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행선

친구가 좀처럼 공개하기를 꺼리는 어떤 장소에서 <마음의 평행선>이란 단어를 보았다. 할 일 많은 이 바쁜 시기에 무슨 헛짓이냐고 툴툴대었지만 속으로는 <마음의 평행선>이란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매력적인 사람들은 어째서 내 삶과 그토록 먼 평행선을 그리는 것일까? 성장과 함께 다시 만나지 못할 평행선이 되어가는 친구들의 삶을 바라보며 나 역시 그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의 평행선>을 인식하는 순간은 사실 슬프다. 게다가 그 감정을 표현할 방법이 없기에 그 슬픔의 강도는 더욱 거세진다. 그러나 이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애초부터 없다. 인생이란 거대한 연극에서 아주 짧은 순간 들어나는 복선을 인식하는 경험이란 매우 개인적이자 독자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다.

어제 난 많은 <마음의 평행선>과 만났다. 소년이 청년이 되고, 청년이 어른이 되어갈 때 느끼는 단절감만큼이나 거센 감정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심란한 마음과 다르게 표정은 의젓했고, 말투는 상냥했다. 평행선을 발견한 순간을 조금 더 음미하기 위해 생각은 기민하게 움직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많은 <마음의 평행선>의 아쉬움을 채워줄 새로운 접선을 찾았다는 사실에 순수하게 기뻐하고 있었다.

사실 아직까지는 아쉬움과 기쁨 가운데 어느쪽이 더 큰지 모르겠다. 친구의 말대로 세해 전 그녀와 내가 지하보도를 걷고 있던 그때, 햇살에 빛나던 어떤 아름다움에 죄책감을 느꼈던 그 순간에 오늘의 평행선과 접선의 존재를 몰랐던 것처럼 지금의 나로서는 미래의 일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려 손을 흔드는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삶의 무게인지 취기인지 모를 것을 느꼈다. 고작 술 몇 잔에 울렁거리는 속을 발견하는 것은 술 따르는 솜씨가 거칠어졌다는 사실만큼이나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순간 예의를 차린 목례가 아닌 한번쯤 으스러지게 포옹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 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멋대로 행동해도 되었던 짧은 순간이었다는 인식이 마음을 스쳤다.

용산역의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디딘 순간 은둔에서 벗어나 시간의 흐름 속에 빠져들면 내가 정지해 있던 동안 빨라진 세계에 흐름에 압도된다는 다소 현학적이고 장황한 문구가 머리 속을 떠다녔다. 사실 간만에 엿 본 지인들의 일상은 거대한 무게가 되어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고 넓은 침대와 시원한 바람이 그리웠다. 그리고 이제는 기쁨만 생각하자고 되뇌였다. 평행선이 가져다 주는 격조 높은 우울함은 오늘의 고단함과 함께 기억 속에만 고이 담아두기로 그렇게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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