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rry blossoms(2005)

작년부터 해마다 벚꽃 사진을 한장 남기기로 했다. 어느 사이에 봄이 끝나고 초여름을 능가하는 무더위가 시작된 기념으로 여기에 기록한다. 사진의 저곳은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후문이다. 벚꽃이 미쳐 절정에 이르기 전의 저녁 시간이면 난 바나나 우유를 손에 든 채 황혼의 아름다움과 화려하기 보다 단아한 맛을 내는 벚꽃을 오랫동안 바라보곤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난 절정에 이른 만개한 벚꽃보다 저 시기의 벚꽃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이 시기의 벚꽃은 어딘지 애처롭고, 첫사랑의 시련처럼 마음을 저리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연약하면서도 강인했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머리 속의 종소리를 지우는 힘도 가지고 있었다.

스물을 넘긴 뒤로는 늘 화사한 벚꽃을 쫓아 다녔지만 올해에는 어쩐지 십대의 벚꽃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년은 또 어떤 벚꽃을 좋아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송이가 큼직한 왕벚나무가 되지 않을까 싶다.

[#M_ P.S. | less.. |혹 과잉 해석으로 꽃을 사람으로 해석하는 당신을 위해. 꽃은 꽃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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