을 표명할 수 있다. 지워진 로그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 지워진 로그는 베르길리우스가 말한 모든 멸망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로그가 지워지면서 브라우저를 리로딩하는 순간은 극적이지는 않지만 분명 아름답다. 그리고 오늘 난 그 아름다운에 취해 사이월드의 미니 홈피도 정리했고,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와 통화 기록을 지웠으며 여기 저기 남겨져 있는 나를 향한 도개교를 철거했다.

로그가 지워지며 마음의 번잡함도 함께 지워진다. 포사가 웃는다. 나 역시 멋쩍게 같이 웃어준다. That’s All!

5 thoughts on “Good bye my log!”

  1. 나중에야 어떤 생각이 들건 지우면 아쉽기도 하지만 차라리 속은 후련하죠^^모든 고민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새로운 고민을 채우길 기다리는 기분이 들어요.

  2. //가디록
    사실 어제 아침에 읽은 [갓파]란 포스팅이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죠.

    정말 나중에 어떤 생각이 들지는 모르지만 후련하네요. 진작에 로그를 지워버릴 것을. 로그도 쌓이면 제법 무게가 나간다는 사실을 너무 오랫동안 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예요.

    //아크몬드
    새로운 시작이라기 보다는 정말 ‘안녕’하고 싶은 마음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3. 내용과는 상관이 없는 얘기긴 한데.. 스킨이 참 예쁘네요!;;
    바뀐 뒤부터 계속 부러워하고 있었어요.
    랜덤포스트들 나오는 위치가 클릭하기 좋은 위치라 늘 top으로 간다는걸 깜박하고 누르곤 한답니다;

  4. 사실 푸무클님의 스킨을 고흐의 그림으로 꾸민 것은 막내 누님이랍니다.
    (이 스킨이 개발중에 있을 때부터 찍어 놓고 이렇게 꾸미면 예쁘겠다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개인적으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스킨이예요. 다만 요즘 누님이
    [넌 고흐보다 까유보떼를 더 좋아하잖아. 제발 다른 화가로 바꿔라]
    하는 통에 적당한 그림을 찾고 있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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