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소소한 일상

1.
스물 하나에서 스물 넷까지 이어지던 편지를 꺼내 읽었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당시의 내 단어와 어조가 희극적일 만큼 멀게 느껴진다. 문장 하나, 연한 웃음에 반응하던 난 무덤덤하고 꽤나 냉정한 사람이 되었다. 아니 나만 변한 것이 아니라 그 편지에 등장하는 우리 모두 변했다. 변화는 늘 환영 받는 단어지만 환영만큼이나 입맛이 쓴 물건이다.

2.
가끔은 미추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저려온다. 오랜 책상물림 탓인지 자세의 구부정함 탓인지 구분은 모호하지만 인내심이 그 끝을 보이려 하는 순간에 직면하곤 한다. 어제는 둘째 누이가 허리를 지긋이 밟아주었다. 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지만 시원함이 너무 좋았다. 시원함에 빠져 있을 법한 여러 가지 가능성에 눈을 감았다. 의혹에 눈을 감았더니 몸까지 함께 졸린다. 그렇게 자정이 되기도 전에 깊은 잠에 빠졌다.

3,
<주드를 생각하며>란 문장이 지닌 의미를 묻는 친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로스와 레이첼 대신에 주드와 수가 연상되기 시작한 상황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소설의 전편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특정 장면으로 분류하기에도 애매하다. 소설을 읽고 느낀 단상을 공감하기 원했을 때 가장 중요한 자세는 기다림이다. 삶의 번잡함 때문에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언제인가는 말뜻을 알아 듣고 먼저 술 한잔을 청할 것이 분명하기에.

4.
슬론 대학원의 설립 50주년 기념도서를 읽고 있는데 꽤나 괜찮은 분석기법과 케이스를 발견했다. 조금만 응용하고 적절한 기초 자료들을 추가한다면 우리 실정에서도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을 듯 싶다. 무엇보다 케이스의 핵심을 간략하게 요약한 개념도형이 좋았다. 이해하기는 쉽지만 직접 생각하기에는 어려운 것들. 이런 도구들의 유용성을 배우기 위해 MBA에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도 이제 인용 자료의 소스를 수집할 때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 직관을 통해 주어진 자료를 꿰어 맞추는 작업도 어렵지만 가설을 증명하고, 결론을 보강할 자료들을 수집하는 것은 항상 더 어려운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쓸만한 자료의 소스들을 기록한 정보 카드를 하나 만들어야 겠다. 물론 지난 긴긴 세월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만큼 처음 시작하는 일이 고될 것은 분명하지만 경쟁력이란 하루 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2 thoughts on “봄날의 소소한 일상”

  1. 반쯤 잠에 취해서 쓰셨는가?
    오타와 사족이 눈에 거슬릴 정도로 보이는 구만.ㅋㅋㅋ

  2. 녀석하고는. 좋은 변화인지 나쁜 변화인지는 모르겠다만
    예전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이래서 퇴고가 필요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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