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r

월요일 오후. 졸지에 single이 되어버린 J군과 회합을 가졌다. 또 다른 J군의 청탁을 해결하느라 오전을 보낸 나는 세수조차 하지 못한 채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의외로 담담한 녀석의 모습에 놀랐다.

불과 이년전 까지만 하더라도 실연은 꽤나 진중하고 무거운 소재였는데 이제는 보는 사람이나, 당한 사람이나 모두 무덤덤하다. 시간의 횡포 앞에 굴복하지 않는 감정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삶의 교훈을 체득한 것인지 아니면 만남과 헤어짐의 일상성에 모든 감흥이 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천연덕스럽게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신 우리는 공부를 할지 영화를 볼지 심각하게 망설이다가 Closer를 빌리러 나갔다.

사실 Closer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Jude Raw와 Natalie Portman, 그리고 Julia Roberts가 나온다는 casting에 대한 사소한 정보 뿐이었다. 하지만 늘 그런 것처럼 타인의 해석에 오염되지 않는 영화는 꽤나 재미있다. Jude가 연기한 Dan이라는 캐릭터가 사랑이란 허구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나, 사랑의 완전성에 집착하는 Dan의 캐릭터가 결국에는 모든 것을 잃을 거라는 예상이 맞아 떨어지는 것을 보며 흐뭇해 하는 것이나,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인간 심리의 빈틈을 솜씨 있게 짜 맞춘 Larry가 거둔 절반의 성공에 의의를 부여하는 나를 바라보는 것이나, Alice의 절제된 사랑과 Anna의 의미 없는 사랑을 관찰하는 일은 꽤나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 듯 싶다.

그러나 사실 지금에 와서는 closer가 혹 원작이 따로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원작이 따로 있다면 영화에서 제대로 들어 나지 않는 인과율과 심리적 뉘앙스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을 텐데 극중에서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는 사실은 거짓일지 모르는 진실과 진실 같은 거짓 뿐이다.

하지만 진실과 거짓사이의 불확실성이 이 영화가 지닌 전부는 아니다. 잘빠진 Jude의 맵시와 투박한 Irish style의 Clive가 보여주는 매력이 이 영화의 나머지도 아니다. 지적이지만 그럼에도 약간은 천박해 보이는 캐릭터를 선보인 Julia와 스트리퍼라는 극중 직업에도 불구하고 아둔하기 보다는 단정한 매력을 선보이는 Natalie의 들어나지 않는 긴장 관계를 관찰하는 것이야 말로 이 영화에 숨겨진 진짜 재미다.

[#M_P.S. | less.. | Jude와 Julia가 함께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단정한 하얀 셔츠 속에서 더 두드러져 보이는 브라와 낯선 키스, Natalie와 Jude의 침실에서 그녀가 입고 있었던 순진한 캐미숄의 대비가 꽤나 인상 깊었다. 지적이지만 약에 취한 코르티잔 같은 Anna의 극중 이름과 좁은 문의 알리사를 연상시키는 Alice의 작명 센스도 일품이었다. Actor보다 Actress의 연기가 더 뛰어났던 영화.

참. single이 되었던 J군은 영화를 보기가 무섭게 다시 couple이 되었다. _M#]

4 thoughts on “Closer”

  1. 실연에 무덤덤해진다는 걸 읽으며 정말 이런거에 무덤더해져 도 되는 걸까 하며 진지하게 읽었는데 마지막 한줄을 보고 웃고 말았어요. 화해했나보네요;;;

    시험공부하다가 시계를 아무리 쳐다봐도 1분조차 흐르지 않아서 결국 포기하고 잠시 컴을 하러 나왔는데 정말 갑갑하네요 ㅠㅠ 학교는 현명하게도 학생들을 위해 싸이월드를 차단시켜놓아 싸이에 글을 올릴수도 없어 괴로워 하고 있답니다.

    이번주 주말에 날씨가 굉-장히 좋을 예정이라는데 특별한 예정이라도 있으신가요?
    전 12일부터 시작하는 대영박물관 한국전에 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시험이 끝나는 주말에 당장 달려갈꺼예요. …..데이트 상대와 같이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빌고 있지만 과연 어찌될런지.. ㅠㅠ

  2. ㅎㅎ 어쩜 그리 영어를 많이 섞어 쓰시는지요. 기묘한 리듬감. 남들 쓰는 정도의 영어 단어를 다 로마자로 써서 유독 눈에 띄는건가요.

  3. //테네사
    담담한 모습 뒤에는 너구리같은 속내가 있었던 셈이죠. 그것도 모르고 커피 만들어 줘 간식 먹여 생각해 보니 꽤나 밉살 맞아요.

    프록시 서버를 재설정해서 싸이월드에 접속하는 방법이 있다는 루머가 있긴 하던데 직접 해보지는 않아서 정확한 방법은 모르겠네요. 하지만 1분 흐러가는 것도 더디다는 시험 기간의 도서관은 매우 잘알고 있죠. 게다가 시험 기간이면 꽃은 왜 그리 예쁘고, 날씨는 화창한지..

    대영박물관 한국전은 다음달 학교에 들리는 길에 다녀올 생각이예요. 7월까지 한다니까 시간은 충분하겠죠? 사내녀석이라 애인과는 거리가 멀지만 전시회에 가자면 두말없이 따라나서주는 친구 녀석이 있기에 전 녀석과 함께 가려고 마음 먹은 참이랍니다.

    //사실 Jude를 쥬드로 써야 할지 아니면 주드로 써야 할지 몰라서요. 한 사람을 바꾸니 표기의 일관성을 위해서 다른 사람도 전부 바꿔주었구요. 그러다 보니 네이버와 구글이 사랑하는 단어 역시 바꾸게 되더군요. 리퍼러를 보다 보니 이제는 검색엔진을 피해나가는 노하우가 생기기 시작하더라구요^^

  4. //테네사
    싸이가 안 되서 고민하신다면,
    경영대 컴을 이용하세요~
    경영대가 그런 면에서는 상당히 관대하다지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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