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힘든 고비를 잘 넘고 있다는 칭찬의 뜻에서, 혹은 지쳐버린 것일지도 모를 마음을 달래기 위한 ‘당근’으로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했다. 당초문으로 장식된 책갈피와 자가 그것인데 견고한 금속성과 거울처럼 맑은 표면이 꽤나 마음에 든다. 아니 어쩌면 책장과 노트를 묵직하게 누르는 그 느낌이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안됐다는 뉘앙스를 보이곤 한다. 하지만 난 그들의 뉘앙스가 결코 서럽지 않다. 선물의 하나뿐인 정의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부터 받는 것이라면 나 역시 서러워 하겠지만 내 선물의 정의는 결코 그들과 같지 않다. 게다가 내 취향이란 다분히 독특한 것이고 지인들이 아니라면 내 취향에 맞는 선물을 고르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사실 내가 생일을 숨기는 이유는 취향에 맞지 않는 선물을 피하기 위해서다. 가끔 정말 읽기 싫은 작가-G씨, E씨, S씨, C씨 등-의 소설을 선물로 받게 되면 의무감으로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고통이 된다)
아무튼 새로운 선물의 효과는 목요일인 오늘까지도 건재하다. 깔끔한 그래프를 그리고 책을 읽는다. 가끔은 먼곳을 아쉬운 표정으로 응시하기도 하며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2 thoughts on “선물”

  1. [취향에 맞지 않는 선물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예요. 선물을 주는 마음을 받고 싶은데 눈앞에 좀 아닌 물건이 놓여있으면 정말 난감해요 ㅠㅠ

    그나저나 자가 너무 예쁘네요- 그래프를 그리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예전엔 저도 자에 집착이 심했는데(이정도로 좋은걸 갖고있던건 아니지만 꽤 까다롭게 굴었었죠) 법대 책에 밑줄을 그으려면 신림동판 잘 구부러지는 고시전용자가 제일이라는걸 깨닫고는 아무거나 쓰고 있답니다. 학원강의 시작했을때 다들 그 자를 쓰는걸 보고 ‘나는 그래도 내 길을 지키겠어!’라고 했었건만 정말 어쩔수가 없더라고요.

    반짝거리는게, 꽃문양이 정말 정말 예쁘네요-

  2. 고시전용자의 편리성과 저렴함에 승부를 걸 수 있는 ‘자’는 없죠.^^

    가끔 읽기 싫어하는 작가의 글을 선물 받고 의무감으로 그것을 읽거나, 혹은 그 글에 대해 금칠을 해야하는 순간이 꽤 당혹스러워요. 사연 많은 소품들을 대체하려는 우직한 선의도 그렇구요.

    하지만 지인들의 선물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고 매우 즐거운 법이죠. 지난주에는 생일 선물을 앞당겨 받았는데 잘 로스팅 된 커피빈이어서 매일 저녁 열대야가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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