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나기#1(’05 Summer)

궁벽한 시골의 관청은 여름철 절전 대책의 일환으로 냉방이 끊기기 일 수다. 업무의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냉방이 필요하다고 항변할 수 도 있겠지만 실상 업무의 능률을 따질 정도로 일이 많은 것은 아니고, 또 냉방을 한다고 열심히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니 차라리 전기값을 아끼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경제성 원칙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그 흔한 선풍기마저 에어컨의 범용화와 함께 사라졌기에 고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부채만으로 버텨야 하는 불행이 시작되었다. 더욱이 십대 후반처럼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찬물에 발을 담그며 여름을 나던 사치를 더 이상 부릴 수 없다. 창문을 열어 놓아도 바람 한점 없는 아침을 보내며 습기찬 공기로 한숨을 내쉬며 이번 여름이 꽤나 험난할 거라는 예상을 해본다.(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 여름이 ‘마지막 여름’이라는 사실이다. 겨울이 오면 지겨운 役이 끝난다)

아르놀트 하우저씨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이제 겨우 꾸아르토첸토에 이르렀다. 수천년의 방대한 여정으로 보자면 제법 많이 왔다는 안도감을 느껴도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겨우 2권 초입 부분이다. 아무래도 백낙청 선생의 번역과 나는 상극인 모양이다. 보통의 책읽는 속도쯤은 아니더라도 그 반은 나와야 하는데 도무지 부진을 떨쳐내지 못한다. 이런 까닭으로 6월까지는 하우저씨에게 발목을 붙잡힌 채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6월에 읽기로 계획 했던 탁오 이지의 분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침 더위에 시달리면서 여름의 읽기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 탁오의 분서를 읽는 것은, 게다가 에릭 홉스봄의 연작에 도전하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 읽어 봤자 행간을 외면한 채 문자만 탐독하다 끝낼 것이 분명하고, 이런 식의 읽기는 시간 낭비일 뿐 삶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탁오의 분서와 에릭 홉스봄의 연작에 도전하는 것은 생일 이후의 가을로 미루기로 했다. 그리고 이 목표에 도전하는 것을 끝으로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움직이는 ‘책읽기’는 그만 두기로 마음 먹었다. 겨울 이후에는 시간도 없을 뿐더러, 지금과 같은 시간 많은 한량의 삶을 유지할 수 없음이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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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까닭으로 이번 여름 나의 독서 계획은 상당히 나른해졌다. | less.. |
사놓고 읽지 못하거나, 읽고 있는 도중인 책

1.해적과 제왕(절반쯤 읽었다. 하지만 촘스키의 주장에 100% 동조할 수 없는 나로서는 꽤나 괴로운 책이다)

2.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이제 겨우 고대 그리스를 벗어났다. 심심할 때마다 한 사람씩 읽어 나가는 데 제법 시간이 많이 걸린다)

3.타키투스의 연대기(지금 클라디우스편을 읽고 있다. 2/3쯤 읽은 셈이다)

4.블루오션전략

5.부의 탄생

6.버블붐

7.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나른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 구매한 책

1.세익스피어의 시대

2.근대일본

3.독일제국

4.르네상스

5.기업의 역사
이상은 크로노스 총서 시리즈다. 난 을유문화사라는 이름만으로 감흥을 느낄 세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 출판사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크로노스 총서 시리즈와 예술가의 평전 시리즈를 갖고 싶었는데 교보문고에서 할인 판매하는 김에 과다 출혈을 결심했다.

6.핑거포스트 1663

7.라파엘로의 유혹
이상은 이안 피어스의 소설이다. 라파엘로의 유혹은 르네상스의 거장들을 소재로 한 미스테리 시리즈의 1부인데 일단 읽어봐야 다른 시리즈를 읽을 것인가 결정하게 될 것 같다. 핑거포스트1663은 어린시절 랑프리에르 사전을 중간고사 기간에 읽던 무모함을 추억하는 뜻에서 집어 들게 되었다.

8.내 이름은 빨강
오르한 파묵의 소설. 작년 하반기에 꽤 유명세를 탓던 소설이었는데, 민음사의 편집 능력과 역자 선정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나로서는 선뜻 집어 들기가 쉽지 않았다. ‘책을 말한다’에 소개된 오르한 파묵의 작품 세계를 보고, 그리고 역자의 황망한 해석을 듣고 분개하는 마음에서 집어 들었다. 아울러 지인의 추천도 있었고…

9.씨티그룹 그 열정과 도전
요즘에는 언제 센디 웨일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까 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모건과의 한판 승부를 관전하기 위한 사전 정보를 얻는 차원에서 구매하게 되었다. 이 책은 여름에 쓰고자 계획중인 모은행의 논문공모에도 도움이 될 듯 싶다. 무엇보다 덤으로 PS의 개발자인 모씨에 대한 종이두름이 따라 온다. 이책이 종이 두름이라는 사실에는 이의가 없지만 그럼에도 현대인으로써 한번쯤 읽어 봐야 하지 않을까?

10.몽십야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올 여름 가장 기대되는 소설책이다. 나온지는 꽤 되었지만 도련님의 그와 나를 비교하며 구박을 멈추지 않는 누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꼭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도록

둘째 누이의 휴가를 통해 재미난 도록을 많이 입수할 수 있었다. 그림을 감상하고 도록을 다 읽으려면 가을까지는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1.우피치 미술관 도록

2.베르니니의 도록

3. 카라바지오의 도록

4.라파엘로의 도록

5.바티칸 시티를 주제로 한 도록

전시회

1.존재하지 않은 세계展-장 보드리야르(대림 미술관)

2.대영박물관 한국展(예술의 전당)

3.찰나의 거장展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예술의 전당)

4.밀레와 바르비종派의 거장展(예술의 전당)

DVD
결국 West Wing season1를 집어 들었다. 모씨의 극찬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차츰 줄어들고 있었는데 30%할인 행사는 주저하는 마음을 일거에 날려 버렸다.

공부
이번 여름에는 재정학과 경제학을 마스터 하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구구단 외우는 것처럼 풀 수 있는 객관식의 세계를 떠나 주관식의 난해한 암기의 세계로 입문중. 7월 말까지는 재정학을 9월 말까지는 경제학을 끝낼 예정이다. 재정학 문제집은 2권을 더 구매했고, 깨끗한 종이와 볼펜도 많이 구비해놨다.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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