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쇼핑에 바쁜 누이를 기다리며 서점에서 읽었던 앤소니 에버릿의 <키케로>는 흔해빠진 퀼트에 지나지 않았다. 난잡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여기저기에서 이어 붙인 원재료가 눈에 띄는 그런 퀼트였다. 어쩌면 아무것도 읽고 싶지 않았던 당시의 내 심경이 한 몫 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퀼트는 이내 기억에서 지워졌고 35% 할인이 붙어 우연히 발견될 때까지 그렇게 망각 속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백미는 키케로의 내란으로 불리는 한 챕터이다. 짧은 한 챕터에서 에버릿은 대담한 반란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것은 온건한 카이사르파로 분류된 집정관들의 전사가 공화정과 제정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설명이 바로 그것이다. 관료 체제가 정비되지 못한 로마에서 현직 집정관은 유일한 합법적 통치 기구였고 이들의 전사가 키케로의 거의 성공할 뻔한 공화정 복귀를 실패로 되돌렸다는 설명이다. 사실 내전기와 갈리아 전쟁기를 통해 엿볼 수 있는 히르티우스와 판사라는 두 명의 집정관의 캐릭터는 피소와 다르게 다소 유연한 보수주의자의 이미지를 풍긴다.
무엇보다 내란이 군사적 측면과 함께 법적 정통성과 정치적 지지 세력이라는 복잡한 요소로 이루어진 reality show였다는 사실을 호소력 있게 제시한 면이 인상 깊었다. 공화정 말기의 로마의 정치 상황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버릿의 통찰에 감탄사를 연발할 수 밖에 없다.
[#M_ P.S.| less.. | 부족한 시간 때문에 앞으로의 모든 review는 에둘러 말하기를 자제해야 할 것 같다. 문맥의 흐름과 전체적인 구성에 신경 쓰지 않는 빠른 구술식으로 써내려 갈 필요성에 쫓긴다. 여유가 생긴다면 한편의 완성된 형태로 수정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마저 사치다._M#]