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나기#2(’05 Summer)

1.
스무살 여름의 난 스스로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고 주절거리곤 했다. 그리고 독한 술잔과 혼탁한 정신 사이에서 이른바 ‘어른의 유희’라 부르던 것들을 즐겼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 어른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흔들 수 밖에 없다. 지금의 내가 소년과 청년 사이의 미묘한 경계에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내 마음은 절제되고 균형잡힌 일상에 더 쉽게 이끌린다. 게다가 난 아직도 ‘그 남자’가 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 남자’ 보다는 편한 어조로 불리는 ‘그 녀석’으로 남아 있는 것이 편하다.

2.
어른이 아닌 난 좋은 인사법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에게는 인사라는 일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잘하는 인사라고는 다시 보지 못할 사람들에게 던지는 매몰찬 인사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인사는 늘 서먹하며 품고 있는 마음의 일할도 담아내지 못한다. 이런 순간과 조우할 때마다 ‘언어는 허망한 것이다’라고 끊임없이 되뇌이게 된다. 하지만 언어가 허망하다고 해서 가슴을 열거나 머리 속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는 없다. 이것이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아이도 아닌 현재의 딜레마다. 이도 저도 아닌 연치의 표현은 냉정한 척는 것을 빼고는 아무것도 아닌 법이다.
3.
하지만 이런 연치가 항상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아주 사소한 일로도 행복해 할 수 있다. 가령 ‘곧 보자는’ 메세지를 받았을 경우다. 몇년 만에 건내받은 이 문장에서 친절함을 발견하고는 사심없이 기뻐했다. 아울러 ‘그 남자’가 되어 보려고 벌였던 일련의 과오가 이제야 교정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은 한쪽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다. 현재에서 미래로 시간이 흐른만큼 현재에서 과거로도 시간이 흐른다. 미래로 나아갈 수록 우리는 과거의 왜곡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이 그렇다. 다시 스무살로 돌아간다면 ‘그 남자’가 되어보려는 서툰 마음 따위는 애초에 갖지 않을 것이다.

4.
혹자는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며 사는 것은 모험을 모르는 불행한 삶이라고 한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 모험없는 삶인 것은 아니다. 삶에 모험이 아닌 순간이 어디 있을 것이며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모든 모험의 단초다. 스물 다섯의 여름이 끝나려 하는 이때 지금 내가 서있는 곳 바로 여기다.
[#M_ P.S. | less.. |
주문한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12시쯤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도무지 오지를 않는다. 여름 휴가를 포기한 까닭으로 공항 소설을 2질 샀다. 아울러 크루그먼의 나머지 저작들을 사들였다. 초가을을 보내기에는 충분한 것들이다.
이제야 도착 했다. 이번달에 막내 누이와 내가 사들인 책을 쌓아놓고 보니 제법 무겁다.


생일 축하 메세지를 생각해 보고 있는데 좀처럼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를 않는다. 쥐고 있는 펜과 카드가 부끄럽다.

Amor non est vitae essentia. 이 문장을 부정하는 것은 아직 때가 이르다. _M#]

2 thoughts on “여름나기#2(’05 Summer)”

  1. 휴가올 때 책이랑 DVD 제대로 챙겨오는 것이 최고의 인사야. 어제 우리한테 콘서트장에서 건 전화는 최악의 인사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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