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Decision Making, etc

소설이나 역사서, 인문 관련 서적을 리뷰하는 것에 비해 경영 관련 서적을 리뷰하는 일은 꽤나 고단한 작업이다. 이것은 경영 서적들 대부분이 스토리 라인 없이 주제별 아티클이나 사례로 세분되어 있기 때문이며, 감상의 폭이 좁고 사람을 꿈꾸게 만드는 이야기만의 톡특한 환상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영역에 속한 전공자의 시선으로 보자면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어떤 전공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전공의 영역에서는 부정적인 면보다는 나에게 유리한 긍정적인 요소들을 더 중시할 수 밖에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법적인 문제 역시 예기치 못한 복병으로 등장한다. 경영 서적을 리뷰하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수단은 줄글로 불리는 산문이 아니라 노트 필기식의 요약문이나 프리젠테이션용 키노트(or ppt)가 딱이다.

의사 결정의 순간(On Decision Making)

<의사 결정의 순간>은 오랜만에 HBR의 위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내 나이의 배는 먹었음직한 아티클부터 가장 최근의 것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티클이 소개되어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아티클보다 더 인상깊었던 것은 일상 생활 속에서도 수없이 이루어지는 의사결정과정을 프레임워크화시켜 showing하는 점이었다. 사실 늘 새로운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이 영역의 속성상 오래된 아티클이 다시 소개되거나, 추천되는 경우을 보기란 꽤나 어려운 일이다.

이책을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가운데 하나는 아티클에 소개된 것과 비슷한 의사 결정 상황을 가정해 보고, 임의의 상황아래 프레임워크를 실제로 적용시켜 보는 것이다. 일견 복잡해 보이는 이 과정도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점차 요령과 탄력이 붙게 되는데 스스로가 의사 결정에 미숙하다고 자책하는 사람이나, 스스로의 결정을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강력하면서도 요긴한 방법이다.

피터 드러커가 쓴 챕터1은 그의 명성에 비견할 만한 핵심을 추려내기 어려웠지만(물론 아직 내가 드러커를 이해할 수준이 안되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챕터3과 챕터4는 경영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챕터5는 평소 의사 결정 문제에 관해 가지고 있던 개인적인 의문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듯 싶다. 사실 이 책에 관해 촌평하자면 사람들의 시선에서 조용히 사라진 것이 매우 아쉬웠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웠던 책이다.

경영의 미래(MIT Management. Inveting and Delivering its Future )

MIT 슬론 대학원의 설립 50주년 기념 도서라는 부제를 단 는 전체적으로는 조악했지만 슬론 특유의 스타일이 살아 있는 분석 툴이 몇가지 소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프레임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서 조악하다는 느낌은 물론이고 모 교수에게 속았다는 생각미저 추스릴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성격의 책들은 읽고 있노라면 회사 경비로 구매해서 필요한 프레임만 스캐닝한 다음, 프리젠테이션에서 핵심 툴만 사용하는 것이 최고라는 평가가 떠오른다. 실제로도 그렇다. 디테일에 강한 슬론식 접근법이 인상적이었지만 책장에 모셔두고 생각날 때마다 펼쳐 볼 명저로 보기에는 거리감이 있었다. 하지만 간략한 레포트를 쓰거나, 프리젠테이션 기법을 연구하기 위해서라면 꽤 좋은 참고 도서가 될 듯 싶다. 레포트 작성이나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최적의 구조(structure)를 학습하기에는 꽤 좋은 리퍼런스다.

권두에 실린 코피 아난과 칼리 피오리나의 에세이는 실망스러웠지만 영미식과 유럽식 기업 지배 구조를 비교한 챕터는 꽤나 정밀한 밑그림을 보여주었다. 고백하자면 지금껏 유럽 기업의 이사회와 경영위원회(혹은 감독 위원회와 경영 위원회)의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왔는데 이 책을 읽은 이제서야 유럽식 기업 모델과 지배 구조에 관해 이해가 되기 시작한 듯 싶다. 게다가 이것 이외에도 몇몇 챕터가 전달해주는 fact는 꽤나 놀라웠다. 하지만 정말 나를 감짝 놀라게 만들었던 사실은 이 책에서 근래에 도래할 미래로 예측했던 일부 사실들이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Business is War (‘something is war’ series)

이 시리즈의 장점은 풍부한 사례와 특징있는 질문들을 자랑한다는 사실이고, 단점은 사례가 많은 반면 사례를 요약할 수 있는 핵심 구조화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저자의 사례 수집 능력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사례를 수집하면서 이렇게 ‘사례만을 위한 사례’를 수집한 작가는 처음 보았다. 하지만 사례 부족이라는 민성적인 갈증에 시달리는 나로서는 삼년 가뭄에 내리는 비처럼 달콤한 해갈이었다.

사실 이 시리즈는 책보다는 신문의 자투리 꼭지로 더 잘 어울린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아는 것은 선행 작업이 아니라 후행 작업에 가깝다. 요컨데 사례를 분석하는 연습을 통해 주어진 상황을 자기에 맞게 해석하고 음미하는 훈련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많은 사례를 아는 것은 사례 하나를 제대로 분석하는 것보다 좋은 선택이 아니다.

게다가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컴퓨터 활용 서적과 비슷한 위상의 실용 서적으로 취급당하는 투자나 처세와 관한 경영서의 겉모습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이 책의 외양에 속아 가볍운 마음으로 접근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교훈들을 놓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하철에서 짜투리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이 책을 집어드는 것은 꽤나 우둔한 짓이다. 사례는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질문에 답하며 적용해 봐야 하는 것이라는 접근법을 잊고 있다면 이 책은 흔해 빠진 종이 두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2 thoughts on “On Decision Making, etc”

  1. 늘 생각하지만 이런 류의 책을 많이 읽으시는데 대단하세요- 전 전문서적은 재미없어서 끝까지 읽은적이 없는데 말이죠;; ㅠㅠ

  2.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갖은 협박과 압력에 시달리며 강제적으로 반복 학습된 결과라고 생각되요. 요즘은 반복 학습이 점점 습관으로 굳어지는 중이구요. 어떤 순간에는 재미로 읽는 것은 아니지만 점점 재미가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상황에 접근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원흉은 따로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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