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저씨를 부러워하다

휴학이후 삶에서 멀어진 것들은 많지만 그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거리를 보이는 것은 술이다. 물론 그때에도 날마다 이어지는 술판에 몸을 내맡기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술자리를 좋아했던 그때와 달리 요즘의 난 술과 담을 쌓은 듯 녀석을 멀리한다.

물론 술과 멀어진 데에는 다 그럴만한 연유가 있다. 첫번째는 이곳에 남은 친구들이 적어졌다는 것이고, 유행처럼 번진 금주 열풍이 모임마다 빠질 줄을 몰랐던 술자리를 식사를 같이 하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대체했다는 데 있다. 소소하게는 불경기와 물가 상승으로 용돈에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도 한몫 했음이 분명하고, 운전이 보편화된 생활의 변화가 눈빛만 번쩍여도 술자리로 이어지던 과거를 청산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을이 다가오면서 까닭 없이 술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쏜 살처럼 내 곁을 스쳐간 이성의 숨결에 담긴 주향이 달콤하게 느껴지고, 저녁이 되면 혹 누군가가 술 한잔을 청하지 않을까 핸드폰을 매만진다. 심지어 술에 취해 나른하게 풀린 걸음마저 부럽다. 늦은 밤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길에 마주치는 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네들의 혈관 속에 담긴 알코올을 동경한다.

결국 어제는 귀밑머리까지 달아오른 어여쁜 아낙이 아닌 짧은 다리를 열심히 놀려 호프집에 들어서는 아저씨들에게까지 부러움을 느꼈다. 사실 난 더 이상 맥주의 더부룩함과 소주의 화학성분냄새를 견디지 못한다. 무엇보다 오늘 하루만이 아닌 내일까지 요구하는 술자리의 희생을 참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늘 난 동네 아저씨들의 경쾌한 발걸음을 부러워한다. 단지 그들이 술을 마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P.S.
결국 친구 녀석들의 mid-term이 끝날 즈음에 요즘 동아리에서 술 좀 마셨노라며 어느 사이에 술에 대한 겸손함을 잃은 J군의 끝을 보기로 합의했다. 본인은 우리의 음모를 모르겠지만 삼가 조의를 표한다.

P.S 2nd
하악에 좌측에 위치한 치아를 대폭 정리했다. 앞으로 반년은 술은 꿈조차 꾸지 않는 것이 신상에 좋다는 협박 겸 조언을 들었다.

2 thoughts on “동네 아저씨를 부러워하다”

  1. 이번 추석에 집에서 하나 가져다 놓을까? 루이14세 있던데..ㅋㅋ

  2. 일단 챙겨놓자고. 경우에 따라서는 못마실 수도 있겠지만 일단 확보가 중요한 것이야. 뭐 이번에 못마시면 이번 크리스마스때 마시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우리 도서관 인생이 확실할 텐데 말이야. 복학하면 바로 탁마정으로 갈까하는 생각이 들었어. 스타일은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참 올해 정기전은 언제 하는 거야?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