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역사(the Company)

총서라는 카테고리로 불리는 일련의 책들은 얇은 두께와 부담 없는 가격 덕분에 입문용 도서로 사랑 받는다. 하지만 일부 총서들은 이런 선입견과 다르게 입문용이 아닌 읽기의 끝머리에 위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쩌면 총서의 특징 자체가 이런 양면성일지도 모른다. 입문용과 지금까지 쌓아온 성취를 점검해보는 두개의 목적을 특징으로 하는 바로 그런 양면성 말이다.

초여름이 시작할 무렵 대량 구매한 크로노스 총서의 마지막 책인 <기업의 역사(company)>를 읽는 과정은 무척 즐거웠다. 지금껏 읽어온 수많은 경제사 관련 서적들의 흔적을 한꺼번에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순간과 마주할 때면 학번 차이가 많이 나는 학형과 난 ‘행간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표현’으로 모든 것을 갈음하기도 한다.

<기업의 역사>가 다루는 주인공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기업 그 자체다. 수많은 기업의 유형가운데에서 정확하게는 주식 회사(Ltd.)를 그 대상으로 삼는다. 작가들은 주식 회사의 발전과 한계에 관해서 호의적이면서도 냉철하게 서술한다. 무엇보다 이 책이 쓰여진 시점이 엔론과 월드컴의 비리가 미국 경제를 강타한 다음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기업에 관해, 기업의 존재 목적에 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시점에 출간된 책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단지 ‘기업의 역사’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신자유주의를 주창하는 악마의 속삭임으로 치부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공평성을 염두에 두다 보니 종국에는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는 치명적인 사실까지 드러내 보일 정도로 무리를 했다. 게다가 이 책은 다양한 기준을 토대로 ‘보다 나은 기업’에 관해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공평성만이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은 아니다. ‘역사’라는 이름 한 부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시공간 속에 편재한 기업의 조각 조각들을 뛰어난 기술로 이어 냈다. 세부가 조금 더 보강된다면 챈슬러에 필적할 만한 문제작의 탄생을 기대해 봄직만한 글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재미와 뛰어남은 어디까지나 ‘행간을 읽는 재미’를 전제로 한다. 입문용 총서로서의 <기업의 역사>는 설명을 곧잘 건너뛰는 불친절한 경제서와 역사서 사이의 애매한 지점에 놓여 있다.

많은 대학의 커리큘럼에서 ‘경영이란 무엇인가?’ 나 ‘기업은 무엇인가’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과정은 없다. 경영학 자체가 두 가지 질문을 대답하기 위해 탄생한 학문인 것은 분명하지만 두 가지 모두 영원히 결론이 나지 않을 계속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진행형인 논쟁 속에서도 지금까지의 진행 상태를 알아둘 필요성은 항상 존재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목적을 위한 책이다.

2 thoughts on “기업의 역사(the Company)”

  1. 저도 이 시리즈 좋아합니다. 근대 일본과 기업의 역사를 봤는데,.. 제가 본 것만 평을 쓰시네요. ^^

  2. 예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던 시리즈였는데 교보문고에서 할인을 하더라구요. 할인에 눈이 멀어 읽고 싶던 주제는 모두 사들였답니다. 다섯 주제를 샀는데 어느 사이에 다 읽어 버려 다음 할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예요.(지금 거주중인 지역이 궁벽한 시골이라 도서관에서는 절대 대여할 수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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