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Deck, Blog, and 31 Aug.

8월의 마지막 날은 나의 여름이 끝나는 날이다. 비록 오늘이 지나도 한낮에는 여전히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하수가 입에 걸리는 처서마저 훌쩍 지난 요즘은 이미 마음으로는 완연한 가을이다. 사실 오늘쯤 되면 가을에는 여름과 다른 계획 아래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무에 쫓기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절과 나누는 인사를 빼놓을 수는 없다. 게다가 여름에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끝낸 오늘 하루는 여유롭게 보내도 되는 나만의 자유 시간이다. 밀린 책을 읽고, 미쳐 마무리 짓고 못한 글을 완성하며 하루를 보내는 가을을 준비하는 덤인 날이다.

1.

덤인 하루를 보내며 누이에게 생일 선물 받은 첫번째 덱을 셔플했다. 그리고 내일이면 시작될 이번 가을에 생각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카드를 집어 들었을 때 내 눈에 보인 것은 라이더 덱의 magician에 해당되는 intellect였다. 안도의 한숨을 나왔다. 지금 내 마음과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나타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카드는 없다. 2001년 3월 회기역 앞 어떤 까페에서 첫번째 카드를 뽑았을 때 나의 신문사 생활을 지목한 카드가 7 of Wand인 것에 비하면 이 정도면 뽑을 수 있는 최고의 패를 집은 것이나 진배 없다.(그때 내가 뽑은 카드는 7개의 Wands를 힘겹게 지고 가는 농노를 그린 카드였고, 지금 가진 Dante에서는 적 혹은 충돌을 나타나는 카드다)

2.
이틀 사이에 읽은 두 개의 포스팅은 이곳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의사 결정에 관한 복잡한 프레임워크를 실행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면 이곳을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란 사실이다. 난 활자중독증에 빠진 사람이고 설령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경력에는 하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악취미라는 잔소리를 듣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의 생활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올 겨울과 내년 봄의 이곳은 조금 황량한 곳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 고집스러운 지속성과 좀처럼 변하지 않는 기질을 고려해 볼 때 이곳이 불의의 사고가 아닌 자의로 사라지는 것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게다가 첫번째 홈페이지을 채워 넣은 negative한 글들을 사랑했던 것보다 이곳을 더 많이 사랑한다. 시작은 조각난 마음에 대한 넋두리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더 이상 내 마음은 깨진 거울이 아니고-거울은 나도 모른느 사이에 오래 전에 수선이 끝나 있었다- 되려 이겨내야 할 일상과 위험으로 흥미진진한 모험 그 자체인 삶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내게 있어 한니발을 수행한 실레노스와 같은 존재다. 그가 있기에 우리가 오늘날 한니발에 관해 아는 것처럼 이곳이 있기에 먼 훗날 나를 알았노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3.
시간 앞에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한 사랑이 없는 것처럼, 영원한 어색함도 없다. 그저 시간 속에 녹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하지만 단 하나만큼은 영원에 가까운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바로 애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순백의 우정으로 보기도 힘든 사람에 대한 ‘필리아’다.

또 다시 꿈꾸는 표정으로 우정이 주는 행복한 느낌을 음미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은 즐거운 과정이다. 비록 내일 또 다시 천둥이 치고 번개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가끔은 찰나를 음미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느끼는 이 행복한 상상을 그녀도, 그도 느꼈으면 좋겠다. 시간 앞에 고정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나도 모르게 변하는 것이며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삶은 없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잠시 문을 닫아 두어야 할 필요성은 있겠지만…

4.
내일부터 나의 가을이 시작된다. 이번 여름은 작년 여름보다는 덜 만족스러웠지만 그럼에도 꽤나 진지한 여름이었다. 게다가 이번 여름의 아쉬움은 가을에 벌충하면 된다. 무엇보다 이번 가을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계절이란 사실이 행복하면서도 서글프다. 가을이 끝날 무렵의 나는 얼마나 변해 있을까? 다만 지금보다는 조금 더 발전한 나이기를 기원한다. 발전하지 않는 것은, 욕망할 것이 남아 있지 않은 삶은 서글픈 정도가 아니라 진정 불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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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First Deck, Blog, and 31 Aug.”

  1. 네. 익숙해지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벌써부터 애착이 생기고 있어요. 좋아하는 덱이 되리라는 확신이 생겼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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